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거 치매 아냐?" 자꾸 깜빡하는 이유
"나 이거 치매 아냐?" 자꾸 깜빡하는 이유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16.09.29 20:00
  • 조회수 7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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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깜빡'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통화를 하면서 손에 든 휴대폰을 찾으러 다니기도 하고, 방에 들어선 순간 자신이 무엇 때문에 방에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지요. 우리는 이럴 때 '건망증'이라고 부릅니다. 의학 사전을 보면 건망증이란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어느 시기 동안의 일을 드문드문 기억 혹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장애'라고 기술돼 있습니다. 


건망증은 치매와는 달라 

깜빡 깜빡 잊는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하면 치매가 아닌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걱정과 달리 기억장애와 치매는 생리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정상인과 치매 환자의 뇌 촬영 사진, 출처 MAYO Clinic
정상인과 치매 환자의 뇌 촬영 사진, 출처 MAYO Clinic

사진을 한 번 살펴볼까요. 왼쪽부터 각각 정상인, 경도인지장애환자, 그리고 치매 환자의 뇌입니다. 두개골을 차지하는 '뇌의 부피'에 차이가 납니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 단계에 놓인 장애인데요. 판단력, 추리력, 지각 등은 정상적이지만 단순 건망증 보다는 더 자주 잊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방금 있었던 일이나 최근의 일을 까먹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에요. 

치매는 대뇌 겉부분인 피질이 손상되어 기억력뿐만이 아니라 판단력이나 지각 능력까지 상실한 상태입니다. 경미한 건망증을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를 겪고 있는 사람의 뇌가 조금 더 많이 위축되어 있죠. 사진처럼 뇌세포가 사멸되거나 뇌가 위축되는 등의 생리적 차이점이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이 앞에 장사 없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표현, 들어보셨을 겁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기억력도 감퇴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미국의 Syracuse 대학교 연구진들이 나이와 기억력 감퇴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측정 결과 나이에 따라 기억력 감퇴가 발생했습니다. 

억제 회피행동 트레이닝(Inhibitory avoidance training)이란 실험 방법을 적용했는데요. 실험 쥐를 이용해 기억 테스트를 할 때 사용하는 실험 방법입니다. 밝은 방과 어두운 방 사이에 쥐가 드나들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듭니다. 

여기에 쥐를 놓아두면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쥐의 습성으로 인해 쥐가 불이 꺼진 방으로 들어갑니다. 쥐가 어두운 방에 완전히 들어가면 쥐의 발에 전기 자극을 가하고 자극에 놀란 쥐는 어두운 방에서 빠져나옵니다. 

이러한 실험을 반복적으로 시행해 하루에서 나흘 정도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그러면 어느새 쥐 뇌리에 '어두운 방'은 '전기가 통하는 방'으로 인식됩니다. 반복 훈련이 끝나면 불 꺼진 방으로 들어가기 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는데요. 기억을 잘 하는 쥐일수록 밝은 방에 머무는 시간이 긴 양상을 띱니다.

나이에 따른 기억력 차이, 출처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112(2014)130-138
나이에 따른 기억력 차이, 출처 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112(2014)130-138

위 그래프는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한 그래프입니다. 태어난 지 두 달된 쥐, 1년된 쥐, 그리고 2년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나이가 많은 쥐일수록 밖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지는 이유: 머릿속이 복잡하기 때문에 

캐나다 몬트리올 콘코디아 대학 연구진은 흥미로운 실험을 하였습니다. 나이듦과 작동기억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하였는데요. 작동기억(Working memory)이란 하나의 사안에 대한 계산 혹은 이해 과정에 사용되는 기억능력을 이야기합니다. 

실험은 평균 연령 23세의 '저연령 그룹'과 67세의 '고연령 그룹'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개의 문장을 제시하고 각각의 문장이 의미를 갖는지와 제시된 마지막 단어가 무엇이었는지 답하게 했습니다. 실험 결과 저연령 그룹이 고연령 그룹보다 높은 성적을 얻었는데요. 이 실험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기억을 잘 못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고연령 그룹이 기억을 잘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동물 사진 8개를 연속으로 보여준 뒤 순서를 기억하게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수십여 장의 동물 사진을 보여줬는데요. 앞서 보여줬던 첫 번째 동물이 등장하면 클릭하게 하고, 두 번째 등장했던 동물이 등장하면 이어서 클릭하게 하는 작업을 반복하게 했습니다.

연령별 집단에 따라 다른 개입성 기억 에러율, 출처 The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2011, 64
연령별 집단에 따라 다른 개입성 기억 에러율, 출처 The quarterl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2011, 64

실험 결과는 고연령의 집단이 저연령의 집단보다 잘못된 아이템을 고른 횟수가 더 많았으며, 특히 이전 그림에 대한 반응 빈도가 저연령 집단보다 높았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래프를 통해서도 고연령 그룹이 저연령 그룹에 비해 에러 수가 높게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 같은 결론을 통해 연구진은 정보를 지우는 것이 작동기억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지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작동기억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나이와 상관없다! '블랙아웃'

건망증은 나이가 들어야만 나타나는 증상일까요. 나이와는 관계없이 깜빡 깜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술자리를 가진 다음 날 어제의 술 값 영수증을 보고 등골이 서늘했다는 경험담을 들어보셨을텐데요. 바로 '블랙 아웃' 현상입니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라고 얘기하죠. 일종의 기억 장애 현상입니다.

기억 형성, 저장, 그리고 회복의 기본적인 모델,출처 Atkinson and Shiffrin (1968)
기억 형성, 저장, 그리고 회복의 기본적인 모델,출처 Atkinson and Shiffrin (1968)

위의 도표는 기억 형성, 저장, 그리고 회복되는 절차를 간략히 보여줍니다. 기억 요소(시각, 청각, 후각 등의 감각 정보)가 들어오면 일차적으로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 형태로 저장됩니다. 후에 장기 기억 형태(Long-term memory)로 전환되는데요. 

음주 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장기 기억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2011년 Neuroscience지에 실린 '음주와 기억'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음 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은 알콜이 장기기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요소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기기억으로의 전환은 한 뉴런에서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시냅스의 전달 강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신호 전달 능력을 증폭시켜 이루어집니다. 이를 장기기억강화, 'Long-term potentiation'이라고 합니다. 다량의 알콜이 몸에 들어오면 해마에서 장기 기억 형성을 방해하는 스테로이드를 만들어 기억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다음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합니다.

과량의 알콜에 노출되었을 때, 해마에 있는 뉴론은 기억 형성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를 만든다. (녹색 형광, 왼쪽). 오른쪽은 알콜에 노출되지 않은 뉴론을 보여주고 있다./Kazuhiro Tokuda 출처 https://source.wustl.edu/2011/07/the-biology-behind-alcoholinduced-blackouts/
과량의 알콜에 노출되었을 때, 해마에 있는 뉴론은 기억 형성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를 만든다. (녹색 형광, 왼쪽). 오른쪽은 알콜에 노출되지 않은 뉴론을 보여주고 있다./Kazuhiro Tokuda 출처 https://source.wustl.edu/2011/07/the-biology-behind-alcoholinduced-blackouts/

연구 결과 소량의 알콜로는 장기 기억 강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네요. 어젯밤 모임이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기 위해서 우리는 적당한 양의 음주를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건망증, 개선할 수 있을까? 

나이에 따른 기억력 저하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곤 하지만 기억력 저하를 늦추거나 개선할 수 있는 방법 또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뇌를 위한 파워 푸드> 저자 닐 버나드 박사는 우리 뇌를 지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 4가지가 있다고 얘기하는데요. 비타민E, 엽산, 비타민B6, 비타민B12가 그것입니다.

 

실제로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능력들은 정상적인 노인 분들을 대상으로 엽산과 비타민B6 그리고 비타민B12를 섭취하게 한 뒤 인지 능력 개선 정도를 확인하니 많은 사람들의 기억력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더욱이 뇌 정밀촬영 결과, 비타민 B6군이 뇌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Arch Intern Med. 2007;167(1):21-30.doi:10.1001/archinte.167.1.21.).

 

닐 버나드 박사가 추천하는 비타민 섭취 방식은 음식을 통한 방법이 좋다고 하는데요. 엽산은 브로콜리,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그 외 녹색잎 채소에 들어 있으며 콩, 완두콩, 감귤류 과일에서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비타민 B6의 최고 공급원은 미정제 곡물, 녹색잎채소, 콩, 고구마, 바나나, 견과류 이며 이들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는다면 쉽게 1일 권장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광주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이연우(kigasu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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