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녹색 벽지' 때문에 사망?!
나폴레옹, '녹색 벽지' 때문에 사망?!
  • 박연수
  • 승인 2017.03.31 19:24
  • 조회수 8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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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ikimedia commons
출처 : wikimedia commons

어느 쓸쓸한 죽음

 

1821년 5월 6일. 남대서양에 떠있는 세인트 헬레나 섬. 쓸쓸하게 죽어간 남성이 있었습니다.

 

한때 유럽을 제패했던 나폴레옹입니다. 당시 사인은 위암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에는 많은 미스터리가 남았습니다.

 

1961년 스웨덴의 치과의사이자 내과의사였던 포르슈후드(Sten Forshuvud)은 그의 저서 <누가 나폴레옹을 죽였는가>에서 나폴레옹의 사인은 ‘비소중독’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나폴레옹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에서 정상치의 36배나 많은 비소를 발견했습니다. 나폴레옹의 비소 중독사 의혹은 이때 주목 받았습니다.

 

비소 넌 뭐니?

비소의 모습. credit : doctortalk.tistory.com/180
비소의 모습. credit : doctortalk.tistory.com/180

위 사진이 비소입니다. 토양사전을 보면 비소는 원소기호 As, 원자 번호 33, 원자량은 74.9인 비 금속 원소입니다.

 

식품안전처에 따르면 비소는 독성이 매우 강한 유독성 물질입니다. 강한 독성 때문에 암살용으로 자주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한국독성보건학회에서 발행한 <환경오염물질 비소의 체내 대사 및 인체 위해성> 논문을 보면 비소의 만성적인 노출은 인체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심각한 피부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칠레,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지역에서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비소에 노출되면 피부암 외에도 간암, 신장암, 방광암, 폐암 등의 유발과 관련이 있다는 견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나폴레옹이 사망한 공간의 벽지. credit : mbc 갈무리
나폴레옹이 사망한 공간의 벽지. credit : mbc 갈무리
나폴레옹이 사망한 공간의 벽지. credit : mbc 갈무리
나폴레옹이 사망한 공간의 벽지. credit : mbc 갈무리

나폴레옹은 '벽지' 때문에 죽었나?

 

에바 헬러는 <색의 유혹> 이라는 책에서 나폴레옹은 녹색을 좋아해 사망했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생을 마감한 방의 벽지의 색이 녹색이었다고 합니다. 국내 한 언론사 자료를 보면 위 사진이 나오는데 나폴레옹이 생을 마감한 곳의 벽지라고 주장합니다.

 

녹색과 비소는 관계가 깊습니다. 존 엠슬리는 자신의 저서 <죽음을 부르는 독약 한방울>을 통해 녹색을 만드는 재료가 ‘비소’였다고 말했습니다. 책에 따르면 1775년 카를 셀레(Karl Wilhelm Scheele) 는 비소의 성질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아름다운 녹색을 발견했습니다. 카를셀레는 자신의 이름을 따 셀레그린(Scheele Green)”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는 셀레그린 염료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이윤에 눈이 먼 제조업자들은 경고를 무시한 채 벽지, 옷감, 심지어 식용색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존 엠슬리는 책을 통해 셀레그린 염료를 이용한 벽지 생산량이 1800년대에 꾸준히 증가해 영국에서는 1830년에 두루마리 100만 개였던 생산량이 1870년에는 3000만 개로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조사 결과 당시 벽지 다섯 종 가운데 네 개 꼴로 비소가 함유돼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벽지 속 비소는 실내 공기로 퍼져나와 거주자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람들은 1932년이 되어서야 벽지에서 방출되는 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존 엠슬리는 또한, 나폴레옹의 비소 중독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1980년 영국 뉴캐슬 대학교의 데이비드 존스 박사는 <증기의 손길>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폴레옹의 몸에 축적된 비소의 공급원은 벽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 셀레그린 염료로 제조된 벽지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만약 나폴레옹의 방의 벽지가 셀레그린 색이라면 세인트 헬레나 섬의 기후를 감안했을 때 많은 양의 비소가 방출될 수 있다는 가설이었습니다.

 

이 주장에 힘을 실어줄 증거들이 등장했습니다. 셰리 존스(shirley Jones)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스크랩북을 떠올렸습니다. 스크랩마다 날짜가 적혀 있었는데 1823년이라고 적힌 페이지에는 세인트 헬레나에 방문해 그녀의 선조 누군가가 나폴레옹의 묘지에 자란 풀과 나폴레옹이 사망한 방의 벽지를 스크랩 북에 붙여두었던 것입니다.

 

또한 라디오를 듣던 카린크로스(Karlin cris)는 나폴레옹이 최후의 나날을 보냈던 방의 전경을 그린 그림을 갖고 있었습니다. 두 자료를 대조해보니 스크랩북에 나온 벽지 조각이 정말 나폴레옹의 방에 붙어있던 것으로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뿐일까?

 

지난해 국내의 한 방송에서는 1850년대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을 재조명했습니다. 각각 다른 장소, 다른 시간 발생했고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새집으로 이사온 남성, 밤새 파티를 즐긴 여성,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연관성이 없는 이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잦은 무기력함, 심각한 두통, 계속되는 복통과 설사였습니다. 결정적인 공통점은 이들 시신에서 모두 독성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 었습니다.

 

이들 죽음의 원인은 셀레그린이었습니다. 새집으로 이사해 셀레그린 염료를 이용한 벽지, 셀레그린 옷감으로 만든 드레스, 셀레그린 크레파스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금은?

 

현재 비소는 국제적 규제 대상입니다. 식약처는 <중금속 위해 종합보고서> 등을 토대로 비소 사용을 제한합니다. 종이와 가공지의 경우 0.1mg/L 이하로, 야채나 과실용 세척제에는 0.05ppm(1ppm =1mg/kg)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화장품의 경우 비소를 배합금지 원료로 규정합니다. 또한 정부의 자율안전확인 기준에 따르면 크레파스, 파스텔, 수채화 물감은 비소 함량을 25ppm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 FDA는 특정 색소 첨가제에 최대 1-5ppm, 특정 직접적인 색소 첨가제는 최대 0.000014~0.0002%로 제한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웃집편집장(editor_in_chief@scientist.town)

수습 에디터 박연수(flowers1774@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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