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올해 6월 미국의 <Science>에 새들의 ‘썸’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유리명왕을 감상에 젖게 만들었던 새들의 ‘썸’. 거기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요.
냄새로 짝을 유혹하는 새

새들은 일반적으로 아름답고 화려한 그들의 깃털이나 듣기 좋은 노래로 이성을 유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Science> 온라인판에 발표된 Patrick Monahan의 기사는 조금 다른 방식을 가진 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dark-eyed junco입니다. 이 새는 특이하게도 ‘냄새’로 상대방을 유혹하는데요. 이 새를 연구하는 미국 미시간주 대학의 Danielle Whittaker는 2013년 9월 미시간주 대학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에서 “새들의 시각과 청각에 비해 후각은 그동안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그녀는 이 새가 수컷은 ‘수컷 다운’, 암컷은 ‘암컷 다운’냄새를 진하게 풍길수록 짝짓기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새의 ‘냄새’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보도자료를 보면 냄새의 근원지를 ‘꼬리샘’이라 설명합니다. 꼬리샘은 이름처럼 새의 꼬리 바로 위에 있는 분비 기관입니다. 새들은 여기서 나오는 유분을 부리에 묻혀서 온 몸에 펴 바르며 깃털을 다듬고 치장을 하죠. 이 유분이 풍기는 냄새가 그들의 짝을 유혹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일종의 ‘향수’라 볼 수 있겠네요.

‘박테리아’ 합동작전
dark-eyed junco는 그 ‘향수’를 혼자 만들지는 않습니다. 꼬리샘에서 나오는 화학물질과 ‘박테리아’가 만나 완성된 ‘향수’를 만듭니다. 연구자들은 새의 꼬리샘에 항생제를 투여했더니 박테리아가 죽어 냄새의 농도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dark-eyed junco는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해낸 화학 물질이 아니라 ‘박테리아’와의 합동작전을 통해 만든 체취로 상대방을 유혹했던 겁니다. 이는 지난달 미국의 Austin지역에서 개최된 Evolution Conference에서 발표됐습니다.
‘될 놈은 된다’라는 말이 있죠. 어떤 새는 미물과 함께 만든 냄새로도 짝을 만드는데 어찌하여 기자는 ‘ASKY(안생겨요)’저주에 걸린 것 마냥 홀로 쓸쓸히 여름을 나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