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 바른 빵은 주로 잼 바른 면으로 떨어져
‘그저 빵에 잼을 발랐을 뿐인데 왜 항상 떨어뜨리면 잼 바른 면이 바닥에 철푸덕 닿는가’
로버트 매튜(Robert Matthews)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해보고 1995년 유러피안 물리 저널(European Journal of physics)에 소개했죠. 테이블 높이인 160cm정도에서는 높은 확률로 반바퀴를 돌고 떨어져 잼을 바른 면이 바닥에 닿는다는 물리적인 계산을 얻었습니다.
이를 실험하기 위해 9,821번 토스트를 떨어트려 6,101번이나 잼이 먼저 바닥에 닿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62.1%의 확률로 잼 바른 면이 떨어진 셈입니다.
우연히 나만 불행했던 게 아니라 잼 바른 식빵 자체가 반 바퀴 돌고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한 실험이었습니다.
고양이는 발부터 착지해
고양이는 운동신경이 좋습니다. 고양이 배를 위로 향하게 뒤집어 떨어트려보면 몸을 휙 돌려 발부터 착지하죠. 이것을 영어로는 Cat Righting Reflex라고 부릅니다. 닉 아놀드가 쓴 <과학자는 괴로워?>라는 책을 참고하면 전자기학의 아버지인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도 학생시절에 창밖으로 고양이를 뒤집어 떨어트려보며 어느 높이에서 떨어져야 제대로 착지를 못 하는지 확인해봤다고 하네요. 정작 맥스웰 본인은 고양이 실험을 안 했다고 끝까지 부인했다는 전언입니다.
‘Vnuk.D’의 2004년 논문 <고양이 고지 낙하 증후군(Feline high-rise syndrome)>을 보면 고양이의 경우 30cm이하의 높이에서는 몸을 뒤집어 제대로 착지하기 어려워하는데요. 그 이상의 높이에서는 발부터 착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더 높은 높이에서 실험을 해도 공기저항을 고려한 최대낙하속도인 종단속도(Terminal velocity)가 고양이의 경우 평균적으로 90~100km/h라서, 착지만 안정적으로 잘 하면 견뎌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높은 층에서 떨어져도 발부터 잘 착지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까지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과학자들은 두 가지 명제를 얻었습니다.
1) 식빵은 잼 바른 면이 먼저 떨어진다.
2) 고양이는 발부터 착지한다.
잼 바른 고양이 역설
그렇다면 잼 바른 식빵을 고양이에 묶어서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위에 언급한 두 명제를 합친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이 있었습니다. ‘잼 바른 고양이 역설(buttered cat paradox)’이죠. 고양이 등에 잼 바른 빵 면을 위로 향하게 묶어놓고 떨어트리면 두 명제 중 어느 것이 성립할까요. 이런 의문을 가졌던 학자들이 사고실험을 만들었습니다.
물리학적으로는 고양이가 주는 힘이 크기 때문에 발부터 착지한다는 게 현실적인 답안입니다. 하지만 이후에 고양이와 빵의 질량은 같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보는 등 두 명제를 동등하게 비교하려는 논리적인 시도가 있었죠.
여러 철학자들은 두 명제가 다 부정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옆으로 떨어진다거나, 위 그림 3번처럼 반중력이 생겨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떠있는다 등의 해학적인 답을 내놓기도 했었죠. 이런 반중력에 관한 주장은 뉴욕 라디오국의 과학 라디오 방송인 ‘Radiolab’에서 ‘중력 혼란(gravitational anarchy)’이라는 에피소드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학자들은 이 역설을 말 그대로 즐겼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사고실험의 결과에 어떤 참신한 답을 하실 건가요.
학생 기자단 김승준(tmdwns422@scientist.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