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화장품??

 

“깨끗한 피부를 꿈꾸시나요? 지우개 화장품이 이뤄드립니다.”

 

광고 카피만으로도 얼굴의 모공과 잡티들을 지우개처럼 지워줄 것만 같군요. '지우개 화장품' 들어보셨습니까? 정말 지우개로 만드는 건 아닙니다. 깨끗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돌려준다고 해서 소비자들 사이에 ‘지우개 화장품’이란 별칭이 붙었습니다. 몇몇 사용자들은 제품 사용 후, 자신의 여드름 흔적이 줄어들었다는 사용 후기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피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0대들도 화장품을 자주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능성 화장품들은 어떠한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는 걸까요. 청소년까지 쓰는 상황인데 괜찮긴 한 걸까요?

 

사용하는 방법은?

 

‘지우개 세럼’이라는 별명으로 돌풍을 일으킨 한 제품은 다음과 같은 사용 순서를 제시합니다. 토닉으로 피부결을 정돈하고, 잡티를 케어할 수 있는 세럼을 바른 뒤, 피부를 감싸서 외부자극으로부터 보호하고, 유효성분을 흡수해주기 위해 크림을 바르는 순입니다. 순서만 보면, 기초 화장품을 바르는 순서(토너-에센스-크림)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까?

 

위 사진은 여드름 흔적을 완화해주어 일명 ‘지우개 크림’으로 인기를 얻은 제품의 전성분입니다.

 

도대체 무슨 성분들인지 일반인들은 알 길이 없습니다. 이 성분들, 피부에 어떤 기능을 하는지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 피부 보습제: 정제수, 글리세린, 쉐어버터, 마치현추출물, 감초추출물

* 피부 컨디셔닝제: 부틸렌글라이콜, 나이아신아마이드, 병풀추출물

* 피부 유연화제(각질 유연화제): 베타인살리실레이트, 이소노닐이소노나노에이트, 사이클로펜

 

타실록산, 사이클로헥사실로산

 

다음과 같이 위 제품은 대체로 피부에 세 가지 기능을 작용할 수 있는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발진? 문제는 스테로이드!

 

화장품 성분 중 감초추출물을 보죠. 감초로부터 얻는 물질 중 하나는 '글리시리진산'이라는 성분입니다. 이 물질은 스테로이드 기능과 유사하게 작용하는 물질로, 항염증작용과 항스트레스 작용을 합니다. 때문에 피부의 흔적을 지워주는 화장품에는 항염증 작용을 할 수 있는 감초추출물이 미량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스테로이드 유사 물질이면서도 소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혹 드라마틱 하게 피부 잡티를 없애주는 제품이 실제로 있습니다. 이 중에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제품들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스테로이드 성분을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세 개의 육각형 링과 한 개의 오각형 링의 특유한 화학구조를 기반으로 다양한 잔기를 가지고 있는 화합물입니다. 모두 우리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성호르몬, 비타민D, 부신피질, 쓸개즙산 등이 스테로이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스테로이드는 ‘스트레스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졸(Cortisol)입니다. 우리 몸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일 때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관련돼 있어서 항염증과 항알레르기 작용에 관여하기 때문에 과하게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염증으로 인한 피부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 염증 자체를 치료하기보다는 면역 기능을 멈추게 한다고 합니다. 가려움도 없애고, 염증도 생기지 않게 합니다. 이러한 원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피부를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보이는 겁니다.

 

문제는 이스테로이드 성분이 화장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긴 시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화장품은 이용자가 한 번 효과를 보면 꾸준히 사용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렇게 되면 피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최용범 교수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모세혈관 확장, 발진 등 피부조직 위축, 안면홍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면역 기능을 저해하는 스테로이드 효과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게 되는 경우 피부 면역 기능이 감소 될 수 있습니다.

 

지우개 화장품, 쓸까 말까?

 

“그의 뒷모습까지 지켜보아라”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인다는 제품이라면 뒷면을 확인하시고 사용하시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바르고 자기만 해도 여드름 흉터나 잡티가 사라진다는 획기적인 화장품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고, 장기간 사용하는 화장품이란 특성 때문에 스테로이드에 노출된 사람들의 부작용이 속출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구입 전 화장품 성분을 확인하고 사용하시는 것이 부작용을 피하는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잡티를 한 번에 제거해주고, 주름을 없애주는 '기적의 크림'이 정말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누구나 깨끗하고 맑은 피부, 가지고 싶죠. 이를 위해 집에 가면 항상 깨끗하게 세수하고 숙면을 취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화장품에 의존하는 것보다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게 피부 톤뿐만 아니라 인생을 건강하게 변화시킨다는 건 상식이니까요.

 

광주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이연우(kigasu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