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이식 수술, 먼 옛날에도 했다?!
안면 이식 수술, 먼 옛날에도 했다?!
  • 강지희
  • 승인 2016.09.29 09:10
  • 조회수 54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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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통째로 바꿨다

 

안면 자체를 이식하는 수술, ‘안면이식 수술’입니다. 2015년에 이 수술을 받은 패트릭 하디슨 씨의 최근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예전부터 안면 이식 수술을 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아예 얼굴을 새로 바꾼 사례는 하디슨 씨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화상을 입기 전 그의 직업은 소방관이었습니다.

2015년 안면 이식 수술을 받은 패트릭 하디슨 씨
2015년 안면 이식 수술을 받은 패트릭 하디슨 씨

2001년 그는 화재가 난 집에서 인명 구조를 하다가 지붕이 무너져 내려 머리, 목, 가슴에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는 70번 이상의 수술을 받았지만 온전한 얼굴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의 친구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안면 이식으로 유명한 메릴랜드 의과 대학에 하디슨의 사연을 적어 편지를 보냈습니다.

 

1년 후  하디슨 씨는 자전거 사고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데이비드 로드버그 씨의 안면을 기증 받아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이후 현재, 그는 재수술과 재활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으며 가족들과 수영을 할 수 있는 평범한 삶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 전해졌습니다.

패트릭 하디슨 씨의 안면 이식의 대략적인 과정 출처: If Only Singaporeans Stopped to Think
패트릭 하디슨 씨의 안면 이식의 대략적인 과정 출처: If Only Singaporeans Stopped to Think

한편, 2015년 하디슨 씨의 안면 이식 수술을 대표로 담당한 Eduardo Rodriguez 박사는 하디슨 씨의 안면 이식 수술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안면 공여자 David Rodebaugh 씨의 얼굴을 실리콘으로 덮어 가면을 만든 후 안면을 벗겨냅니다. 수술이 준비되면 하디슨 씨의 안면에 수술 부위를 표시합니다. 그 다음 하디슨 씨의 안면을 벗깁니다. 여기에 전에 만든 실리콘 가면을 덮고 덮은 부위에 맞춰 수술을 시작합니다.

 

이 수술 하나에 수천 개의 의료 도구와 백여 명의 의료진들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수술 후 이식한 피부를 안정시켜야 하는데요. 이 단계에서 혈관과 신경 등 미세 조직을 연결하는 과정이 있기에 의료진들의 꼼꼼한 손길은 필수라고 합니다.

 

안면 피부 이식술, 고대부터 있었다

 

이렇게 복잡할뿐더러 많은 인력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안면 이식술이 그 옛날 고대에도 행해졌다면 믿기십니까. 연세대 의과대학 <안면이식에 대한 최근 동향> 논문을 보면 안면 이식 수술이 피부 이식을 바탕으로 혈관과 신경을 이어 붙여 이루어진다고 설명하는데요. 최초의 안면 부분 이식 수술은 2005년 프랑스의 이사벨 디누아르 씨가 받았다고 전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피부를 기반으로 한’ 안면 부분 이식 받는 수술은 고대에도 존재했다고 합니다.

이집트 파피루스에 기록된 코 복원 수술 출처: 10 Facts about Ancient Egyptian Medicine
이집트 파피루스에 기록된 코 복원 수술 출처: 10 Facts about Ancient Egyptian Medicine

니콜라스 L. 틸니 박사의 책 <트랜스플란트 – 장기이식의 모든 것>을 보면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서도 코를 복원하는 수술이 있었다고 나옵니다. 로마 시대에는 켈수스가 사람의 피부를 이식해 얼굴의 결함을 감추거나 흉터를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전합니다.

 

가장 유명한 고대의 안면 피부이식 기록은 기원전 1,000년경 인도 외과 의사 수스루타 삼히타(Sushuruta Samhita)가 개발한 수술이라고 하는데요. 수스루타는 사람들의 피부이식을 통해 코와 귀를 복원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수스루타가 기록한 피부이식 수술 출처: 삽화로 보는 수술의 역사
수스루타가 기록한 피부이식 수술 출처: 삽화로 보는 수술의 역사

쿤트 해거 박사의 책 <삽화로 보는 수술의 역사>를 보면 인도애는 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목적으로 귀를 뚫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잘못 뚫어 귀가 병균에 감염돼 흉측하게 일그러지기도 했다는데요. 수스루타는 자신이 저술한 책 <상히타>에 뺨 부위에서 생체 조직을 떼어내 귀에 이식하고 복원하는 방법을 서술했다고 합니다.

 

<삽화로 보는 수술의 역사>를 좀 더 살펴보면 수스루타가 개발한 기술 중 가장 발달된 기술은 코를 복원하는 수술이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코에 피부를 이식을 하는 과정이 오늘날의 피부 이식 원리와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요.

 

당시의 고대 인도에서는 범죄자나 전쟁 포로들의 코를 자르는 형벌이 있었다고 합니다. 수스루타는 환자 이마의 피부 조직을 잘라 뒤집어서 잘려나간 코 위에 트럼프 카드의 스페이드 모양으로 봉합하는 방법을 산스크리트어로 서술했다고 합니다.

 

중세 시대 안면 피부 이식

 

<삽화로 보는 수술의 역사>에는 15세기에도 피부를 이식해 얼굴을 재건하는 수술이 많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시기도 고대 인도와 마찬가지로 범죄자나 결투에서 진 사람의 코를 자르는 일이 빈번했다고 하는데요. 매독 합병증으로 얼굴이 망가진 사람들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Tagliacozzi가 저술한 이마 복원 과정 출처: mental_floss
Tagliacozzi가 저술한 이마 복원 과정 출처: mental_floss

이 무렵 고대 인도에서 개발된 피부 이식 수술이 다시 등장합니다. 존 판던의 <마취제 개발에서 이식수술까지>라는 책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외과 의사 Gaspare Tagliacozzi가 수스루타의 이식 수술을 모델로 삼아 팔의 피부를 떼어 내 이마에 이식하는 수술을 개발했다고 전합니다.

 

책 <트랜스플란트 – 장기이식의 모든 것>에서는 Tagliacozzi 박사의 활약이 더 드러나는데요. 그는 복원 수술을 다루는 <이식으로 결함을 바로잡는 수술>이라는 책을 저술해 코, 입술, 귀의 기형을 바로잡는 방법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수스루타가 저술한 것처럼 팔의 어깨 쪽 부위의 피부 조직을 이식해 코를 이식하는 방법이 적혀있다고 합니다. 그는 코나 이마에 이식한 피부 조직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환자의 팔을 부목 삼아 환자의 머리에 고정했습니다. 피부 조직이 계속 혈액을 공급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도 개발했다는군요.

 

당시의 기술이 오늘날 수준에 준하는 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그 발자취 덕분에 안면 이식술이 지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안면 이식 수술이 고대와 중세를 거쳐 곰비임비 쌓여온 인류의 의학적 유산은 아닐까 조심스레 평해봅니다.

 

학생 기자단 강지희(jihee0478@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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