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궁금한 태아 성별
자꾸 궁금한 태아 성별
  • 김영돈
  • 승인 2016.03.02 23:50
  • 조회수 49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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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일까, 딸일까

 

철학에서는 인간을 ‘소우주’로 여겨왔습니다. 플라톤은 우주를 ’대우주’로 인간을 ‘소우주’로 보았습니다. 그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원리가 인간의 몸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고 여겼습니다. 자세한 사상은 더 복잡하지만 요는 인간의 삶이 우주와 같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작은 우주의 탄생과 같습니다. 그 존재감 때문인지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오고, 생명에 대한 경이도 느끼게 되죠.

 

처음에는 실감도 안 나고 얼떨떨할지도 모릅니다. 첫 달은 눈에 띄는 변화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태동도 없으니까요. 이 때는 부모도 굳이 아이 성별을 궁금해 할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준비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거든요. 하지만 주변에서 하나 둘 아기의 성별을 물어본다면, 부모도 조금씩 궁금해질 겁니다.

 

영화 그래비티 中 (우주인의 자세와 케이블의 모양이 태아를 연상 시키죠?)
영화 그래비티 中 (우주인의 자세와 케이블의 모양이 태아를 연상 시키죠?)

 

선천적 성별은 수정될 때 정해졌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는 한 쌍의 성염색체로 인해 성이 결정됩니다. 성염색체는 X와 Y 두 종류가 있는데 X 염색체만 두 개 가지게 되면 여성형, X와 Y를 하나씩 가지면 남성형으로 발달하게 되죠. 여성의 난자는 모두 X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니, 정자들 중에서 X와 Y 중 어떤 염색체를 가진 개체가 수정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아기의 성별은 정해집니다. 태어날 아기의 생물학적 성별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순간에 이미 결정되는 것이죠.

 

다른 요소들도 있습니다. 간호학 대사전 1996년 판을 보면 염색체를 비롯해 생식소(남성의 경우 정소, 여성의 경우 난소)의 성과 내성기 형태로 인한 성이 사람의 성별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외성기의 형태, 호르몬, 양육 된 성과 아울러 심리적인 요소 까지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의 성과 후천적으로 성을 구분하는 사회적 성 정체성인 ‘젠더(gender)’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통상적인 성별 판정은 염색체를 기준으로 구분한 성을 가리킵니다.

 

알고 싶다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냐

 

부모가 알고 싶은 ‘통상’의 성별은 염색체나 생식기를 기준으로 한 생물학적인 성별일 겁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태아의 성 감별에 대해 제한적인 진료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 20조(태아 성 감별 행위 등 금지)’는 태아의 성 감별에 대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① 의료인은 태아 성 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서도 아니 된다. ②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性)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09.12.31.)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는 선택적 낙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낙태가 힘든 임신 8개월 경인 32주 이후에만 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성별 감별법 중 ‘초음파’가 보편적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초음파를 이용하여 태아의 외형을 관찰하는 방법과 태아의 혈액과 양수 등의 수단을 채취하는 방법 그리고 산모의 혈액을 통해 태아의 염색체를 검사하는 방법 등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초음파 검사법은 산모의 복부에 초음파 발생기를 대고 보내고 반사되어 나오는 것을 받아서 영상화 하는 기법입니다. 인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음파는 신체 조직의 성분과 구성에 따라 그 강도, 방향,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화면에 각기 다른 밝기로 나타납니다. 대한 초음파의학회 자료를 보면 진단 목적의 초음파는 산모나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많은 산모들이 임신 중기(18-22주)에 실시하는 보편적인 검사이자, 태아의 성기 형태를 관찰하여 성별을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초음파 검사를 임신 중기에 실시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태아 장기의 대부분이 형성되어 있고, 양수가 풍부해 태아의 구조를 파악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초음파 화면을 눈으로 구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100%의 확실한 결과는 보장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염색체 검사법은 긴급 상황에만

 

이에 비하여 염색체를 통한 검사법은 태아로부터 채취한 성 염색체를 통해 성별이 XX인지 XY인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염색체 검사법은 또 3가지로 분류됩니다. 자궁경관을 통해 태반의 융모 조직을 채취하는 융모막 검사법, 두 번째로 임산부의 복부를 통해 바늘을 찔러 약 20~30cc의 양수를 채취하는 양수 검사법, 마지막으로 양수 검사와 같은 방법이지만 탯줄(제대)에서 직접 태아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를 실시하는 제대혈 검사법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크게 묶어 염색체 검사법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방법은 초음파 검사에 비해 산모와 태아에게 다소 물리 접촉이 필요한 방법입니다.

 

이 염색체 검사는 초음파 검사 결과 태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거나, 과거 유산 경력 혹은 유전 병력이 있을 경우 실시하는 검사입니다. 단순히 태아의 성별을 감별하기 위해 실시되는 경우는 없다고 하니 알 수 있는 ‘방법’ 중의 한 가지로만 생각하면 됩니다.

 

혈(血)로 아이 성별 확인해

 

세 번째 방법은 산모 혈액 채취 검사법 입니다. 이 방법은 비교적 최근인 2013년에 국내 연구진인??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 산부인과 류현미 교수가 발견했습니다. 라포르시안의 2013년 5월 보도(http://www.rapportian.com)

 

에 따르면 이 검사는 산모의 ‘혈액’ 안의 태아의 DNA 비율을 검사해 태아의 성별 진단 및 관련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류현미 교수는 “제시된 새로운 기술이 태아 성별 확인이 요구되는 다양한 질환의 산전 검사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지만 보다 큰 연구 집단을 통한 정확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이후 가능해질 것”이라 말했습니다. 만약 이 방법이 상용화 된다면 초음파 검사보다 정확하고 염색체 검사보다 안전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과학적 방법으론 태몽도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도 부모들의 아이 성별은 헤드라인 뉴스였습니다. ‘태몽’은 아기의 성별을 추측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태몽에 대한 최초 기록은 에 실린 『삼국유사(三國遺事)』 가락국기(駕洛國記)에서 언급된 내용인데요. “그 해에 왕후가 곰을 얻는 꿈을 꾸고 태자 거등공(居登公)을 낳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한국 향토 문화 전자대전)

 

민간에서도 꿈에 용이나 호랑이, 소 같은 동물이 나오면 아들, 딸기나 사과 같은 과일이 나오면 딸이라는 식의 미신이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임신했을 때 고기가 당기면 아들, 과일이 당기면 딸, 아랫배가 나오면 아들 윗배가 나오면 딸이라는 설이 있지만 이를 입증하는 실제 통계 자료나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입증한 연구 자료는 없습니다. 수많은 민간 요법들이 태아의 성별을 가려내고자 세간에 널리 퍼져 있지만 소위 ‘카더라’식의 태아 성 감별법은 추측 정도만 가능할 뿐입니다.

 

결국 확률은 반반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90년대 우리나라의 성비는 114:100에 이르는 심각한 ‘남초’ 성비였습니다. 남초 성비는 한 인구 집단 내에서 남성의 수가 여성의 수를 초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수치는 2014년 105:100으로 좁혀져 자연 성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자연 성비가 통계적으로 반반에 가까운 확률이 되는 이유는 아직 모릅니다. 수정 과정에서 확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있다고 추측되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은 없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가 있었으며, 그 중에 한 가지만 달라졌더라도 다른 아이가 태어났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아이의 성별은 단순히 호기심 차원의 문제는 아닙니다. 아기는 성별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열 달 뒤 가족의 일원이 됩니다. 성별을 미리 알 수 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격률을 기억한다면 ‘결국 반반’이란 마음으로 편안하게 아이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이는 그 자체로 소우주이자 소중한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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