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둘기, 날아다니는 쥐(Flying Rat)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는 어느새 ‘닭둘기’라는 오명을 쓰고 도시의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취객의 토사물을 먹거나 쓰레기에서 병균까지 옮기는 만행을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집비둘기들은 하루에 1~2kg까지 섭취 가능하고 그만큼 배설량도 많은데, 이 배설물은 건물이나 자동차를 부식시킵니다. 때문에 2009년 정부는 비둘기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기도 했죠. 미국에선 ‘날아다니는 쥐(Flying Rat)’라는 은어까지 씁니다.
이런 비둘기에게도 잘 부각되지 않은 반전 매력이 있다면 어떠신가요. 잘 알려지지 않은 비둘기의 3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뇌가 섹시하다
비둘기가 험난한 도시 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건 지능 덕입니다. 조류 중에서도 상위권이죠. 2015년 <sciencedaily>에 소개된 아이오와 대학 Ed Wasserman 교수가 참여한 연구를 보면 아기, 물병, 케이크, 자동차, 꽃 등 16개 카테고리를 놓고 8장씩 128개의 그림을 비둘기에게 보여준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부리로 그림을 쪼며 카테고리에 맞지 않는 그림을 골라냈다고 합니다.
2008년 일본 게이오 대학 연구 논문을 보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인식하는 자기 인식 능력의 경우 3세 유아보다 비둘기가 더 뛰어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실제로 도시에서 비둘기는 신호등 신호를 보고 길을 건너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등 뛰어난 상황 판단 능력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원래 하늘을 잘 난다
잘 믿기진 않지만, 원래 비둘기는 우수한 비행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볼링그린주립대 Cordula V. Mora 교수 등이 2004년 <네이처>에 기고한 논문을 보면 비둘기는 기본적으로 장거리 비행에 능한 신체 구조를 가졌습니다. 장거리 비행을 하는 많은 새들이 그렇듯이 비둘기도 눈과 부리에 자성을 띤 물질을 갖고 있고 이를 이용해 지구 자기장을 읽어냅니다. 이전에는 비둘기가 후각과 자기장을 동시에 활용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뉴질랜드 연구진이 후각을 차단시킨 상태로 실험해본 결과 자기장과 시각에만 영향을 받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최대 110km/h 내외의 속도를 냅니다. 하루에 1,000km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비행 조절 능력도 정교하고 뛰어나서 공중 제자리 비행(Hovering)이나 도움닫기 없이 제자리에서 날아오르기도 가능합니다. 장소를 기억하고 돌아오는 귀소본능도 뛰어나 역사적으로 군용 전서구로 활약해오기도 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해도 통신과 정찰을 위해 비둘기는 먼 거리를 쉼 없이 비행했습니다.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
멧비둘기는 피죤 밀크(Pigeon Milk)라고 불리는 젖을 만들어 새끼에게 먹이는 능력이 있습니다. 포유류(哺乳類)만이 젖을 먹인다는 생물학적 상식을 뒤집는 사례였죠. 모이주머니 안쪽에 소낭이라는 내부기관이 있는데 여기서 피죤 밀크를 만듭니다. 1931년에 발행된 시카고 대학 연구 논문을 보면 포유류의 젖샘 자극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비둘기 몸에서는 피죤 밀크를 생성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비둘기 몸에 젖샘이 있는 것은 아니고 포유류의 젖과 성분만 비슷하다고 하네요.
멧비둘기는 일반적으로 나무 위 둥지에서 1~2마리의 새끼를 키웁니다. 어미가 부리를 벌리고 있으면 새끼들이 키스하듯이 목 안쪽의 젖을 먹습니다. 충격적인 점은 수컷도 젖을 만들고 먹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너를 어찌하오리까
여러 매력이 있어도 비둘기는 여전히 유해조수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둘기 사냥을 허가할 정도입니다. 천적을 늘리거나 거세시키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미 개체 수가 너무 많아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도시 생태계의 한 부분을 차지한 종을 갑자기 감소시키면 생태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1990년대에 스위스 바젤대학교 연구진은 바젤시에 있는 비둘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그 가운데 먹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고 도시 내 비둘기 개체수는 2년 사이에 반으로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둘기는 먹이가 부족하면 짝짓기를 덜 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살려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비둘기에게 과자를 주는 행위는 지양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대학생 기자단 김승준(tmdwns422@scientist.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