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마시면 취하지만 죽을 수도···
'ooo' 마시면 취하지만 죽을 수도···
  • 김영돈
  • 승인 2017.01.06 18:05
  • 조회수 47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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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마시고 71명이 죽었다

러시아 방송에서 보도한 문제의 보야리쉬닉(boyaryshnik)
러시아 방송에서 보도한 문제의 보야리쉬닉(boyaryshnik)

화장품을 마시고 사람이 죽었습니다. <시베리안 타임즈>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지난해 12월 29일까지 7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르쿠츠크시 보건국은 “주민들이 보드카 대신 화장용 토너, 즉 화장수를 마시고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덧붙여 “전체 중독자수는 171명이었으며 그 중 46명이 병원에서 숨지고 31명은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희생자들은 25~50세 사이의 빈곤 계층으로 알려졌는데요. 보드카가 비싸 일종의 가짜 술을 구해 마신 겁니다. 이들이 마신 화장수는 '보야리쉬닉(boyaryshnik)'입니다. 이 제품에는 메탄올과 냉동 방지제 등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도 가짜 술로 인한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고등학교 졸업 여행을 떠났던 호주의 10대 청소년이 현지에서 제조한 칵테일을 마시고 실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캐슬 출신 잭슨 터크웰(18)가 마신 술은 현지 나이트클럽에서 '블래스터'(blaster)라 칵테일이었으며 함께 있었던 친구들도 메탄올 중독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2012년 체코에서는 사망 사건도 있었습니다. <유로저널>에 따르면 메탄올로 만든 가짜 보드카를 마신 사람들중 25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술은 슬로바키아로도 밀수입 되어 술을 마신 8명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체코 보건국은 “메탄올과 에탄올은 비슷하지만, 메탄올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재료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메탄올을 주목하라

메탄올은 CH3OH의 화학식을 가지는 어는점 -94℃, 끓는점 65℃의 무색의 액체입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발행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보면 메탄올은 인간과 동물,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일반인의 소변에 포함된 평균 메탄올 농도는 0.73 mg/L라고 합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메틸 알코올’, ‘우드 알코올’ 또는 ‘메틸 수산화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C2H6O)과 메탄올은 비슷한 물질입니다. 두 물질 모두 마시게 되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취기가 오르고 잠이 옵니다. 다만 에탄올의 취기에 비해서 메탄올의 취기는 다소 약한편입니다. 

 

비슷한 물질이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릅니다. 먼저 인체에 흡수된 에탄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로 변합니다. 술을 마신 뒤 머리가 아프고 얼굴을 빨개지게 만드는 ‘숙취’ 증상을 가져오는 물질이죠. 이후에 아세트 알데히드는 아세트산의 형태를 거쳐 물과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반면 메탄올은 체내에서 포름알데히드를 거쳐 포름산으로 바뀝니다. 메탄올도 마지막엔 에탄올처럼 물과 이산화탄소가 되지만, 중간 단계에서 생기는 포름알데히드와 포름산의 독성이 아주 강해 신체를 손상시킵니다. 

 

메탄올 중독은 에탄올로 치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하는 독성 정보를 참고하면 포름알데히드는 동물 표본을 만드는 방부제로 단백질을 변성 시키는 성분이며, 포름산은 중추신경계 손상과 망막 세포 파괴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또한 포름산은 우리 몸을 산성으로 만드는 ‘대사성 산증’의 원인으로 두통, 기면상태, 설사, 혼수, 경련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메탄올이 포름산으로 바뀌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소량 중독의 경우 8시간에서 48시간 사이에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시간 동안 에탄올 또는 포메피졸을 투여하면 신체의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에탄올이 메탄올과 비슷한 알코올이란 점을 이용해 에탄올이 대사되는 동안 메탄올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유도하는 겁니다.

물론 많은 양에 한꺼번에 노출되면 빠르게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시력이 흐려지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독성 정보에는 15ml 용량을 섭취해 실명한 사례가 있으며 일반적인 치사량은 60~240ml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먹거나 노출되면 바로 병원으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의하면 메탄올은 전체 사용량의 약 40%가 다른 물질에 첨가된 상태로 유통된다고 합니다. 주로 페인트나 니스 제거제, 화장품 또는 가솔린의 생산 등  다른 화학 물질을 만들 때 첨가제로 사용됩니다. 

 

이처럼 우리 생활 전반에 가까이있는 메탄올은 잘못 취급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메탄올로 의심되는 물질에 노출되었다면 최대한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이 응급처치 방법입니다. 위세척을 통해 메탄올 흡수량을 최대한 줄이고 빠른 치료로 영구적 시력 손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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