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조약돌 발견
오랫동안 정체를 알 수 없던 이 조약돌의 비밀이 풀렸습니다. 2016년 10월 27일 목요일 마틴 브레이저 박사(Martin D. brasier)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척추고생물학 협회 모임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그 조약돌은 공룡 두개골과 피막, 뇌가 있는 두개골 안쪽 부분 화석이라고 밝힌 겁니다. 전문 용어로 엔도캐스트(endocast)라고 합니다.
1억 3천 3백만년 전에 살았던 거대한 초식 공룡으로 알려진 이구아노돈(Iguanodon) 혹은 그 가까운 종의 화석으로 추정됩니다. 이구아노돈은 천천히 움직이면서 풀을 뜯어 먹었을 거라는 분석 때문에 ‘쥬라기의 소(cow)’로 불리기도 합니다.

공룡뇌 품은 '역사적인 조약돌'
인간과 새의 뇌는 그 크기나 부피가 두개골 안에 딱 맞게 들어찰 정도입니다. 뇌의 구불구불한 주름 흔적이 두개골 안쪽에 남는 이유죠. 그러나 공룡 또는 파충류의 뇌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뇌막(meninge)이라는 튼튼한 막이 뇌를 둘러싸고 있어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고 지지합니다. 그래서 만약 두개골 안쪽 표본이 발견된다면 이러한 뇌막의 구조가 흔적 등으로 나타나리라 예상되었는데요. 정말 그랬습니다.
지금까지 공룡의 머리뼈 화석은 많이 발견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공룡의 뇌가 화석으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학자들은 뇌막 아래쪽에서 부드러운 조직이 인산칼슘으로 채워져 굳어진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주 작은 모세관들과 섬유 조직들도 찾았는데요. 이 조직들이 바로 공룡의 뇌 피질(cortex)이라고 추정됩니다.

어떻게 공룡의 뇌인지 알았을까
이 조약돌 화석을 수년 간 연구해 온 브레이저(Brasier) 박사는 전자 현미경 사진을 통해 화석 내부의 혈관 흔적들을 발견했습니다. 이 흔적들은 알맞은 직경을 가지고 뇌 혈관이 있을 법한 적절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마치 가지를 치는 것처럼 사방으로 나누어지는 구조도 확인되었습니다. 이 혈관 흔적들은 혈관처럼 내부가 비어 있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 조직이 공룡 뇌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죠.
어쩌다 뇌가 화석으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공룡의 뇌는 두개골 속에 꽉 차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두개골처럼 딱딱한 부분에 뇌가 붙어 화석이 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드는데요.
연구진들은 이 이구아노돈이 죽을 때 물구나무를 선 것처럼 거꾸로 묻혔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때문에 뇌가 위쪽으로 눌려서 두개골에 눌러 붙었다는 거죠. 또 정말 운이 좋게도 화석이 묻힐 당시 장소가 저산소 조건에, 산성인 물 속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환경은 부드러운 조직이 부패하지 않고 화석화 될 때까지 충분히 오래 보존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파악됩니다. 마치 식초에 절여진 식재료처럼 말이죠.

공룡의 지능에 대한 단초?
안타깝게도 단순히 이 화석만으로 공룡의 지능을 단정 짓기는 힘듭니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케임브릿지 대학의 데이비드 노먼(David Norman) 박사는 “정말 공룡이 뇌를 가지고 있긴 했구나” 정도만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논문의 또 다른 저자 중 한명인 리우(Liu) 박사는 이구아노돈의 뇌 크기로만 추정해 볼 때 최소한 현대의 크로커다일(crocodiles) 악어 정도의 지능을 가졌을 거라고 추즉합니다. 공룡의 지능에 대해 더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룡 뇌 화석이 필요하다는 학계 반응입니다.

다행히도 이번 뇌 화석이 발견되면서 우리는 공룡 뇌가 어떻게 생겼을지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리우(Liu) 박사는 “뇌와 같이 부드러운 조직도 충분히 보존될 수 있다” 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중에도 뇌 화석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Special Publication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London에 게재되었습니다.
<science>의 원문 기사 ‘A dinosaur’s brain, preserved in a pebble’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학생 기자단 현규환(kinggury1@scientist.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