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둘레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
지구 둘레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
  • 김영돈
  • 승인 2016.05.14 20:10
  • 조회수 48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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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둘레가 알고 싶었던 남자

 

BC 200년 경 막대기 하나로 지구의 둘레를 계산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라토스테네스입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연구소인 뮤세이온(museion)을 관리하던 학자였고 지도와 지리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지구의 둘레 길이를 잴 방법을 떠올렸죠.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출간한 <지식의 책>을 살펴보면 이에 관한 일화가 등장합니다.

 

북반구에서 해가 가장 높게 올라오는 날인 ‘하지’에 에라토스테네스는 시에네(아스완) 지역 한 우물에 주목했습니다. 그 우물을 들여다보면 해가 보였다고 합니다. 태양이 머리 위에 수직으로 떠있다는 얘기인거죠. 그런데 같은 날 알렉산드리아 지역에 세워놓은 막대기에는 그림자가 생겼습니다. 두 도시는 5000스타디아, 약 800k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두 가지 가정

 

에라토스테네스는 이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렇다 할 첨단 장비나 도구는 없었지만, 그는 두 가지 가정을 통해 지구 둘레의 길이를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는 ‘태양의 빛 줄기들은 지구로 평행하게 도달한다’였고 두 번째는 ‘지구는 완벽한 구 형태다’였죠.

 

먼저 첫째 가정은 당시에는 기정 사실로 여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빛은 직진만 하지 휘어진다는 생각 자체를 그 당시에 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 이후에야 시공간이 휘어져 그 시공간을 지나는 빛도 구부러져 보일 수 있음을 알게 됐다는 점을 감안해서 입니다. 또한 태양은 지구에 비해 아주 크고 또 먼 곳에 있습니다. 따라서 그림과 같이 지구로 도달하는 태양광은 거의 평행을 이룬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태양 빛을 하나의 직선으로 생각하면 수많은 평행선이 지구를 향해 그려져 있는 셈입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가정은 서로 다른 지역에 세워놓은 막대기의 그림자 길이가 다르다는 점을 통해 쉽게 파악했습니다.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모든 지역에서 그림자 길이는 같을 겁니다. 

 

이 두 전제를 바탕으로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 둘레를 계산했습니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풀이 과정

 

에라토스테네스는 먼저 지구를 대신할 원(O)를 그렸습니다. 그 다음 하지 날 정오에 시에네의 우물에 비친 태양빛(A)을 선으로 표현했습니다. 같은 날 알렉산드리아에 세워 놓은 막대기의 끝과 그림자 끝을 이은 선(B)을 그렸죠. 두 선은 태양빛이기 때문에 평행합니다. 또한 알렉산드리아의 막대기를 따라 선 (C)를 그었습니다. 두 선 사이에는 각도(a')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A와 C를 원 안쪽을 향해 길게 연장하면 결국 중심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는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의 각도(a)가 됩니다. 이제 그림에는 지구 중심에서 시작하는 부채꼴이 생겼습니다. 지구를 케이크라고 생각한다면 조각 케이크가 만들어진 겁니다. 이제 케이크가 몇 도로 잘렸는지 알아내면 케이크 둘레의 길이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한 조각의 둘레는 800km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죠. 

 

부채꼴의 바깥쪽 부분을 ‘호’라고 부릅니다. 호의 길이는 중심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죠. 케이크를 90°로 자르면 4조각으로 나뉘고 30°로 자르면 12조각으로 나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또한 직선 하나가 평행선 두 개와 만나서 이루는 사이 각의 크기는 같습니다. 이에 따르면 태양빛이 막대기와 만나서 이루는 각도가 곧 부채꼴의 각도가 되는 것입니다. 태양빛은 평행 광선이므로 막대와 그림자의 끝이 이루는 각의 크기는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가 지구 중심에서 이루는 각의 크기와 엇각 관계로 같습니다. 

 

에로토스테네스는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막대의 그림자와 막대가 이루는 각의 크기를 측정했습니다. 막대와 그림자 끝이 이루는 각의 크기는 7.2°였습니다. 이는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가 지구 중심으로부터 이루는 각의 크기도 7.2°라는 말이죠. 360°의 1/50이죠.

 

그렇다면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에네까지의 거리가 약 5,000 스타디아일 때 지구의 둘레는 50배인 약 250,000 스타디아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는 현재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40,234km입니다. 미항공우주국이 명시한 지구 적도 둘레 40,030km와 비교해도 오차가 크지 않습니다.

 

약간의 오차

 

에라토스테네스가 측정한 지구의 둘레 길이에 오차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지구는 완벽한 구가 아닙니다. 적도 쪽이 극지방에 비해 조금 더 두꺼운 타원이죠. 또한 스타디온(스타디아의 단수형)은 정확한 수치를 가진 단위가 아닙니다. 1스타디온은 600포데스이며, 포데스는 성인 남성의 발 크기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국가마다 그 길이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실제 시에나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에는 약 3도의 경도 차이가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이를 몰랐기 때문에 두 도시를 같은 경도에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했습니다. 정확한 경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정교한 시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시엔 불가능에 가까웠고 어쩔 수 없이 오차는 있었을 겁니다.

 

우리도 당장 할 수 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측정법은 오늘날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승언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금은 다른 더 좋은 방법들이 있다"면서도"(에라토스테네스의 방법은)두 지점이 같은 경도 상에 있을 때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는 아주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현대에는 측지법도 발달했고 위성 GPS를 이용해 보다 정확한 위도와 경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젠 과거보다 정확하게 지구 둘레를 측정할 수 있죠.

 

같은 원리를 적용해 서울과 광주 사이의 거리로 지구 둘레 측정, 물론 오차는 있다
같은 원리를 적용해 서울과 광주 사이의 거리로 지구 둘레 측정, 물론 오차는 있다

하지만 기술도 장비도 부족했던 고대에 몇 가지 가정과 계산만으로 지구의 둘레를 구했다는 일화는 흥미롭습니다. <이웃집과학자> 이웃님들도 지도를 펴고 같이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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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awaj 2019-02-03 18:54:21
500km떨어진 두 지역에서 같은 시각에 그림지길이를 잴수있는 방법이 고대에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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