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만든 '포켓몬 놀이?'
구글이 만든 '포켓몬 놀이?'
  • 김영돈
  • 승인 2016.03.31 21:16
  • 조회수 5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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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이 실제로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구글은 2014년에 영상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한 포켓몬 게임을 소개했습니다. '포켓몬 몬스터'입니다. 팬들은 열광했습니다..만! 만우절 거짓말이었습니다. 이 헤프닝은 동영상 1,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구글의 장난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에 닌텐도가 직접 나섰습니다. 포켓몬 출시 20주년이었던 지난해 9월 닌텐도의 자회사 ‘㈜포켓몬’이 이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겁니다. 이시하라 CEO는 기자회견에서 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한 게임 ‘포켓몬 GO’가 2016년까지 출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만약 게임이 출시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요. 김영돈 기자가 덕력을 발휘해 가상으로 포켓몬 GO 체험기를 작성해봤습니다.

-편집자 주

 

2016년 X월 1일 : 포켓몬 GO를 다운로드 받다

 

 

57분 남았다. 6시 정각이면 전세계에서 동시에 ‘포켓몬 GO’가 출시된다. 포켓몬 GO는 증강 현실 포켓몬 게임이다. 증강 현실은 가상 현실과는 달리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화면엔는 포켓몬이 실제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사실 포켓몬은 초등학교 때 만화로 잠깐 봤다. 귀여운 괴물들에게 '트레이너(포켓몬 세계관에서 포켓몬을 포획하여 육성하는 인물을 뜻하는 단어, 곧 게임 플레이어다)'가 포켓몬에게 몬스터 볼을 던지면 포켓몬과 트레이너는 동료가 된다. 그리고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꼬부기~’로 시작하는 주제가 정도가 내게 남은 기억의 전부였다. 며칠 전 그녀가 포켓몬 GO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어릴 때부터 포켓몬의 팬이라고 했다. 그녀가 말하는 포켓몬은 만화가 아닌 닌텐도 게임이었다. 게임은 트레이너의 포켓몬과 적으로 등장하는 포켓몬의 대결이 주된 콘텐츠다. 만화처럼 줄거리를 따라가는 진행은 가볍지만 트레이너 간 대결을 시작하면 끝도 없이 어려워진다고 한다.

 

다른 플레이어와 포켓몬을 교환하며 콜렉션을 완성하는 요소도 있다. 원하는 포켓몬이 생기면 어디든 가서 구해야겠다는 그녀의 열정을 보니, 나는 게임이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는 비밀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대신 이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 중이다. 

 

2016년 X월 2일 : 첫 포켓몬을 얻다

게임행사 G-STAR에 등장한 오박사와 치코리타, 출처 루리웹
게임행사 G-STAR에 등장한 오박사와 치코리타, 출처 루리웹

시작하자마자 나를 반겨준 오 박사는 첫 포켓몬으로 치코리타를 줬다. 커뮤니티에는 '전설의 포켓몬'이나 '환상의 포켓몬'처럼 강력한 포켓몬을 손에 넣었다는 글도 올라와 있었다. 부럽긴 하지만 그냥 치코리타를 잘 키우고 싶다. 누가 뭐래도 내 첫 포켓몬이니까.

 

커뮤니티 공략 게시판에는 유저들이 선호하는 포켓몬의 출몰하는 지역이 정리되어 있었다. 물에서 사는 포켓몬은 강이나 호수 근처에, 하늘을 나는 포켓몬은 고층 빌딩 옥상이나 산 위에 서식하고 있다. 그녀는 내게 피카츄를 잡고 싶다고 했다. 출몰 지역을 살펴보니 남산에서 목격담이 있었다.

피카츄라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피카츄라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피카츄 한 마리 잡으러 남산에 올라야 한단 말인가. 괜히 먼 길 고생했다가 아무것도 못 얻으면 어떡하나 고민하던 중 그녀에게 답장이 왔다. 못 잡아도 괜찮으니까 주말에 가보자고 했다. 하긴 포켓몬하면 피카츄고 피카츄가 곧 포켓몬이다. 나의 치코리타의 초록색은 그린라이트를 뜻하는 초록이었나 보다.

 

2016년 X월 3일 : 포켓몬 플러스를 가지다

구글이 발행한 포켓몬 마스터 명함, 구글 공식 유튜브 계정 갈무리
구글이 발행한 포켓몬 마스터 명함, 구글 공식 유튜브 계정 갈무리

아무리 걸어도 야생의 피카츄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실망한 듯 했지만 다음에 또 오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친구를 불렀다. 친구는 자타공인 ‘포켓몬 마스터’였다. 2014년 미국 유학 시절 구글의 이벤트에 참가해 포켓몬 마스터 명함도 받은 경력이 있다. 

 

다음번엔 반드시 잡아야 한다. 친구는 한숨을 쉬었다. 치코리타로는 못 잡는다고 비아냥 댔다. 평소 같았다면 치코리타 기 죽이지 말라고 따졌겠지만 일단 참았다. 대신 친구에게 괜찮은 녀석을 얻는 방법을 물어봤다. 친구는 내게 포켓몬 플러스라는 웨어러블 기기를 추천했다.

 

플러스는 근처에 포켓몬이 출현하면 반짝거리며 알려주는 작은 기계란다. 친구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 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가격도 비싸지 않다고 했다. 녀석이 포켓몬 코리아 취직을 노리고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 순간 친구의 왼쪽 팔목에 채워져 있는 플러스가 보였다. 그녀와 피카츄, 그리고 나를 위해서 그것을 잠시 빌리기로 했다.

 

포켓몬 플러스 착용 사진, 포켓몬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포켓몬 플러스 착용 사진, 포켓몬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2016년 X월 4일 : 가라! 피카츄, 몸통 박치기

 

직접 잡기보다 교환하는 방법이 빠르다는 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플러스를 착용하니 우리 집 근처 공원은 포켓몬 만남의 광장이었다. 무심코 지나치던 곳에 이렇게 많은 포켓몬이 있을줄은 미처 몰랐다. 나는 그 중 이브이 한 마리를 어르고 달래서 내 몬스터 볼에 담았다. 

 

이브이는 성능과 상관없이 귀엽고 예쁜 외모로 사랑 받는 포켓몬이다. 출몰 지역이 우리나라에 몇 군데 없어서 교환 가치가 높다고 평가 받는 녀석이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피카츄와 바꿔주겠다는 답글을 남겼다.

 

잘가 이브이야, 직접 찍고 합성했습니다
잘가 이브이야, 직접 찍고 합성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카페에 앉아 기다리는데 한 중년의 회사원이 다가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내게 이브이 교환하는 분이시냐 물었다. 나는 그의 취향을 존중해 주기로 하고 스마트폰을 맞댔다. 생각보다 교환은 간단했다. 블루투스로 몬스터 볼을 건네주니 끝났다. 잠시 뒤 화면에는 피카츄가 담긴 몬스터 볼이 들어왔다.

 

그는 수줍게 '전설의 포켓몬 득하세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이브이에겐 미안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그녀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내게 남산 등반 대신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밥보다 라면이 좋은데. 

 

고맙다 피카츄. 고맙다 포켓몬. 오늘부터 그녀와 함께 세계 최고의 트레이너가 되어야겠다!

 

*가상으로 작성한 포켓몬 GO 체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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