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선 스치기만 해도 인연?
우주에선 스치기만 해도 인연?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16.04.29 23:11
  • 조회수 5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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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선 스치기만 해도 인연?!

우주에는 지구 홀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천체들과 우연치 않게 조우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만남은 인연일 수도 악연인 수도 있습니다. 격렬할 수도 있으며, 아무도 느끼지 못하고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너무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거대한 타원 은하는 두 개의 나선 은하가 합쳐져 태어납니다. 아래 영상을 참고해 보세요. 우주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가스 구름들이 조금씩 모여 작은 은하를 이룹니다. 작은 은하들은 주변의 더 작은 은하들과 하나 되어 거대한 은하로 진화합니다. 우리 은하처럼 거대한 은하 주변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작은 위성 은하들이 친구처럼 따라다닙니다. 이럴 땐 좋은 인연이라 칭할 만하죠. 인간도 거대한 타원은하 중 하나인 우리 은하에 속해 있으니까요.

 

 

반면 지구로 날아드는 소행성과의 만남은 얘기가 다릅니다. 1997년도에 개봉한 영화 <딥 임팩트>에 소행성이 충돌 할 경우 벌어지는 재해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묘사 한 것처럼 지구 표면의 모든 생명을 파괴시키고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땐 ‘악연’이라 부를 만 하겠습니다. 너무 인간 중심적 관점이긴 하군요. 그럼에도 인연이라 부를 지 악연이라 부를 지 결정하는 건 결국 인간이니 이 관점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우주에는 비단 소행성 충돌이 아니더라도 별과 별, 은하와 은하가 병합하거나 서로를 스치면서 영향을 주고, 급기야 파괴적 영향을 주는 악연으로 번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실제로 이를 입증하는 최신 연구들이 있습니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모습을 그린 상상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모습을 그린 상상도

 

주변 환경이 은하에 미치는 영향

은하단에 속한 은하를 클러스터 은하(cluster galaxy), 그 외에 단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은하들은 필드 은하 (field galaxy)라고 합니다. 두 은하의 구분은 하나의 은하가 태어나고 진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주변 환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지를 말해줍니다.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은하의 형태-밀도 관계(morphology-density relation)입니다. 주변의 은하 밀도가 낮은 영역에서는 나선 은하의 존재 확률이 높은 반면에, 밀도가 높은 영역으로 갈수록 타원 은하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Dressler 1980; Postman & Geller 1984; Whitmore & Gilmore 1991; Herrera & Sanroma 1997; Gomez et al. 2003; Goto et al. 2003; Blanton et al. 2005; van der Wel et al. 2010).

 

x축은 은하가 살고있는 환경의 밀도, y축은 은하 타입에 따른 비율. 밀도가 높은 곳일 수록 타원은하의 비율(빨간색)이 높아집니다.
x축은 은하가 살고있는 환경의 밀도, y축은 은하 타입에 따른 비율. 밀도가 높은 곳일 수록 타원은하의 비율(빨간색)이 높아집니다.

 

주변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은하의 형태 차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밀도가 낮은 영역에 주로 분포하는 나선 모양의 은하는 밀도가 높은 영역에 주로 분포하는 타원 모양의 은하에 비해 그 색이 푸릅니다. 별의 생성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나이도 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은하의 형태-밀도 관계는 은하가 속해 있는 환경이 은하가 가진 특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합니다. 

형태-밀도 관계와 같이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동일한 은하단에 속한 은하들에서도 은하단의 바깥쪽으로 갈수록 푸른 은하들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Thomas 2002; Aguerri et al. 2004). 이는 은하단 내부의 강한 중력(혹은 중력 포텐셜)과 한정된 공간에서 은하가 많아 은하 밀도가 높은 은하의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타원은하 (Ellipticals), 나선은하 (Disk Galaxies), 그리고 불규칙은하(Irregular)의 예, Credit : Illustrious Project (http://www.illustris-project.org)
타원은하 (Ellipticals), 나선은하 (Disk Galaxies), 그리고 불규칙은하(Irregular)의 예, Credit : Illustrious Project (http://www.illustris-project.org)

 

모의 실험으로도 확인

또한 연구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다체모의실험(N-body simulation)으로 극단적으로 밀도가 높은 은하단(cluster of galaxies)을 관측해 다양한 주변 환경 효과들이 제시되었고 검증되었습니다.

은하단 내부에서는 밀집된 은하들의 근접 접근 (Flyby encounter), 혹은 은하 간의 병합 (galaxy merger)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Sinha & Holley-Bockelmann 2013; Moore et al. 1996; Moore et al. 1998), 뜨거운 intracluster medium과 은하와의 상호 작용인 ram-pressure stripping이 일어나 은하의 형태를 변화시킵니다(Gunn & Gott 1972; Abadi et al. 1999; Vollmer et al. 2004). 이 과정에서 은하 내부의 가스는 주변 공간으로 떨어져 나갑니다. 때문에 더 이상의 별이 생성되지 않게끔 억제하는 방향으로 은하를 진화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Larson et al. 1980; Weinmann et al. 2006; van den Bosch et al. 2010).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이러한 현상들은 거대한 은하단이 아닌 작은 규모의 은하, 즉 헤일로 안에 속한 위성 은하들에게서도 일어나며, 그로 인해 위성 은하에서 별 생성이 억제되는 것도 발견하였습니다(Gutierrez et al. 2006; Weinmann et al. 2010; Pasquali et al. 2010; Peng et al. 2012; Wetzel et al. 2013).

 

 

은하 색이 바뀐다

2014년도 국내 연구진이 KISTI의 슈퍼컴퓨터와 다체모의시뮬레이션(N-body simulation) 프로그램인 Gadget2 이용하여 두 은하가 스쳐가는 현상을 연구하였습니다. 이를 은하 간 근접 비행 (Galactic Flyby)이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두 은하가 병합하지 않고 스쳐지나만 가더라도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별생률 (SFR : Star Formation Rate)이 높아집니다. 두 은하사이의 중력에 의해서 가스들이 뭉치는 경향이 강해지고 젊은 별들이 마구마구 새로 태어나는 것이죠. 이런 은하들은 다른 은하들과 비교했을때 좀 더 푸른색을 띤 젊은 은하로 변모합니다. 서로의 스침만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은하의 색을 바꾼 것이죠.

 

모양(morphology) 도 달라진다 

우리 은하나 잘 알려진 안드로메다 은하는 옆에서 봤을 때 납작하다 하여 원반 은하로 구분합니다. 납작한 은하들의 특징은 말 그대로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납작한 은하의 바깥 부분이 알파벳 ‘S자’처럼 혹은 ‘U자’처럼 휘어있다고 합니다.

 

S자 모양의 은하
S자 모양의 은하

 

은하를 이루는 것은 수많은 별들의 집단입니다. 이들은 중력으로 서로 묶여 있습니다. 하지만 결속력이 우리가 생각하는 고체만큼 단단하지 않아 그 움직임이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은하가 충돌할 때도 그렇지만 두 은하가 서로 근접 비행을 할 때에도 결속력이 약해지고 은하의 모양이 뒤틀리게 되는 겁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al Jounal)에 게제됐습니다.

 

은하, 은하군 그리고 은하단

현대 우주론은 은하가 초기우주 암흑물질의 미세한 밀도 요동 속에서 태어났다고 정립된 상태입니다. 현재 우리은하가 있는 바로 이 우주공간 근처의 미세한 암흑물질 밀도요동이 발전했고, 수많은 작은 암흑물질 하부구조들(substructures)이 만들어집니다. 이들이 만든 중력이 주변의 바리온(Baryon, 암흑물질을 제외한 모든 물질)을 끌어들여 수없이 많은 작은 가스 구름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가스구름의 군집도가 높았던 곳은 가스들이 대량으로 한 지역으로 모여 우리은하와 같은 대형은하들이 만들어졌고, 군집도가 낮았던 주변에서는 작은 은하들이 만들어졌다는 게 학계 최신 이론입니다.

보통 은하들은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 그 정도의 차이에 따라 은하군(groups of galaxies)이나 은하단(clusters of galaxies)으로 구분합니다. 은하군의 경우 총 질량이 2×1013 M◉/h 에 보통 50개 내외의 은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크기는 1.4 Mpc/h 정도이고, 은하들의 속도분산은 150 km/s입니다. 반면에 은하단의 경우에는 수백개에서 수천개의 은하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으며 총 질량은 1015 M◉/h, 크기는 6 Mpc/h 정도로 추산되고 속도분산은 800 km/s 에서 때로는 1000 km/s를 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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