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기기 없는 세상?
현대인은 여러 가지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 PC 같은 IT 장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2014년 새해 하루 카카오톡 전송량이 55억 건을 돌파했고 계속 늘어왔죠. IT 기술 발전과 맞물려 금융권에서는 핀테크(Fintech)의 도입으로 점차 은행원을 감축하는 등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된 측면이 있습니다. 정보 통신의 대한 의존도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만약 어느날 지구상 모든 통신 장비가 먹통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로기 상태가 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가끔씩 휴대전화나 통신 장비들이 먹통이 돼버리기도 합니다. 여러 기술적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우주 차원의 대자연이 끼치는 영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엄청난 에너지 '태양풍'
태양풍이 대표적입니다. 태양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중심에서 수소 융합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에너지가 발전하고 폭팔합니다. 폭발의 부산물로 수많은 입자들이 지구를 향해 날아옵니다. 이걸 태양풍(Solar wind)이라고 합니다. 주로 전자와 양성자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에너지는 보통 1.5~10keV 입니다.
태양풍이 지구에 도달할 시점 평균 속도는 약 400km/s 입니다. 보통 300km/s ~ 900km/s 사이에 분포하고 있으며 밀도는 평균 7protons/cm^3 입니다. 밀도도 아주 작고 입자의 크기도 미세한 흐름처럼 보입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흐름'을 사람이 그대로 맞으면 신체조직을 파괴하고 DNA까지 파괴시킬 수 있습니다. 방사선의 위력 때문입니다.
방패 없으면 기계와 인류는 'GG'
그런데 지구인이 멀쩡히 잘살고 있는 건 지구의 자기권 덕분입니다. 지구는 남극쪽 N극, 북극쪽 S극으로 이뤄진 거대한 자석과 같습니다. 지구 코어(core)가 움직이면서 형성된 자기장은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잘 보호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완벽한 방패는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아주 강력한 태양풍이 폭발해 지구의 자기권과 충돌하면 자기권에 커다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주 플라즈마 폭풍으로 지구 자기권이 교란되는 현상입니다. 이 대자연 현상이 나타나면 우주 공간에 떠있는 인공위성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태양풍의 영향으로 통신위성과 과학위성 등이 고장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태양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위성의 작동을 멈추는 게 좋습니다. 통신 위성이나 기상 위성 등이 가동을 중단하면 위성을 이용하는 국가 간 통신이나 기상예보가 중단될 수 있어 실로 그 피해가 막심합니다.
우주 폭풍, 지표면에 불도 낸다
지구 표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1859년 유럽과 북미에서 약 22만5천km에 달하는 전산망이 마비되고 화재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바로 우주 폭풍 때문이였습니다. 이 사건은 영국의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Richard Carrington)이 처음 관측하면서 사상 최대의 태양 폭풍 ‘캐링턴 대폭발 사건(Carrington event)’이라고 명명됐습니다.
그로부터 130년이 지난 1989년 3월, 흑점이 또 폭발했습니다. 캐나다 퀘벡 지방에서 변압기가 타버려 9시간 동안 정전됐고 600만 명의 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인공위성이 오작동을 일으켰고 지상의 위성 통신 시스템도 작동 불능상태가 됐습니다. 이처럼 우주폭풍은 가끔이지만 지구에 물리적 타격을 직접적으로 줄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태양 활동은 11년을 주기로 약해졌다 강해지기를 반복합니다.
사실 태양활동이 아주 강해져도 우주라는 엄청난 스케일과 다양성으로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과거처럼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또 우주는 촘촘하게 관측을 할 수 없습니다. 인공위성을 띄워 지구 자기권을 관측해야 하는 한계 때문입니다. 우주 기상예보도 아직은 지상 기상예보처럼 정확하지 않죠.
하지만 조선시대와 달리 날이 갈수록 이런 우주 폭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통신 장비와 같은 기기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우주 현상에 대한 예보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대비 하지 않으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관계 당국의 조속하고 지속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필진 이승욱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석박통합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