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맛있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치킨이 맛있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16.08.30 11:50
  • 조회수 2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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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느님은 언제나 옳다 

우스개로 경외를 표할 만큼 중독적인 맛을 지닌 치킨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먹으면 더할나위 없죠. 그런데 치킨이 유달리 맛있게 느껴지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치킨은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 후, 튀김가루 묻혀서 고온의 기름에 튀겨냅니다. 이 과정에 치킨이 맛있는 과학적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소금 밑간

 

소금은 음식을 맛있게 해줍니다. 식재료의 쓴 맛을 억제해주기 때문인데요. 미국 필라델피아의 모넬 화학감각센터 연구진은 소금이 다른 맛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혼합용액의 맛 정도를 나타낸 그래프, 출처 NATURE,VOL 387,5 JUNE 1997
다양한 혼합용액의 맛 정도를 나타낸 그래프, 출처 NATURE,VOL 387,5 JUNE 1997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에게 단 맛이 나는 당(Sucrose)과 불쾌한 맛을 내는 요소(Urea), 짠 맛인 소듐 아세테이트(Na acetate)를 각각 혹은 섞어서 제공한 후 용액의 맛이 얼마나 달거나 쓴지 물어봤습니다. 

실험 결과, 위 그래프와 같이 당과 요소를 섞은 용액을 마셨을 때보다 소듐 아세테이트와 섞어 마셨을 때 쓴 맛이 급격히 줄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연구진은 '소듐 아세테이트' 때문에 '요소'가 선택적으로 억제됐다고 풀이합니다. 소금이 맛을 선택적으로 필터링 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결론 지었습니다. 이처럼 익히기 전 치킨에 밑간을 하면서 치느님 맛의 토대가 마련된 겁니다. 


튀겨서 생긴 2가지 효과

 

최현석 셰프는 한 인터뷰에서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재료가 무엇이 됐든 기름에 튀기면 맛있다는 의미인데요.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통찰입니다. 

튀긴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먼저 '바삭한 식감' 입니다. 신경문화인류학자인 존 앨런은 <미각의 지배>라는 책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바삭한 음식에 끌린다"고 주장합니다. '바삭'하는 소리가 뇌를 자극하고 이것이 음식을 덜 질리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바삭한 음식은 곤충이다···결국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바삭한 음식에 열광하는 이유는 인류의 조상이 바삭한 곤충을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바삭한 음식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두뇌를 자극한다. 바삭한 음식은 음식을 먹을 때 입 안에서 느끼는 감각과 청각을 결합시킨다. 더 바삭한 음식을 먹을수록 음식을 먹을 때 겪는 순응 현상이 늦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바삭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는 인간의 식욕을 자극한다." -존 앨런  

인류의 조상이 곤충을 씹을 때 '바삭'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게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인데요. 분석이 썩 내키진 않지만 그럴싸 합니다.

 

무엇보다 기름 자체도 맛을 냅니다. 기름에 존재하는 지방 때문에 지방 맛으로 불립니다. 쓴 맛, 단 맛, 신 맛, 짠 맛, 감칠 맛 외에 제 6의 맛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방 맛은 온전히 한 가지 맛으로 존재한다면 맛이 없지만, 다른 식재료와 어우러질 때 본 재료의 맛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 퍼듀대학교의 리차드 매티스 영양학 교수는 기본적인 5가지 맛과 유사한 방식으로 지방도 혀의 미각 세포기관과 상호 작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도 지방 맛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피실험자들에게 쓴 맛, 감칠 맛, 지방 맛 3가지 맛만을 주어줬을 때 이들은 각각의 맛을 구분해냈습니다. 여러 가지를 조합한 용액을 통해서도 지방 맛의 존재를 알아냈습니다. 이와 같은 매티스 교수의 연구는 2015년 <Chemical Senses>에 실렸습니다. 매티스 교수는 저농도의 지방은 재료 본연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면서 소량의 쓴 맛을 첨가해 초콜릿이나 커피 등의 맛을 풍부하게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치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치킨이 쾌락을 유발한다고? 

마이클 모스의 저서<배신의 식탁>을 보면 지방은 '가공업계의 대체 불가능한 재료이며, 애용된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작가는 지방과 설탕을 마약에 비유했는데요. 설탕은 뇌를 급습해서 강타하는 필로폰과 같고, 지방은 은밀하지만 강력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아편과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뭐 우리야 마약 해볼 일 없으니 저 말이 그대로 이해되진 않습니다만 대략 어떤 느낌을 전하려는 건지 알 수 있습니다. 

치킨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매일 치킨을 시켜먹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질리지도 않고 치킨을 자주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언급한 마이클 모스가 표현한 지방에 대한 비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비만과 뇌의 변화와의 관계, 출처 NIH
비만과 뇌의 변화와의 관계, 출처 NIH

설탕이나 지방을 먹으면 쾌락 중추가 자극을 받게 됩니다. 쾌락 중추를 통해서 도파민이 분비가 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지요. 치킨 같은 고지방의 음식이 자꾸 끌리는 이유는 쾌락 중추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표적입니다. 

위의 사진은 NIH에서 제공한 일반 사람과 비만 사람의 뇌를 촬영한 사진인데요. 지방 섭취가 도파민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빨갛게 불이 들어온 곳이 도파민 수용체 밀집 정도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고칼로리 음식 섭취로 비만이 된 사람의 뇌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도파민 수용체 수가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네요. 도파민 수용체 수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비되는 도파민도 적어지는데요. 적어진 도파민 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고칼로리 지방 음식을 갈구하는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지방 섭취를 하면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해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 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또 다른 예로 2010년 <Nature Neuroscience>에서 '비만 쥐의 중독 양상 보상 기능 장애 및 강박적 섭취와 도파민 D2 수용체와의 관련성'을 주제로 고칼로리와 쾌락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실험 결과 고 칼로리 먹이에 중독된 쥐들은 전기 충격으로 고통을 가해도 강박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즉, 전기 충격을 통한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낼 정도로 음식 섭취를 통한 쾌락 자극이 더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위의 두 실험 결과를 통해서 지방은 우리 뇌를 자극해 중독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매일 저녁 메뉴로 치킨을 시켜 먹는다거나 혹은 매일 고기 섭취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은 기호에 따른다기보다는 음식이 함유하고 있는 지방 맛에 중독되어 지속적으로 찾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적당한 지방 섭취는 힘을 주고, 우리의 기분을 완화시켜 줄 수 있지만 과한 섭취는 오히려 우리 몸을 해칩니다. 적당하게 치맥라이프를 즐기는 게 좋겠죠?

 

광주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이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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