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우주망원경이 멋진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마치 두 은하가 충돌하는 모습처럼 보이는 NGC 3314의 모습입니다. 딱 보면 두 은하가 충돌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은하 하나는 뒤에 있고 다른 은하 하나가 앞에 있는데 우연히 '상대적'으로 겹친 것처럼 지구 시점에서 보일 뿐입니다.
두 은하는 서로 수백만년 떨어져 있을 거라고 분석됩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두 은하를 NGC 3314 라고 부릅니다.
두 은하가 충돌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겹쳐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우리는 지구에 앉아서 바라볼 뿐 3차원적 분포를 확인 할 수 없는데 말입니다.
가장 큰 힌트는 두 은하의 모양입니다. 은하들끼리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상호작용 하고 있다면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은하의 모양이 바뀝니다. 은하는 수많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별과 별 사이는 거리가 멀고 중력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입니다. 직접적인 접촉은 되어 있지 않은 거죠. 따라서 외부에서 힘이 전달될 경우 별들의 분포가 쉽게 바뀌게 됩니다. 은하는 별들의 집합이기에 별들의 분포가 바뀌면 결국 은하의 모양도 바뀌게 되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위 사진을 다시 한 번 볼까요. 두 은하가 일반적인 은하 모양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하와 은하는 부딪히기 전 서로 근접한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미 모양이 찌그러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충돌한다면 거대한 은하 하나로 재탄생 합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나선은하가 충돌하면 하나의 거대한 타원은하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물론 이러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겠죠.
또 다른 힌트는 새로운 별 탄생에 있습니다. 은하 간 상호 작용이 시작되면 은하 내부에 있는 가스도 영향을 받는데요. 이 때는 가스들이 서로 뭉쳐 밀도가 높아지고 결국 핵융합을 시작하게 만들어 새롭게 별들이 태어납니다. 새로 태어나는 별들은 늙은 별들과 다른 특징이 있는데 보통 그 색이 푸릅니다.
요약해보죠. 실제 두 은하가 상호작용 중이라면 1)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2) 새로운 별이 마구마구 탄생해야 합니다.
사진 속 NGC 3314 같은 경우 위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앞에 있는 은하를 NGC 3314A 그리고 뒤 은하를 NGC 3314B 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은하의 상대 속도를 봤을 때도 서로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연구진들은 말합니다. 은하의 미세한 휘어짐 같은 경우는 두 은하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작은 위성은하가 끊임 없이 큰 은하를 공전하면서 생기는 현상일 것입니다.
단순히 겹쳐 보여지는 은하라고 해서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천문학자들은 앞 은하의 중력 때문에 시공간이 휘어지고 뒤 은하의 별들로 부터 나오는 빛이 왜곡되는 현상인 미세중력렌즈에 관하여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