네 마음 얻기 힘들면 "내 마음 더 커져"
네 마음 얻기 힘들면 "내 마음 더 커져"
  • 박연수
  • 승인 2017.12.27 11:23
  • 조회수 6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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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을 다 아느니라. 출처: 태조왕건 프로그램 갈무리

정말 상대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대방이 정말 나를 좋아하는지, 내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도 되는지. 고민이 되는데요. 혹시나 거절할까봐 고백하지 못합니다.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남자가 고백 못하는 이유'에 대한 1위부터 5위까지의 답입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고백 못하는 이유. 저도 그래요.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그렇다면 어떡해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해결될까요? 상대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거나 감추길 반복하며 '밀당'을 해야할까요?

 

밀당, 어느 정도 필요해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의 티머시 윌슨 교수와 하버드대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이에 대한 답을 알아내기 위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He Loves Me, He Loves Me Not...” Uncertainty Can Increase Romantic Attraction'이라는 제목으로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게재됐어요.

 

고백해도 될까? 출처:fotolia

버지니아대 여학생 4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소개팅'을 한다고 말하고 SNS에 자신의 프로필을 작성해 게시하도록 했습니다. 이때, 남학생들이 프로필을 검토할 것이고 각자 점수를 매겨 가장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사실 이 설정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실험은 여학생들만 참여했어요. 남학생들이 점수를 매긴다고 이야기한 이유는 심리적 반응을 살피기 위한 설정이었죠.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눴어요. 

 

첫 번째 그룹 : '남학생들이 당신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두 번째 그룹 : '남학생들이 당신에게 보통의 점수를 주었다'

세 번째 그룹 : '당신에게 몇 점을 주었는지 알 수 없다'

 

그래 나도 너 좋아. 출처: fotolia

그 후 3개 그룹 여학생들에게 모두 호감이 갈만한 남학생 4명의 프로필을 동일하게 주고 점수를 매기게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첫 번째 그룹의 여학생은 높은 점수를, 두 번째 그룹의 여학생은 보통 점수를 줬습니다. 자신이 받은 점수 만큼 비슷하게 점수를 준 건데요. 이를 '상호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상호성의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이 이 남학생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준건대요. 연구진은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머릿속에 상대방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고 이로 인해 호감이 커졌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를 '불확실성의 즐거움(pleasure of uncertainty)'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한국심리학회의 자료를 참고하면 이는 심리학자 잭 브렘(Jack W. Brehm)의 ‘정서 강도 이론’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서와 감정, 기분은 목표를 향한 행동을 이끄는 동기인데요. 이 정서의 강도는 목표를 획득하는 난이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목표를 획득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 커질수록 정서의 강도도 강해진다는 게 핵심이죠.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숨겨보는 건 어떨까요? 밀고 당기는 밀당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니까요.

 

소개팅 중. 분위기 좋다. 출처: pixabay

그럼 관계에서 밀당 어떻게 해야할까요? 홍콩 중문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직접 소개팅에서 밀당을 실험해봤습니다. 'When does playing hard to get increase romantic attraction?.' 연구입니다. <Experimental Psychology>에 게재됐어요.

 

홍콩 중문대학교에 재학 중인 61명의 남학생에게 소개팅을 시켜줬습니다. 이들과 소개팅할 여학생 한 명을 실험 도우미로 섭외했죠. 이 여학생은 두 가지 버전으로 소개팅을 진행했습니다. 

 

1) 당기는 버전 : 항상 웃기, 질문하기

2) 미는 버전 :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웃지 않기

 

소개팅 후 연구진은 남학생에게 여학생에 대한 느낌과 애프터 신청 여부 등을 물어봤죠.

 

결과는?

 

여학생이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웃지 않았을 때, 즉 밀었을 때 애프터 신청하는 남학생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역시, 밀당이 필요한가요?

 

하지만 밀당에는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실험 도우미는 상대를 밀어냈을 때 더 많은 애프터 신청을 받았지만 "그녀는 좋은 사람인가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떠날지도 몰라. 출처: fotolia

연구를 이끈 지안치다이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을 밀어내는 상대에게 더 집착하게 되는 건 맞지만, 그 사실이 꼭 좋아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자칫 상대방에게 아주 나쁜 인상을 남길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안치다이 교수는 상대방이 이미 내개 호감이 있는 상황, 내게 조금씩 호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 밀어내야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반면, 아직 상대방의 감정을 모르거나 인간적인 호감을 충분히 쌓지 못했다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자 전 이제 이론적으로 완벽한데.. 실전으로 갈 수가 없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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