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안에 우주 있다
이름 안에 우주 있다
  • 김영돈
  • 승인 2016.03.17 15:45
  • 조회수 6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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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Sol’ 광고, 모델 설현(AOA)
SK텔레콤 ‘Sol’ 광고, 모델 설현(AOA)

 

SK텔레콤(SKTelecom)은 지난 1월 ‘쏠(Sol)’이라는 이름을 가진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쏠은 태양을 뜻하는 ‘Solar’에서 본땄습니다. SKT는 2015년에도 ‘루나(Luna)’라는 이름을 가진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도 했죠. SKT는 보도자료를 통해 “루나에서는 시크함과 세련미를 강조했다면, 이번 광고는 ‘쏠’의 제품 컨셉에 맞게 열정과 역동성을 표현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기업이 마케팅에 상징적인 이름을 붙이는 것을 네이밍 전략이라 합니다. 네이밍 전략을 펼치기 위해 기업은 새로운 상징을 만드는 대신 주로 기존 문화 속 이미지를 차용합니다. 


네이밍의 알파와 오메가, ‘우주’ 

기업이 꾸준히 애용하는 네이밍 전략은 천체 관련 상징이 대표적입니다. 한국 사전 연구사에서 발간한 <종교학대사전>을 보면 신화 속 태양은 남신(오시리스, 헬리오스, 아폴론 등)인데 반해서, 달은 여신(이시스, 아르테미스, 대아나 등)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성별은 상징 체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태양이 유황, 열, 건(乾)을 상징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달은 수은, 냉, 습(濕)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휴대전화를 볼까요? 이름부터 세 개의 별을 뜻하는 삼성(三星)은 애플에 대항하는 브랜드로 ‘갤럭시(Galaxy)’를 주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갤럭시는 은하를 뜻합니다. 삼성이 공식적으로 갤럭시의 상징을 정의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이는 애플의 ‘I’가 뜻하는 사용자 개인적 이미지에 맞서는 은하 급의 브랜드가 되겠다는 포부로 유추해 볼 수는 있을 겁니다. 

팬택도 제품에 천체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팬택은 최근 기업 회생 절차를 겪을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때 스마트폰 시장을 풍미하는 대표주자였습니다. 팬택의 첫 번째 스마트폰 이름은 ‘시리우스’로 작은 개 자리에 위치해 있으며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천랑성을 뜻합니다. 상위 기종인 ‘베가’는 고래자리 소행성대에서 두 번째로 무거운 별이자 한여름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입니다. 동양에서는 직녀성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팬택의 다른 제품인 ‘이자르’는 프레세페 성단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 ‘미라크’는 안드로메다 자리에 있는 별의 이름입니다. 


우주 활용 네이밍은 스마트폰 말고도 많아

 

AMD가 발표한 새로운 GPU 아키텍처 ‘Polaris’, AMD 공식 보도자료
AMD가 발표한 새로운 GPU 아키텍처 ‘Polaris’, AMD 공식 보도자료

 

우주에서 영감을 받은 네이밍은 스마트폰 시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컴퓨터 부품 기업인 라데온의 AMD는 올해 새로 출시할 그래픽 처리 장치(GPU)용 아키텍처 이름을 ‘폴라리스(Polaris)’라고 지었습니다. 아키텍처는 컴퓨터 용어로 부품 간 상호 연결 구조를 의미하는데, 그래픽 처리 장치에서는 핵심이 되는 연산 장치의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AMD는 지금까지 출시했던 GPU의 이름을 화산 섬(Volcanic Islands), 해적 섬(Pirate/Caribbean Islands)과 같은 지명에서 차용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AMD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섬 네이밍은 브랜드의 통일성과 연속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앞으로는 별, 은하 등의 이름으로 네이밍 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폴라리스는 일반적으로 북극성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 물리 연구소(Center for Astrophysics, CfA)의 발표에 따르면 폴라리스는 세 개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입니다. 이는 폴라리스의 밝은 빛이 하나의 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것처럼 GPU도 여러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져 제 각각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플라이아데스 성단과 스바루 자동차 로고, 각각 미 항공 우주국 NASA - 스바루 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제공
플라이아데스 성단과 스바루 자동차 로고, 각각 미 항공 우주국 NASA - 스바루 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제공

 

일본의 자동차 기업인 스바루 자동차는 기업명 자체가 천체의 이름 중 하나 입니다. 일본어로 ‘스바루’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의미합니다. 스바루 자동차의 로고 속 6개의 별은 1953년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출범한 일본의 여섯 기업을 의미합니다. 스바루는 별 하나를 크게 하고 다른 별들과 그 별의 간격을 벌려 놓았습니다. 이 빛나는 별은 플레이아데스 성단의 6개의 별 중에서도 가장 밝은 알키온(Alcyone)을 상징합니다. 

‘스바루’는 일본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입니다. 일본은 1997년 하와이에 지름 8.2m에 달하는 망원경을 건설했는데 여기에도 스바루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1999년 처음 관측을 시작한 스바루 망원경은 지구에서 128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찾아내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스바루 천문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표태수 박사는 "스바루는 일본 과학 교과서 표지에 실릴 정도로 일본인들이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http://science.khan.kr/61). 

  
걸그룹도 우주로 출동 
 

우주소녀, 스타십 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우주소녀, 스타십 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기업의 우주 활용 네이밍 ‘끝판왕’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일 것 같습니다. ‘Cosmic Girls’라는 영문 이름을 가진 ‘우주소녀(WJSN)’는 지난 2월 음악 방송에 데뷔했습니다. 12명의 우주소녀는 ?3명 씩 4개의 유닛(그룹 내의 소그룹, 전체 그룹과 별개로 활동하기도 하는 단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유닛의 이름인 ‘WONDER’ ‘JOY’ ‘SWEET’ ‘NATURAL’의 앞 글자를 합치면 우주소녀가 된다고 합니다.

우주소녀의 인기는 SNS에서 숫자로 드러납니다. 3월 10일 현재 공식 인스타그램은 2만 4천 명이 넘는 팔로워와 페이스북 좋아요 4만 9천여 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룹이라는 점을 감안 하면 비교적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셈이죠. 우주소녀의 그룹 이름을 보고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것인가” 라고 댓글 단 어느 네티즌의 표현이 미소 짓게 합니다. 

광고 전문가인 제일기획에서 2005년 11월에 발간한 내부자료에는 “소비자들의 기억에 깊숙이 남고 싶은 때, 아무도 가지 않은 맨 앞줄에 있고 싶을 때 '우주' 이상의 확실한 것은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류가 우주의 비밀을 완전히 풀기 전까지 우주는 신비로운 시공간으로 다가옵니다. 때문에 기업들은 회사든 제품이든 소비자가 신비롭게 느끼게 끔 우주를 여러 모로 차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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