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미치광이 과학자' 실존한다?
영화 속 '미치광이 과학자' 실존한다?
  • 김영돈
  • 승인 2016.08.22 01:15
  • 조회수 1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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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미국 시카고 근교의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약칭 Fermilab)는 2000년도부터 한 명의 학생이 두세 명의 과학자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소수 정예' 방식으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연구소 방문 전 학생들은 평소 생각했던 과학자의 모습을 간단히 쓰고 그림으로 그려보는데요.  

 

“저는 과학자들이 모두 헌신적으로 일한다고 생각해요. 약간 미친 사람처럼 항상 빠르게 말하죠.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계속 짜증나는 질문을 던져요. 다른 사람의 발상을 묻고 질문하고는 해요” 

-프로그램 참가 학생 Amy-


Amy라는 학생이 연구소에 본격 방문하기 전에 가졌던 과학자에 대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한 겁니다. Amy 말고도 많은 학생들의 그림에서 ‘흰 가운’, ‘안경’, ‘대머리’와 같은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Amy의 친구들의 견학 전에 그린 과학자 이미지, 출처 http://ed.fnal.gov/projects/scientists/index.html
Amy의 친구들의 견학 전에 그린 과학자 이미지, 출처 http://ed.fnal.gov/projects/scientists/index.html

다행히 실제 과학자를 만나본 학생들은 그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주목할 점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어느새 과학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자에 대한 이런 이미지와 선입견은 서양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라고 일컫습니다. 우리말로는 ‘미치광이 혹은 괴짜 과학자’쯤의 의미입니다. 


미디어 속 ‘매드 사이언티스트’ 

 

과학 소설과 SF 영화에서 과학자들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자신의 연구를 증명하기 위해 금기에 도전하는 식으로 그려지곤 하죠. 일반적인 과학자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하고 발명에 열을 올립니다. 스스로 ‘신이 되겠다’거나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포부로 과욕을 부리다가 자멸하곤 하는 캐릭터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소설과 영화 속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대표적인 세가지 특징을 정리해봤습니다. 


특징1.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소재로 한 동화책, 이미지 출처 : Usborne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소재로 한 동화책, 이미지 출처 : Usborne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은 연구에 필요하다면 어떠한 일이든 망설이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심지어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일도 서슴지 않죠. 

1886년 출간된 단편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이중 인격'이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입니다. 지킬은 인간에게 선과 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며 약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몸에 이를 주사하죠. 박사는 실험 성공에 도취돼 많은 약물을 투약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악한 인격 '하이드'를 통제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 자멸하게 됩니다. 


특징2. 결과물의 윤리? ‘아웃 오브 안중’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포스터 1931년 作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포스터 1931년 作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생명의 불꽃을 만드는 법을 알아냅니다. 이를 시험하겠다는 욕망에 괴물을 만들어 내고 맙니다. 

이 소설은 1931년에 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는데요. 스크린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시체를 파헤쳐 연구 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그가 만든 실험체는 처음부터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괴물로 묘사되고,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누더기처럼 기워진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징3. 남들 못하는 어려운 연구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린 고블린, 이미지 출처 : 영화 '스파이더맨' 화면 갈무리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린 고블린, 이미지 출처 : 영화 '스파이더맨' 화면 갈무리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린 고블린’도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 입니다. 스파이더맨의 악당으로 등장하는 노먼은 ‘오스코프’라는 세계 1위 과학 기업의 사장이자 뛰어난 과학자입니다. 그는 남들이 못한 연구를 성공해냅니다. 신체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슈퍼 영웅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게 해주는 약을 개발하죠. 

약물은 아직 안전성 테스트가 끝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타사와 신무기 개발 경쟁에 뒤쳐지자 조급해진 노먼은 약물을 스스로에게 투약 해버리죠. 결국 괴물이 되어버립니다. 


실존 매드 사이언티스트?

 

베르너 폰 브라운, 이미지 출처 : NASA 홈페이지
베르너 폰 브라운, 이미지 출처 : NASA 홈페이지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연구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아니냐' 논란을 일으키는 '문제적 과학자'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독일의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항공우주국 NASA 홈페이지 폰 브라운에 대한 기록을 보면 그는 NASA 설립 2년 뒤인 1960년부터 우주 개발 프로젝트에 합류해 NASA가 이룬 대부분의 업적에 기여했다고 기술돼 있습니다. 특히 NASA에서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내는데 크게 기여합니다. 

문제는 폰 브라운이 NASA에 합류하기 전 자신의 연구를 위해 나치에 협력했다는 점입니다. 나치 독일 아래 그의 연구는 V-2 로켓을 만들어 냈고 이 로켓은 독일이 영국을 공격하는데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NASA는 그가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했지만, 애리조나 대학교의 천문학 교수 톰 게렐스는 그가 나치에 적극적으로 동조했으며 미국과 사법거래를 통해 처벌을 피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학은 잘 사용하면 큰 힘과 잠재력을 지닌 분야입니다. 때문에 책임감과 윤리 의식은 필수입니다. 폰 브라운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과학자가 연구 윤리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아무리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남겼다고 해도 윤리적인 부분이 결여된 과학자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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