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중력파를 내게 이해시켜봐
자, 이제 중력파를 내게 이해시켜봐
  • 정기흥
  • 승인 2016.03.02 17:08
  • 조회수 14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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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2016년 2월 12일. 세상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국 시각 새벽 0시 30분에 워싱턴, 런던 등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문이었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15개국 1천여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 연구단이 중력파를 검출해냈음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대중들은 역사적 과학 성과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데 중력파가 뭐지?’ ‘중력파가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라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도대체 중력파는 무엇이기에 세계를 들끓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요? 정기흥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시죠.

 

 

시공간은 휘어진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3차원의 공간에 1차원의 시간까지 더해진 4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4차원의 시공간에서 살고 있죠. 그는 질량을 가진 물체는 이러한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물체는 인간이든 천체든 질량을 가진 모든 존재를 가리킵니다.

 

물 위 비치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공을 물에 띄워 놓고 힘을 가해 누른다면 물 표면이 눌리게 됩니다. 시공간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질량이 큰 물체는 시공간을 두드러지게 왜곡합니다. ‘왜곡’은 눌린다고 표현할 수 있고 휘어진다는 말도 해당합니다. 생소한 개념이긴 하죠?

 

중력의 원인! ‘휘어진 시공간’

 

‘방방’ ‘퐁퐁’ 등으로 불리는 트램펄린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친구 8명과 트램펄린에 올랐습니다. 9명입니다. 트램펄린 표면 여기저기에 앉습니다. 이중 몸무게가 무겁고 덩치가 제일 큰 친구가 한 가운데 섭니다. 그러면 트램펄린 표면은 가운데를 향해 기울어집니다. 이게 바로 시공간이 휘어짐입니다. 질량이 큰 물체가 시공간을 휘어지게 한 것이죠. 질량이 작으면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바로 이 휘어짐이 중력이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이 휘어진다면 ‘파동’이 생길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있던 물체가 폭발하거나 다른 물체와 강하게 부딪힌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시공간의 출렁임이 주변으로 퍼져나가겠죠. 아인슈타인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폭발하거나 충돌하는 등의 경우, 파도처럼 시공간이 출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력파’라는 개념이 세상에 등장한 겁니다. 중력파만 입증된다면, 실측할 수 있다면 인류는 우주의 오랜 비밀 중 하나를 풀게 되는 쾌거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할 증거는 진화해왔습니다. 첫 증거는 빛의 운동을 통해 발견되었습니다. 빛은 직진만 합니다. 하지만 휘어진 시공간을 지나게 된다면 마치 빛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겠죠.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이 이 현상을 관측해 입증해냈습니다.

 

오랜 숙원 ‘중력파’ 100년 만에 발견

 

오늘 태양이 폭발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태양 때문에 휘어져 있던 시공간이 제자리를 찾겠죠. 이 과정에서 파장이 생기고 지구는 그와 함께 공전 궤도를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다시 비치볼 비유로 돌아가보죠. 만약 바닷물을 누르고 있던 비치볼이 터져버린다면 주변으로 잔 물결이 퍼져 나가게 됩니다. 이 잔 물결이 태양이 폭발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퍼진 파장입니다. 이 파장을 ‘중력파’라고 부릅니다.

 

이번에 라이고(LIGO)로 관측된 중력파도 거대한 두 블랙홀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견 되었죠. 이번 성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완성에 가깝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뭐가 좋은데?

 

이번 중력파 발견이 왜 중요할까요. 왜 전 세계는 열광하고 있는 걸까요.

 

먼저 우주를 연구하는 새로운 도구를 갖게 됐습니다. 그동안의 우주 관측은 가시광선을 이용한 광학 망원경과 전자기파를 이용한 전파 망원경에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시광선을 포함한 전자기파는 다른 물질들과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기 때문에 이를 뚫고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중력파는 주변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전자기파보다 훨씬 먼 거리까지 파동의 형태로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우주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생긴 것이죠. 또한 이 눈은 기존의 눈보다 훨씬 더 잘 보이는 눈이기도 합니다. 인체 내부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었던 X-Ray의 발견이 인류 의학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곱씹어본다면 앞으로의 우주 과학 지평을 확장하는 데 중력파가 미칠 영향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중력파 발견으로 인류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라이고(LIGO)가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총 5가지입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정말 맞는지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굉장히 밀도가 높고 압력이 센 곳에서 물질(원자 등등)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블랙홀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은하 중심에서 감마 레이 벌스트(Gamma Ray Burst)가 왜 발생하는 지 그 원인을 알 수 있으리라 본다’ ‘거대한 별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수축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열렸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한편 이번 중력파 발견 이후 ‘빅뱅’을 언급하는 보도도 속출했습니다. 빅뱅 이후 흘러나온 중력파들을 연구해 ‘정말 빅뱅이 있었는지’ ‘빅뱅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 지’ 등에 대해 인류가 밝혀낼 길이 열렸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아직 중력파 만으론 부족합니다. 중간에 입증해야 할 단계가 수 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빅뱅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게 된 것처럼 보도하는 건 섣부르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제 첫 걸음을 디딘 단계인 만큼 과장된 보도 보다는 차분히 연구 과정을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는 시간의 팽창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강한 중력과 속도로 인해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번 발견을 통한 아인슈타인 가설의 검증으로 중력에 대한 연구도 더 많은 가능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연구 역시 진일보할 것임을 믿어 봐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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