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도 죽어가나?
우리 은하도 죽어가나?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17.03.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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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나선은하에도 새로운 별 생성이 억제 되는 경우가 있는가? Image Credit :  ESA/Hubble and NASA, CC BY
일반적인 나선은하에도 새로운 별 생성이 억제 되는 경우가 있는가? Image Credit : ESA/Hubble and NASA, CC BY

은하의 죽음?

 

우리 은하는 더이상 새롭게 탄생하는 별 없는 죽은 은하일까요? 좀비처럼 말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도 수 억년 전부터 새로운 별 생성(star formation)이 줄어 좀비 은하 상태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현상을 관측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입니다.

 

은하도 탄생과 죽음을 경험합니다. 여기서 은하의 죽음이란 은하 내부의 가스들이 더이상 별이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은하 죽음은 크게 다른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아주 천천히 수십 억년에 걸쳐서 말이죠.

 

은하 내부에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런 은하의 죽음이 은하의 모양(morphology)마저 바꾸는지는 외부 은하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의견이 분분합니다.

 

여러 증거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하나로 맞춘다면 해답에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10여년 동안 진행된 '시민과학자(citizen scientist)' 프로젝트 결과들이 큰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원래 은하는 이렇게 나고 죽는다

 

은하는 아주 역동적인 천체입니다. 엄청난 양의 가스가 은하로 유입되고 별이 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은하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먹을 게 필요합니다. 은하는 우주 전역에서 유입된 신선한 수소 가스를 먹습니다. 유입된 가스는 냉각되고 진화를 거듭하다가 납작한 원반을 이룹니다. 그 후 온도가 더 내려간 가스가 서로 뭉치고 최종적으로는 빛을 내는 별이 됩니다.

 

별도 나이를 먹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듯 별은 죽음을 맞이하고 가스를 다시 우주 공간으로 돌려보냅니다. 행성상 성운이나 초신성이 이러한 경우입니다. 거대한 별이 엄청난 폭발로 그 생을 마감하면 폭발로부터 나온 강력한 에너지가 주변의 가스를 뜨겁게 만듭니다. 가스는 뜨거우면 잘 뭉치지 못합니다. 즉, 별이 죽으면 주변 영역은 뜨거워 지고 그 영역에는 새로운 별이 온도가 다시 낮아질 때까지 태어나지 못합니다. 대부분 새 별이 탄생하는 은하는 우리 은하처럼 원반 혹은 나선 은하입니다.

왼쪽 : 나선 은하의 이미지. 나선팔에는 새로운 별들이 많이 태어나 푸픈 빛을 띠고 있다. 오른쪽: 타원 은하의 이미지. 대부분 나이 먹은 별들로 부터 나오는 붉은 빛이 보인다. Image credit : Sloan Digital Sky Survey, CC BY-NC
왼쪽 : 나선 은하의 이미지. 나선팔에는 새로운 별들이 많이 태어나 푸픈 빛을 띠고 있다. 오른쪽: 타원 은하의 이미지. 대부분 나이 먹은 별들로 부터 나오는 붉은 빛이 보인다. Image credit : Sloan Digital Sky Survey, CC BY-NC

이와는 반대로 새로운 별들이 별로 태어나지 않는 은하도 있습니다. 우리 은하와는 모양부터 다른 타원은하입니다. 생긴 것이 원이나 타원처럼 생겼다고 해서 타원 은하입니다. 타원 은하들은 상대적으로 비활동적입니다. 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은하의 별들은 태양계 행성들이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듯 상당히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타원 은하의 별들은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모양이 둥글둥글하죠.

 

타원 은하는 두 가지 중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더이상 새 별이 탄생하지 않는다.

(2) 모양 자체가 완전 다르다.

 

그런데 은하의 진화 연구에서 타원 은하와 나선 은하의 이런 극단적 차이를 연결하는 현상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겁니다.

 

기존 분석과 다른 은하가 관측됐다

 

기본적으로 은하는 두 가지로 구분 됩니다.

 

(1) 새롭게 태어나는 별들이 존재하는 푸른색의 나선 은하

(2) 그렇지 못해 색이 붉은 타원 은하입니다.

 

이것이 20세기 관측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진입해 SDSS (Sloan Digital Sky Survey)같은 성공적인 전천후 탐사가 진행되면서 푸른색 나선 은하와 붉은색 타원 은하로 분류하는 이분법적 분류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수백 만개의 은하를 탐사한 덕분입니다.

 

붉은 색을 내뿜는 은하들을 다수 연구해보니 타원 은하가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붉은 은하이지만 납작한 원반 모양을 띠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붉은 색이지만 타원 은하가 아닌 녀석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새로운 별 생성이 억제된 경우입니다.

 

반대로 푸른 색을 띠는 타원 은하도 발견되었습니다. 색을 제외한 내부 구조의 모습은 죽은 은하인 타원 은하와 매우 흡사합니다. 그러나 이 은하들은 막 새로 태어난 별들에게서 나타나는 푸른 빛을 띱니다.

 

이상합니다. 붉은색의 나선 은하(혹은 원반 은하) 그리고 푸른색의 타원 은하라니요!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은하의 진화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Galaxy Zoo allows citizen scientists to classify galaxies. Screenshot by Kevin Schawinski, CC BY-ND
Galaxy Zoo allows citizen scientists to classify galaxies. Screenshot by Kevin Schawinski, CC BY-ND

시민과학자 투입!

 

Kevin Schawinski 박사는 과거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다가 위에 언급된 이상한 은하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푸른색 타원 은하와 타원 은하의 형성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그는 일주일 내내 SDSS에서 제공한 5만 개의 은하 사진을 보고 은하의 모양을 구별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한 자동 분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사진을 하나하나 직접 보고 분류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푸른색의 타원 은하를 겨우 찾았습니다.

 

SDSS에는 백만 장 이상의 은하 사진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보고 분류하는 게 정확하지만 현실적으로 백만 장의 사진을 사람이 분석하는 건 어렵죠.

 

그래서 박사는 공동연구자들에 더해 일반 시민들을 참여시킵니다. 갤럭시주(galaxyzoo.org)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데요. 한 명이 아닌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은하 사진을 직접 보면서 은하 모양을 구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천체 사진 하나당 70명 정도가 분류했다고 합니다. 전체가 백만 장이 넘으니 참여 인원이 어느 정도 될지는 계산해보시기 바랍니다.

은하 색과 질량에 관한 그림. 새로운 별 탄생이 활발한 푸른색의 은하가 아래. 반대로 별 탄생이 억제되어 붉은색 은하가 위. 이 둘 사이 은하의 수가 부족한 곳을 그린밸리라고 함. Image Credit : Schawinski+14, CC BY-ND
은하 색과 질량에 관한 그림. 새로운 별 탄생이 활발한 푸른색의 은하가 아래. 반대로 별 탄생이 억제되어 붉은색 은하가 위. 이 둘 사이 은하의 수가 부족한 곳을 그린밸리라고 함. Image Credit : Schawinski+14, CC BY-ND

그린밸리(green valley)란?

 

백만개 은하를 분류해서 위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x축은 은하의 질량, y축은 푸른색인지 붉은색인지를 나타내는 '색' 입니다. 그림에서 등고선은 은하 수의 밀도입니다. 푸른색들의 은하들과 붉은색의 은하들이 끼리끼리 뭉쳐있습니다.

 

그런데 두 그룹 사이에 은하가 상대적으로 적게 존재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붉은색과 푸른색을 나누기 때문에 그린밸리라고 명명되었습니다. 그린밸리는 '별들이 탄생하는 푸른 은하들(blue cloud)'과 '진화가 어느 정도 진행돼 붉은 색이 된 은하(red sequence)' 사이에 존재하는 은하들을 가리킵니다. 아마도 별 생성이 진행되곤 있으나 곧 그 과정이 끝날 은하 일지도 모릅니다.

 

연구팀이 집중했던 목표물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는 은하들이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대로 새로운 별을 생성하지 못하면 죽어가는 은하인 것입니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천천히 죽어가는 은하는 나선 은하들이였고 빠르게 죽어가는 은하는 타원 은하였습니다. 은하 진화에서 별 생성을 억제시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작용하는 게 틀림 없다는 방증입니다. 별 생성에 가장 중요한 가스 유입이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은하는?

 

우리 은하 같은 나선 은하 하나가 우주에 덩그러니 있다고 가정해보죠. 가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 은하로 꾸준하게 유입이 되고 있다는 전제도 하고요. 그런데 원인불명으로 차가운 가스 공급이 갑자기 끊깁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겠죠.

 

(1) 은하가 초은하단에 빨려 들어가 초은하단 내부에 뜨거운 가스와 섞이는 경우.

(2) 은하의 암흑물질이 예상보다 강력해서 이에 빨려 들어가는 가스가 충격 때문에 뜨거워지는 경우.

 

두 경우 모두 가스 유입은 있지만 가스가 뜨거워 지기 때문에 새로운 별을 생성하기 힘들어 집니다. 참고로 별 탄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가운 가스가 아주 밀도 높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핵융합이 용이하기 때문이죠.

 

물론 은하 내부의 뜨거워진 가스 규모는 엄청납니다. 가스가 부족해서 새 별이 태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란 말이겠죠. 온도가 내려가야 별이 탄생하는데 이미 뜨거워 질대로 뜨거워진 가스가 식기까진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은하도 내부에서 새로운 별이 태어나긴 하지만 가스 온도가 높아서 제대로 별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촬영한 안드로메다은하의 일부 모습. Image Credit : NASA, ESA, J. Dalcanton, B.F. Williams and L.C. Johnson (University of Washington), the PHAT team, and R. Gendler, CC BY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촬영한 안드로메다은하의 일부 모습. Image Credit : NASA, ESA, J. Dalcanton, B.F. Williams and L.C. Johnson (University of Washington), the PHAT team, and R. Gendler, CC BY

안드로메다 은하의 경우 그린밸리의 은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별 출산률이 떨어지는데 이번 연구 결과에 비춰보면 '좀비 은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은하는 죽어갑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우주 공간을 떠돌아 다닙니다.

 

우리 은하가 그린밸리에 속해 있는지는 사실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밖에서 관찰 하는 게 아니라 숲 안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은하 전체에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모습을 관측해야하는데 안에만 있으니 불가능 합니다. 그럼에도 몇몇 연구들은 우리 은하가 푸른 능선에서 그린밸리로 낙하하는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사 원문 참조.

Kevin Schawinski 박사는 취리히공과대학교 천체물리학 조교수입니다.

오타 및 오역은 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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