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타격대] 몸에서 갑자기 불났다?!
[음모론타격대] 몸에서 갑자기 불났다?!
  • 김영돈
  • 승인 2016.07.30 17:20
  • 조회수 2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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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재가 돼버린 메리 할머니

당시 보도 되었던 Mary Reeser의 죽음, 출처: 구글 뉴스
당시 보도 되었던 Mary Reeser의 죽음, 출처: 구글 뉴스

1951년 7월, 미국 플로리다의 67세 메리(Mary Reeser) 할머니의 죽음이 지역 일간지 <St. Petersbug Times>에 실렸습니다. 기사를 보면 메리 할머니는 밤에 아파트 주인인 카펜터 부인과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다음 날 아침 재가 되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몸이 타버린 원인을 찾기 힘들었고, 할머니가 평소 즐겨 피우던 담뱃불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추측이었습니다. 메리 할머니의 죽음은 단순 화재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많았는데요. 
 

메리 할머니, 출처: Tampa Bay Times
메리 할머니, 출처: Tampa Bay Times

2005년 11월 21일 영국 BBC 뉴스가 이 사건을 재조명한 내용을 보면 할머니의 두개골은 주먹 만한 크기로 줄어들었고 몸은 새까만 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담당 경찰은 사람 몸이 이렇게 되려면 화씨 3,000도(섭씨 약 1,3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며, 할머니의 재가 발견된 집 실내의 천장과 벽만 살짝 그을리고 더 큰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사람 몸이 재가 될 정도로 타버리는 현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발견돼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자연 발화’라고도 알려져 있는 ‘인체 발화(人體發火)’ 현상입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해 ‘아는 사람은 아는’ 현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인체 발화’가 뭐야

 

영어로 ‘Spontaneous human combustion(SHC)’라고 합니다. 인체에서 불꽃이 일어나 순간적으로 몸을 태워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인체 발화 현상이 다른 화재 사건과 다른 점은 불이 시작되는 지점이 '피해자 몸의 내부'로 추정되며, 신체 주변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거의 태우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흠흠신서, 출처: 성호기념관 홈페이지
흠흠신서, 출처: 성호기념관 홈페이지

비슷한 현상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유학자 정약용이 쓴 <흠흠신서(欽欽新書)>에는 1814년 12월,  나주 지역에서 인체 발화로 추정되는 사건이 기록되어있습니다. 

불에 타 죽은 사람은 김정룡과 한 여자였습니다. 둘은 불륜 사이었는데 지금으로 치면 여관 같은 곳에서 사랑을 나누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날까지 방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고, 주인이 방문을 열었을 때는 김정룡 대신 사람의 형체를 한 숯덩이 두 개가 누워 있었습니다. 

이후에 검시관이 찾아왔지만 두 사람이 함께 불에 타서 모두 목숨을 잃은 까닭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도 특이하게 불이 옥상까지 번지지 않았으며, 방안에 화로가 있었지만 정확한 화재의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음모 아닌가?

 

대부분 인체 발화 사건의 목격자들은 타고 남은 재를 보았을 뿐 불이 붙기 시작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82년에는 영국의 지니 사핀(Jeannie Saffin)의 죽음은 달랐죠. 

2005년 BBC 보도에 따르면 지니는 저녁식사 시간에 가족들 앞에서 몸에 불이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그녀를 목격한 캐롤은 지니의 몸에서 갑자기 푸른 불꽃이 솟아났으며, 그녀가 입고 있던 옷과 부엌 일부를 태워버렸다고 증언했습니다. 

캐롤은 지니의 사촌으로 당시 61세였고 검시관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궁 속으로 빠질 뻔 했던 이 사건은 이후 그녀의 아버지가 흡연자인 사실이 밝혀지며, 경찰은 그녀가 담뱃불에 희생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그녀의 죽음은 영국 일간지<인디펜던트>에도 보도되었으며 영국에서 보고된 마지막 인체 발화 사례로 남아있습니다.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스티븐 킹의 저서 'Firestarter'
스티븐 킹의 저서 'Firestarter'

일련의 사건들 이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체 발화는 ‘신의 저주’처럼 여겨졌다고 합니다. 인체 발화는 찰스 디킨스의 단편 <쓸쓸한 집>, 스티븐 킹의 <Firestarter> 등 소설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체에 등장한 인체 발화는 상상의 산물일 뿐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편입니다. 
 

 

연소의 3요소, 출처 : EBS 원더풀사이언스 화면 갈무리
연소의 3요소, 출처 : EBS 원더풀사이언스 화면 갈무리

물체가 불에 타기 위해서는 ‘탈 수 있는 물질(가연물)’, ‘충분히 높은 온도(열)’ 그리고 ‘산소’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불이 붙는다고 해서 발화(發火)라고 하기도 하고, 열이 발생하는 화학반응이기 때문에 연소(燃燒)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물질이 산소와 열과 빛을 내며 화합하기 때문에 산화(酸化) 현상이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인체에는 지방처럼 탈 수 있는 물질이 있기 때문에 가연물은 충분합니다. 문제는 산소와 열이죠.

 

BBC는 이 점에 착안하여 1998년 <QED>라는 다큐멘터리에서 과학자들과 함께 모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인체 내부는 불꽃이 타오를 만큼의 온도를 만들어내지 못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속 실험은 신체 내부로부터 발화는 배제하고, 외부에서 가해진 열로 인해 체내 지방이 어떻게 타는지 주목했습니다. 돼지의 몸에 사람 옷처럼 천을 두르고 불을 붙였습니다. 천에는 발화를 돕기 위해 1리터의 가솔린을 뿌렸습니다. 

불이 붙은 돼지는 촛불처럼 6시간 동안 탔습니다. 지방이 연료, 겉에 두른 천이 심지가 된 셈이죠. BBC의 발화 실험은 불꽃이 시작되는 지점은 찾지 못했지만 지방에 불이 붙으면 사람의 몸을 태워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밝혀낸 것입니다. 


아직 이유는 모른다

영화 '바람의검심2'의 시시오 마코토
영화 '바람의검심2'의 시시오 마코토

하지만 몸에서 스스로 불이 나는 인체 발화의 정확한 원인은 오늘날에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연구자들은 인체 발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FBI 등의 수사 기관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사례를 설명할 만한 이론을 정립하지 못했다고 BBC 다큐멘터리는 전했습니다. 

BBC를 비롯한 해외 매체들은 자연 발화의 원인이 ‘외부의 불꽃에 의한 체내 지방의 연소’라는 관점을 가장 신빙성 있는 주장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하나의 주장일 뿐이어서 확실히 입증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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