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질병 유전자가 삭제되었습니다”
“당신의 질병 유전자가 삭제되었습니다”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6.07.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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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유전자 가위 기술 

미래는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건강 검진이 시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위로 원하는 부분을 자르듯 원하는 유전자 서열을 자를 수 있다 해서 이름 붙은 ‘유전자 가위’ 기술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유전자 가위 기술은 2011년과 2013년에 각각 권위 있는 학술지 <Nature methods> 와 <Science>에 올 해의 실험 기법(Method of the Year)과 올 해의 혁신적인 기술(Breakthrough of the Year runner-up)로 선정됐습니다. 유전자 질환 치료나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복원할 수 있다는 상상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유전자 가위, 무엇을 자르는가?

 

유전자 가위는 DNA(염기서열)의 특정 서열을 자르는 도구입니다. 단백질과 제한효소 절단 서열을 연결하여 만듭니다. RNA와 단백질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특정 서열을 자르도록 유도합니다. 

DNA는 핵 안에서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물질인데 4개의 염기(A,T,G,C)서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는 32억 쌍으로 이루어진 DNA염기 서열 내에서 단백질 합성이 가능한 특정 정보 부분을 타깃 삼아 자르는 겁니다. 

내 몸안의 DNA가 잘리는데 이상이 생기진 않을까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놀랍게도 우리 몸 안에서 DNA는 매일 손상 되었다가 복구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때문에 유전자 가위가 DNA 특정 서열을 자르더라도 DNA 복구를 담당하는 단백질들이 잘려나간 부분을 메꾸거나 붙입니다. 이러한 '수선'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요.

 

비상동말단연결, 출처 Griffith et al(2004)
비상동말단연결, 출처 Griffith et al(2004)
상동재조합, 출처 Griffith et al(2004)
상동재조합, 출처 Griffith et al(2004)

먼저 에러수반교정시스템(비상동말단연결:Non-homologous end joining) 방법입니다. 잘려나간 염기 서열 끝 부분을 수선한 후, 말단 부분을 연결하여 수선하는 방법입니다. 일부 서열이 소실될 가능성 있는 부정확한 수선 방식입니다. 

두 번째로는 유사한 염기 서열을 수선의 주된 틀로 이용하는 에러없는교정시스템(상동재조합:Homologus Recombination) 방법입니다. 정보를 복원할 때,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마주보고 있는 상보 서열(A와 T가 결합하고 G와 C가 결합하는데 A의 상보 염기를 T, G의 상보 염기를 C로 봅니다.) 정보를 이용하거나, 자매 염색분체 정보를 이용합니다.

 

유전자 가위로 고의적인 손실을 만든 경우에는 유사한 'donor DNA(세포에서 분리한 DNA 또는 인공 합성 DNA)'를 도입해 수선 효율을 높이기도 합니다. 세포 내에서 수선이 일어날 때, 보통은 주형 가닥 정보를 사용하지만 만약 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면 최후 수단으로 에러수반교정시스템을 이용하여 수선을 하는 방식으로 DNA 서열이 복구됩니다.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최근 등장한 크리스퍼(CRISPR)는 새로운 세대의 유전자 가위입니다. 사람 이름 같은 크리스퍼는 사실 ‘Clustered Regularly-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주기적으로 간격을 띠고 분포하는 짧은 회문구조 반복서열)’의 약자입니다. 박테리아 유전자에서 반복하는 특이한 회문구조를 이야기합니다. 

회문구조는 DNA에서 염기서열이 역순으로 배치되는 구조입니다. 쉽게 얘기해 5’을 따라 읽으면(A방향 혹은 B방향) 두 가닥 모두 동일한 염기 서열을 갖는 것을 얘기합니다.

 

회문구조의 예
회문구조의 예

크리스퍼는 기존의 1세대의 낮은 절단 성공률, 부정확한 DNA 서열 절단의 단점과 2세대의 높은 DNA변이 생성 확률 단점을 보완한 제 3세대 유전자 가위입니다. 크리스퍼유전자가위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외부 DNA가 박테리아로 들어오면 삽입된 외부 DNA를 자신의 DNA로부터 잘라내어 사멸을 방지하는 면역 시스템을 차용한 가위입니다. 

가이드 RNA(gRNA)와 Cas9 단백질 복합체로 이루어졌습니다. 표적으로 삼고자 하는 DNA 염기 서열의 상보되는 서열 쪽으로 gRNA가 결합하고, Cas9 단백질이 특정 서열(Protospacer adjacent motif(PAM))을 인식하여 PAM위 쪽 서열을 자릅니다.

 

CRISPR작동원리, 출처 UC Berkely, Mint Research
CRISPR작동원리, 출처 UC Berkely, Mint Research

제 3세대 유전자 가위는 그간 개발된 가위 중 가장 제작이 용이하고 저렴할 뿐 아니라 정확성과 효율성 또한 높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CRISPR/Cpf1’이 개발되었는데, 이전의 Cas9 단백질 복합체보다도 높은 정확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 3세대 유전자 가위 어디에 쓰나 

제 3세대 유전자 가위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우선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임상에 진입하기 전 인간의 질병을 잘 반영하는 동물 모델을 구축하는 작업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동물 모델을 통해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여 임상 시험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죠. 


동물 모델은 특정 유전자가 제거된 ‘녹아웃(Knockout) 마우스’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한 마리의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제거된 녹아웃 마우스가 있다고 할 때, 암 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우스에는 암이 생성되기 시작합니다. 

이 때 암 치료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약을 투약하고 마우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합니다. 녹아웃 마우스는 몸속에서 유전자가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알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처럼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실험동물입니다. 녹아웃 마우스를 만들 때 특정 서열을 제거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면 간단하고 정확하게 동물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울산대 의대팀은 크리스퍼 Cpf1으로 생쥐 몸에서 암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유전자 ‘Trp53’의 기능을 완전히 없애는 데 성공한 사례를 보여 ‘Nature Biotechnology’에 논문이 실리기도 하였습니다.(Nature Biotechnology:Generation of Knockout Mice by Cpf1-mediated Gene Targeting)

 

개인맞춤치료에 사용되어지는 CRISPR/Cas9, 출처 Swiss Medical Weekly
개인맞춤치료에 사용되어지는 CRISPR/Cas9, 출처 Swiss Medical Weekly

만약 유전자 가위 기술이 조금 더 정확해지고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면, 맞춤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마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각기 다른 돌연변이 유전자를 스캔하고, 마우스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시켜서 동물 모델을 만들어 맞춤 약물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지요. 


유전자 가위로 '멸종 위기' 바나나를 구한다

 

바나나 멸종설을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바나나 품종 조상은 ‘그로 미셜(Gros Michel)’이란 품종이었는데요. 이 품종은 파나마 병에 걸려 멸종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품종은 ‘카벤디쉬(Cavendish)’라는 품종인데, 이 품종마저 병원균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가 바나나를 멸종 위기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간단했습니다. 바나나가 병원균에 내성을 가져서 병에 걸리지 않게 관리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성이 생긴 품종 만드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지금까지 사용된 방법은 저항성 유전자를 삽입하여 유전자변형생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GMO)을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GMO는 아직까지 안전이 완벽하게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환경유해성 평가 등 정부의 인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내성을 가진 품종을 만든다고 해도 상품화 하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높은 정확성을 보이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방법으로, 원균이 식물 내에 들어와도 균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병원균 감염에 필수적인 식물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기 때문에 GMO로 규제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품성이 있는 것은 물론, 병원균에 대한 내성을 가짐으로써 멸종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유전자 가위, '윤리 문제' 불가피

 

굉장히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 또한 존재합니다. 최근 중국 연구진들이 동물 배아나 인간 성체세포가 아닌 인간 수정란이나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교정을 시도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생명 윤리에 관한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중산대 황쥔주 박사팀은 2015년 4월, 크리스퍼를 활용한 인간 수정란 유전체 편집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교수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서 원숭이 배아를 조작했다고 보고한 바가 있었는데요. 이 기술을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분석입니다. 

중국이 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엄격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퍼를 발견한 다우드 박사를 비롯한 유수의 외국 연구자들은 인간 유전체 편집을 자제할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유전자 정보를 바꿀 수 있는 이 놀라운 기술은 양 날의 검처럼 우리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는 지금이야말로 유전자 가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광주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이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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