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체온 때문이다"
지난 3월 초 미국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cncy, EPA) 장관 Scott Pruitt이 자신은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과학에도 반하는 내용이죠.
그러나 펜실베니아 주 상원의원 Scott Wagner이 한 말에 비하면 Pruitt의 말은 양반인 것 같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도인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대중과의 회의에서 Wagner는 기후변화에 대해 “지구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인간의 몸은 따뜻하다”며 지구온난화의 주 원인이 '인간의 체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Wagner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미국의 유력 정치인이 “인간 체온이 지구온난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매머드는? 공룡은?
팩트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의 몸은 지구온난화를 촉진할 만큼 열을 생산할 능력이 없습니다. 인간의 때문에 7,000년 전보다 기후 변화가 170배 더 빨리 진행된다는 연구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인간의 몸이 기후를 변화시킨 건 아니었죠. Wagner의 말대로라면 왜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대에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공룡의 몸은 엄청난 열을 배출하는데 말이죠.
매머드가 멸종하기 전, 매머드는 빙하기에 체온을 유지하려고 털과 가죽으로 체온 배출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매머드가 멸종하며 땅에 묻힌 지금 기온은 오르고 있습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우리 몸의 열이 지구온난화를 야기할 정도로 열을 배출시킬 수 있을까요? ‘생명체’와 ‘지구온난화’는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할 것 같습니다.
지구 공전 때문에 온난화?
Wagner가 말한 이상한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는 또한 “지구는 공전하기 때문에 매년 태양에 가깝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것이 지구온난화의 또다른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일까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 궤도는 타원형입니다. 그래서 지구가 공전할 때 특정 기간에는 태양과 약간 가까워지죠.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다시 멀어집니다. 1년에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합니다만 매년 일어나는 공전에는 별 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기후 변화와도 관련이 없고요.
차라리 밀란코비치 순환(Milankovitch Cycles)을 언급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네요. 밀란코비치 순환은 지구 궤도의 변화로 인해 발생되는 기후변화를 말하는데요. 23,000년의 주기를 갖는 분점의 세차운동(precession of equinoxes), 41,000년의 주기를 갖는 자전축의 기울기의 변화, 100,000년의 주기를 갖는 이심률의 변화가 있습니다.
어찌됐든 우리는 태양과 가까워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매년 약 15cm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기후 변화를 음모론, 미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기후변화를 단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정치인들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들을 내놓곤 합니다. Wagner 처럼요. 참고로 Wagner는 ‘화석연료 옹호자’라고 전해집니다.
참고 : Republican Senator Claims Human Body Heat Causes Climate Change (http://www.iflscien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