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악당 피부 "꼭 그래야만 했냐!!"
영화 속 악당 피부 "꼭 그래야만 했냐!!"
  • 이웃집번역가
  • 승인 2017.04.07 15:37
  • 조회수 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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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전문의의 악당 피부분석

 

영화를 보면 주인공에 맞서는 악당이 등장하죠. 악당 외모에 공통적 특징이있습니다. 얼굴에 있는 사마귀, 납작한 코, 진한 다크서클, 창백한 피부, 대머리 등이 대표적이죠. 이런 특징은 영화에서 악당의 악한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장치로 쓰입니다.

 

미국의 한 피부과 전문의 집단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분장은 실제 피부 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는 지난 4월 5일 미국 의학저널에 발표됐습니다. 의학저널 내용을 보면 연구진은 미국국립영화학교(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선정한 ‘100명의 위대한 영웅과 악당 목록’에서 1위부터 10위를 차지한 영웅과 악당을 각각 조사했습니다.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피부학적 특성과 해당 특성이 나타나는 빈도를 분석했습니다.

마녀 코 위 사마귀는 실루엣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출처 :포토리아
마녀 코 위 사마귀는 실루엣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출처 :포토리아

피부 질환은 악당의 상징?

 

사마귀, 흉터 등이 있는 피부 상태는 영웅보다 악당에게 훨씬 빈번하게 나타났습니다. 상위 10명의 악당 중 6명에게서 피부 질환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영웅은 상위 10명 중 단 2명만이 피부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그마저도 배우가 실제 가지고 있던 흉터이거나 스토리상 필요해 일시적으로 사용된 것이었지 그 캐릭터 자체의 특성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권위자인 텍사스 대학 Julie Amthor Croley는 “연구 결과 할리우드가 피부 질환을 통해 사악함을 나타내는 경향을 발견했다”며 “영화의 영향은 영화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피부 질환을 앓는 소수의 사람들이 불공평한 편견으로 고통받을 수 있고 특정 피부 질환에 대한 오해의 여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연구진은 여섯 개의 특징을 측정 항목으로 삼아 영웅과 악당에게 나타나는 외향적 특징을 조사했습니다. 탈모, 딸기코종, 다크서클, 사마귀, 주름, 얼굴의 흉터의 유무를 판단했습니다.

연구진이 진행한 악당 분석표  Credit: American Film Institute/Julie Amthor Croley et al
연구진이 진행한 악당 분석표 Credit: American Film Institute/Julie Amthor Croley et al

연구진은 악당들이 이 여섯 가지 특징들 중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음을 쉽게 발견했습니다. <스타워즈>의 악당 다스베이더는 탈모와 많은 흉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엑소시스트>의 레건은 짙은 다크써클과 흉터를 가지고 있었죠. 백설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이려 노파로 분장한 여왕과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사악한 마녀는 얼굴에 사마귀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Croley는 백색증 혹은 아주 창백한 피부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창백한 피부는 영화에서 사악함을 나타내는 아주 효과적 수단으로 사용되죠.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오스틴 파워>에서 닥터이블, <반지의 제왕> 골룸이 대표적이죠.

 

대한피부과학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백색증은 멜라닌 세포에서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선천성' 유전 질환입니다. 멜라닌 색소를 만들 때 여러 유전자가 필요한데 여기에 결함이 있을 경우 발생합니다. 약간 하얀색부터 엷은 갈색까지 정도의 차이를 두고 피부색이 엷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이런 선천적인 피부 특성에 악당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영화 속 일련의 장치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상위 10명의 영웅들 중 인디아나 존스와 <카사블랑카>의 릭 블레인만이 얼굴의 흉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당시 각각의 역할을 연기한 배우 해리슨 포드와 험프리 보가트에게 진짜로 흉터가 생겨서 그런 것이었죠.

연구진이 진행한 영웅 분석표  Credit: American Film Institute/Julie Amthor Croley et al
연구진이 진행한 영웅 분석표 Credit: American Film Institute/Julie Amthor Croley et al

‘악당의 상징’ 꼭 필요한가?

 

Croley는 “이런 경향은 영화계에 고착돼 있다”며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만연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경향은 피부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만약 자신에게 콤플렉스인 신체적 특성이 있는데 영화에서 그 특성을 악당의 사악함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피부 질환 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더 심각해질 겁니다.

 

이승아 수습에디터 (singavhihi@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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