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따라 해볼 수 있지만 쉽게 정답을 맞히기 어려운 실험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같이 한번 보시죠.
크기, 두께, 모양이 같은 풍선 2개를 준비합니다. 하나는 주먹 두 개 정도 크기로 하나는 머리 크기 만하게 붑니다. 개폐가 가능한 밸브를 닫은 채 밸브의 양 끝에 두 풍선을 연결합니다. 여기서 문제! 밸브를 열면 두 풍선은 어떻게 될까요?
가. 큰 풍선에서 작은 풍선으로 공기가 이동한다.
나. 두 풍선 다 가만히 있는다.
다. 작은 풍선에서 큰 풍선으로 공기가 이동한다.
결과를 보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보셨나요? 작은 풍선보다 큰 풍선이 왠지 공기를 더 세게 내뿜으려 할 것 같아서 '가'를 고르진 않으셨는지요. 표준대기압 1기압 아래 멈춰 있던 풍선이니 밸브로 연결해줘도 변화는 없을 거라고 ‘나’를 고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정답은 ‘다’입니다. 영상으로 보시죠.
(급하신 분들은 1분 15초부터 보세요.)
작은 풍선에서 큰 풍선 쪽으로 공기가 이동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 실험을 본인의 책 <위험한 물리>에 소개한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베른하르트 바인가르트너는 '벡터합'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했습니다.
압력은 단위면적에 작용하는 힘이라는 정의를 갖고 있습니다. 파스칼 법칙에 따르면 평형 상태에서는 유체에 작용하는 압력이 모든 지점에서 같습니다. 그래서 밸브를 열어주기 전까진 압력이 서로 다른 두 풍선이 각각 평형, 즉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밸브를 열면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공기가 이동하게 됩니다.
이 때 고무가 당겨지는 힘인 장력은 풍선 표면을 따라 작용합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풍선에서 1제곱센티미터씩 떼어놓고 볼까요. 이 단위면적에서 작은 풍선의 표면이 큰 풍선보다 더 휘어져 있습니다. 수학적으로는 곡률이 더 크다고 표현하죠.
힘과 압력은 벡터라서 크기와 방향이 있습니다. 위 실험의 경우 압력은 면에 수직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만 더해준 겁니다. 위의 그림을 놓고 보면 큰 풍선처럼 표면이 더 평평할수록 압력에 기여하는 힘의 성분이 줄어든다는 설명입니다. 즉, 크기와 방향을 함께 고려하면 작은 풍선의 압력이 더 크다는 거죠. 풍선 불 때를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초반에 불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 때의 압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은 풍선에서 큰 풍선으로 공기가 이동한 겁니다.
'벡터합'이 실험 결과를 상당 부분 설명해 주지만 실제 계산할 때는 풍선 고무의 양이 일정해 크기가 커질수록 얇아지는 효과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시작이 반이다
간단한 실험이지만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풍선을 불 때 맨 처음이 가장 힘들다는 성질만 똑 떼어놓고 보면 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유명한 명언 ‘시작이 반이다’가 떠오릅니다.
항상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는 여러분에게 그 힘든 처음만 넘기면 그나마 일이 수월해질 거라는 위로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풍선처럼 말이죠.
학생 기자단 김승준(tmdwns422@scientist.tow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