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가 무섭다?! '가위눌림'
잠들기가 무섭다?! '가위눌림'
  • 정기흥
  • 승인 2016.06.04 19:00
  • 조회수 78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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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불청객

 

헨리 푸젤리의 '악몽'
헨리 푸젤리의 '악몽'

20대 A씨는 학창 시절 수업이 끝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거실에선 부모님께서 TV를 시청하고 계셨죠. 스르륵 눈이 감길 때 쯤 그녀는 온몸이 저릿저릿 하며 힘이 풀리는 걸 느낍니다. ‘가위’에 눌린 겁니다. 겁을 먹고 떨고 있는 와중에 거실에 계시던 그녀의 어머니가 방에 들어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땋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문득 느껴지는 이질감에 온 몸에 소름이 끼쳐왔습니다. 어머니는 사람이 앉을 수 없는 공중에 앉아 계셨습니다. A씨는 필사적으로 거실에 있는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올 리 없었죠. 어머니 귀신은 싸늘하게 웃으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못 들어”. A씨는 기절하듯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B씨(30대)는 평소에도 가위에 잘 눌리는 체질입니다. 어느 날 잠을 자던 중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가위에 눌렸습니다. 평소엔 가슴 위에서 방방 뛰는 애기 귀신, 뭔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는 할머니 귀신, 천장에 매달려 혀를 B씨의 눈 앞까지 축 늘어뜨린 귀신 등 별의 별 귀신을 다 보았지만 그날은 왠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단지 깜깜할 뿐이었습니다. ‘뭐지 오늘은 아무것도 안보이려나’라고 생각한 순간 시야에 빛이 조금씩 어른거렸습니다. 이상함을 느끼고 겨우 눈동자를 옆으로 돌려 보니 B씨의 코 앞에 입이 귀에 걸릴 듯 찢어지게 웃고 있는 귀신이 있었습니다. B씨가 어둡다고 생각했던 건 귀신의 머리카락이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인 거죠. 

 

한 포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위 눌림 경험담입니다. 안 눌리는 사람은 안 눌리는 데 눌리는 사람들은 꼭 한 번쯤은 저런 무시무시한 가위에 눌려 식은땀 흘려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스트레스 충만한 학창시절 특히 이런 경우가 많은 편인데요. 가위눌림은 정확하게 무엇일까요. 왜 눌리고 저 귀신은 도대체 왜 나오는 걸까요.

 

가위눌림?

 

우선 사전적 정의를 보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가위눌리다’를 ‘자다가 무서운 꿈에 질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다’라고 정의합니다. 무서운 꿈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데요. ‘가위눌림’을 겪는 사람 중엔 무서운 꿈 없이 몸만 마비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가위눌림에 대해 소개한 '동의보감 잡병편'
가위눌림에 대해 소개한 '동의보감 잡병편'

동의보감에서도 구급(救急, 갑자기 죽는 병)중 하나로 가위눌림을 다룹니다. 귀염(鬼魘)이라고 부릅니다. 귀신이 압박한다는 뜻인데요. “잠들었을 때는 혼백이 밖으로 나가므로 가위에 눌리는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이때에 약한 사람은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하고 기절까지 하게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서양에서도 올드 헤그(old hag)라 하여 수면 중인 인간을 공격해 신체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초자연적 존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정리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위눌림현상은 ‘의식은 있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의학으로 본 ‘가위눌림’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의학적으로 가위눌림 현상을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 합니다. 잠을 자는 도중에 몸이 마비된다는 건데요.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잠잘 때 우리 몸에 생기는 변화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렘수면과 비-렘수면 주기, 표시된 렘수면기 외에는 모두 비-렘수면기 입니다
렘수면과 비-렘수면 주기, 표시된 렘수면기 외에는 모두 비-렘수면기 입니다

대한수면연구회는 공저 <수면혁명>에서 수면마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합니다. 잠을 잘 때 우리 몸은 ‘렘(REM, Rapid Eye Movement)수면기’와 ‘비-렘수면기’를 번갈아 겪습니다. 영어 단어가 말해 주듯 렘수면 상태에는 눈을 뜨고 앞을 볼 때와 같이 눈동자가 움직입니다.

 

이때 우리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눈동자를 움직이고 숨을 쉬게 하는 몇몇 근육 외에는 온 몸의 긴장이 풀려 마비 상태로 휴식을 취하게 됩니다. 그리고 비-렘수면기가 되면 다시 마비가 풀리죠. 수면시 두 상태를 반복하며 우리 몸은 마비가 되었다 풀렸다 합니다.

 

그런데 가끔 몸이 마비되는 렘수면 상태에서 의식이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뇌는 잠을 깼지만 근육은 미처 이를 따라 가지 못하고 그대로 마비되어 있는 겁니다. ‘수면마비’상태 입니다.

 

수면마비와 환각의 이유

 

수면마비는 스트레스나 피로가 누적되어 수면 질이 떨어질 때, 혹은 수면이 부족하거나 규칙적이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합니다. 귀신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등의 환각이 생기기도 하죠.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의학적으로도 명확하게 다 밝혀지진 않았기 때문인데요.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정신의학과와 서울대학교병원 수면의학센터는 공식 홈페이지에 수면마비의 원인과 증상을 소개하며 ‘뇌가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환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힙니다.

 

이와 관련해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대한 심리적 공포감이 환각으로 나타난다’, ‘가위에 눌리면 귀신을 본다는 평소의 인식이 환각을 만들어 낸다’, ‘어두운 환경과 비몽사몽한 상태가 주변 사물을 귀신으로 착각하도록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가위를 피하려면

 

가끔 눌리는 가위에 지레 겁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수면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면마비증상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다만 ‘너무 자주 지속된다면 다른 수면 질환이 의심되므로 병원을 찾아 진단 받는 게 좋다’고 하네요.

 

한편 동의보감에서는 “가위가 눌린 사람을 깨우려고 불을 켜거나 갑자기 부르면 흔히 죽을 수 있다”고 당부하며 “오직 그 사람의 의 뒤꿈치나 엄지발가락을 깨물면 풀릴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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