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R, 아직도 모르세요?
ASMR, 아직도 모르세요?
  • 김영돈
  • 승인 2017.01.20 19:30
  • 조회수 8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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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집중하세요”

“이어폰을 사용하면 보다 생동감 있게 ‘ASMR’ 효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한 크래커 회사의 광고 문구입니다. 카피에 ‘ASMR’이란 단어가 보입니다. 이 광고는 제품의 외관이나 멋진 스타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시각을 자극하는 기존 광고와 달리 ‘크래커 먹는 소리’, 즉 청각에 호소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영상에는 효과음과 화려한 자막 대신 크래커 먹는 소리와 속삭이는 목소리만 들립니다.

2013년에 온라인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질레트 면도기 광고입니다. ASMR이 숨어 있습니다. 그룹 다비치의 강민경 씨를 이용자가 1인칭 시점에서 쳐다보며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상황극 중 ASMR 요소가 강조되는 구간에서 면도를 대신 해줄테니 ‘헤드폰 또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눈을 감아달라’는 식의 문구가 등장합니다. 속삭이는 소리와 면도기로 살갗을 비비는 소리가 누리꾼에게 실감나게 전달됩니다.

지난해 5월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 씨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ASMR을 선보였고, 방송인 서유리 씨도 MBC PLUS와 함께 <아주 사적인 동화>라는 ASMR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아주 사적인 동화>는 <아주 사적인 TV>의 한 꼭지로 정규편성 돼 유튜브에서는 6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ASMR?

이렇게 성큼 우리에게 다가온 ASMR이란 무엇일까요.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직역하면 ‘자율 감각 쾌감 반응’입니다. ASMR이란 용어를 정의한 ASMR Research Project의 설립자 제니퍼 앨런(Jennifer Allen)은 ASMR University 홈페이지를 통해 “ASMR은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tingle)을 주는 특정 소리 혹은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분 좋게 소름 돋는’ 소리입니다. 주로 1인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콘텐츠 형태로 유통됩니다. 해외를 비롯해 국내에도 ASMR 영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유튜버들이 있습니다. 국내 유명 ASMR 유튜버 DANA의 구독자수는 2017년 1월 20일 현재 36만 명에 이릅니다. 업로드하는 영상은 50만에서 34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ASMR University 홈페이지의 ‘History of ASMR’ 항목을 살펴보면 ASMR은 과거 2007년 미국 대체의학 커뮤니티 <SteadyHealth>에서 ‘Weird sensation feels good’란 주제로 논의된 적 있다고 합니다. 

ASMR 페이스북 그룹 커버사진
ASMR 페이스북 그룹 커버사진

2010년에 ASMR Research Project의 제니퍼 앨런(Jennifer Allen)이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로 용어를 정리했고 위키피디아에 항목으로도 추가됐습니다.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발달하면서 ASMR이나 그 요소가 담긴 인터넷 콘텐츠가 점차 확산했고 오늘날 전문 ASMR 유튜버가 등장하기까지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ASMR 시청자들은 이러한 소리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합니다. 평소 ASMR 영상을 즐겨듣는 22살 대학생 류나연 씨는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계속 듣다보니 집중이 필요할 때나 잠들 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실까요?

잠을 코오 자게 해줄 사물들 시리즈 3탄

1 Hour of Binaural Messing With Your Ears for ASMR

ASMR Soft Spoken Personal Attention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ASMR을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우려도 나옵니다. JTBC 뉴스는 일부 ASMR 시청자들이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보도하며 “의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일부 수면용품이나 ASMR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얻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완지 대학의 닉 데이비스(Nick Davis) 박사의 논문을 인용해 “ASMR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ASMR이 주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럼에도 ASMR은 ‘연구 대상’ 

 

ASMR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한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논문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ASMR): a flow-like mental state>을 보면  “ASMR 콘텐츠가 심리적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언젠가 원리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옵니다.

출처 : 이화여대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출처 : 이화여대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출처 : 이화여대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출처 : 이화여대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출처 : 이화여대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출처 : 이화여대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출처 : 이화여대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출처 : 이화여대 장세연 박진서 류철균,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

국내에서도 ASMR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2016년 8월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지>에 실린 논문 <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에는 “이어폰을 통해 듣는 행위가 시청자로 하여금 가까운 곳에서 속삭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며  “시각 과잉의 미디어 환경에서 청각 중심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실렸습니다.

배명진 교수, 출처 : EBS 프로그램 '창의교육' 화면 갈무리
배명진 교수, 출처 : EBS 프로그램 '창의교육' 화면 갈무리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ASMR 영상에 대해 “소리엔 오감에 저장됐던 쾌감을 그대로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며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 자연스레 부침개가 연상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ASMR 유튜버 DANA는 “콘텐츠 제작자들도 전문성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학문적으로나 의학적으로 ASMR에 관련된 연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 했습니다.

 

킬러 콘텐츠 진화 가능성 보여줘

CJ는 계열사인 DIA TV를 통해 DANA와 Miniyou, Soy등 국내 여러 ASMR 유튜버들과 파트너 계약 맺었습니다. DIA TV는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제작자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전문적인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도와주는 사업인데요. 미디어 업계의 공룡 CJ도 ASMR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게임이나 뷰티, 먹방 영상 등 1인 방송 콘텐츠가 르네상스를 맞은 이 시기에 ASMR 영상도 조만간 막강한 콘텐츠가 될 거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ASMR 유튜버 DANA는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ASMR 콘텐츠가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앱으로도 유통될 것"이라며 "현재는 대부분 유튜브 광고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추후 더 탄탄한 수익 구조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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