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고리, 신의 입자? '별칭'별곡
불의 고리, 신의 입자? '별칭'별곡
  • 김영돈
  • 승인 2016.04.28 19:20
  • 조회수 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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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과 16일 일본 규슈 지방에서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중남미 에콰도르에도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도 지진이 땅 밑을 비틀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속합니다. 환태평양 조산대입니다. 환태평양 지진대에는 전 세계 활화산의 75%가 몰려있습니다. 세계 지진의 약 90%가 이곳에서 일어납니다. 판과 판이 만나는 곳으로 지각의 활동이 활발한 곳이죠. 또 다른 대표적인 지진대는 ‘알프스-히말라야 지진대’와 대서양의 ‘중앙 해령 조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지역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합쳐도 환태평양 지진대에 비교할 게 못됩니다. 위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불의 고리, 출처 미 지질 조사국 USGS(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불의 고리, 출처 미 지질 조사국 USGS(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그런데 왜 ‘불의 고리’라고 부를까요. 누가, 왜,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기에 언론은 당연하게 불의 고리라는 표현을 쓸까요. 불의 고리 같은 학계의 ‘별칭’으로 또 어떤 게 있을까요. - 편집자 주

 

왜 ‘환태평양 지진대’ 대신 ‘불의 고리’인가? 

환태평양 지진대의 영문 명칭은 'The Circum-Pacific belt’입니다. 하지만 미국 오레곤 주 지질자원부의 과거 간행물을 살펴보면, 1976년 이전부터 불의 고리를 뜻하는 ‘Ring of Fire’가 언급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오레곤 주의 문건에는 ‘Ring of Fire’라는 단어가 “sometimes refered(~라고 부르기도 하는)”라고 등장합니다. 해당 문서는 취재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문건이었습니다. 

한국지진연구소의 김소구 소장은 이 문건에 대해 “과거 오레곤 주는 화산 활동이 잦았던 지역”이라며 “지진 대신 화산에 주목했기 때문에 그런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불의 고리의 명칭에 대해서는 “학계와 언론, 교육 현장에서도 많이 쓰는 말이지만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전문가들도 그 어원을 잘 모르는 상황이지만 기록을 찾아보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963년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 가수 조니 캐쉬가 ‘Ring of Fire’라는 동명의 노래를 발표했던 사실이죠. 캐쉬는 당시 공영 방송인 ABC에서 <조니 캐쉬 쇼>라는 쇼를 진행 할 정도로 유명한 가수였습니다. 

정확한 유래는 당시 학자들만 알 수 있겠지만, 조니 캐쉬의 유명세를 생각해볼 때 환태평양 지진대의 별명과 노래 'Ring of Fire' 사이에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블루 마블’, ‘신의 입자’ 과학과 관련된 별명들

 

아폴로 17호 승무원 해리슨 슈미트가 1972년 12월 7일에 찍은 최초의 ‘블루마블’. 출처 NASA
아폴로 17호 승무원 해리슨 슈미트가 1972년 12월 7일에 찍은 최초의 ‘블루마블’. 출처 NASA

 

이처럼 과학적 대상을 부르는 별칭이 있는 개념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지구를 부르는 다른 이름인 '블루마블(The Blue Marble)'이 있죠. 푸른 별이라는 뜻의 블루마블에 고유명사 ‘더(The)’를 붙였습니다. 이 별명은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에 탑승했던 해리슨 슈미트가 당시 지구에서 4만 5000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사진에서 유래했습니다. 


사진을 살펴보면 남극의 하얀 얼음이 선명히 보이고, 아프리카 대륙의 윤곽과 아라비아 반도, 마다가스카르 섬이 보입니다. 또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의 모습이 푸른 별이라는 별명의 특징을 잘 드러내 줍니다.

 

그림으로 힉스 입자를 설명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
그림으로 힉스 입자를 설명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

 

 별명의 유래를 찾다 보면 그에 얽힌 뒷 이야기도 알 수 있습니다. 우주의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한다는 ‘힉스 입자’는 과학계에서 ‘신의 입자(God Particle)’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힉스 입자가 이렇게 거창한 별명을 얻게 된데는 재밌는 사연이 있습니다. 

‘힉스 입자’는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최초로 제안한 개념입니다. 힉스의 이론에 따르면 힉스 입자는 빅뱅 당시 다른 입자에게 최초로 질량을 부여한 존재죠. 물리학에서 아주 중요한 영역이지만 당시에는 그 존재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신의 입자'라는 말은 1988년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Leon Lederman)이 1993년 <신의 입자 (God Particle)>라는 책을 쓰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레더만은 입자를 연구하던중 연구가 굉장히 어려웠는지 <빌어먹을 입자 (Goddamn Particle)>로 책 제목을 지어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발행인이 제목에 ‘신’이 들어가면 판매량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제목을 바꿔버렸고, 예상대로 ‘신의 입자’는 과학계에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결국 힉스가 처음 이론을 제안한 이후 48년이 지난 2013년 유럽핵입자물리학연구소(CERN)가 힉스 입자를 발견했고 힉스는 노벨상을 받게 됩니다. 


과학과 별명 

서로 다른 이름은 같은 대상을 지칭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환태평양 지진대’와 ‘불의 고리’처럼 말이죠. 과학의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학명을 지어주기도 하고, 일상에서는 대상에 대한 애정을 담아 애칭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물론 ‘불의 고리’는 우리에게 썩 달가운 존재는 아닙니다만, 기억에 남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처럼 별명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지어집니다. 별명은 이름보다 자주 부르기도 하고, 이름이 미처 담지 못하는 특징을 드러내주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제 별명은 왕돈까스입니다. 여러분의 가장 기억에 남는 별명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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