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바다
‘이어지지 못하는 바다’가 있습니다. 얘기만 들으면 슬픈 사연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실제 경관은 사뭇 다릅니다. 두 색깔의 바다가 하얀 거품을 경계선으로 나뉘어 있는 희귀하고도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죠. 덴마크 스카겐의 그레넨 지역 연안 바다입니다. 덴마크 관광청은 이 바다를 ‘매혹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소개합니다. 국내에도 SNS나 블로그에 이곳을 다녀온 후기를 남긴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섞이지 않는 바닷물, 비밀은 농도 차(差)!
이곳의 바다에선 주변 두 해협이 만납니다. 그레넨 지역의 서쪽을 흐르는 ‘스카게라크 해협’과 동쪽의 ‘카테가트 해협’입니다. 두 바다는 왜 이어지지 않는 걸까요. 두 바닷물의 ‘농도 차(差)’ 때문입니다. 스카게라크 해협엔 북해의 바닷물이, 카테가트 해협엔 발트해의 바닷물이 유입되는데요. 이 두 바닷물이 서로 다른 농도를 보이는 겁니다.
바닷물의 농도는 염분이 얼마나 녹아 있는지를 뜻합니다. ‘염도’라고도 하죠. 지구과학 개념서 <원서보다 먼저 읽는 영어로 지구과학>에는 그레넨 지역 바다의 염도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북해의 염도는 바다의 평균치인 3.5%보다 높습니다. 이는 북대서양에서 염분이 많은 바닷물이 흘러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물이 고스란히 스카게라크 해협까지 들어갑니다. 반면 발트해엔 육지 쪽 하천에서 대량의 담수가 유입되죠. 염도가 0.3 ~ 0.6% 정도라고 합니다. 이 바닷물은 카테가트 해협으로 흘러갑니다.
이렇게 밀도 차가 큰 두 바다가 완전히 섞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해류의 흐름은 이를 기다려 주지 않죠. 따라서 두 바다는 바로 섞이지 못하고 부딪히면서 거품을 일으키고, 그 거품은 선명한 경계선이 되어버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