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뇌 연구? '단순' 생물체로 한다!
'복잡' 뇌 연구? '단순' 생물체로 한다!
  • 이승아
  • 승인 2017.04.10 18:17
  • 조회수 6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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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포토리아
출처 : 포토리아

 

사람 뇌를 연구한다고 하면 뭔가 복잡한 장면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갈라진 두개골, 전극이 꼽힌 머리 같은 이미지 말이죠. 뇌 연구 자체는 꽤 복잡한 일이지만 그 첫 걸음은 아주 단순합니다.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의 집합입니다. 마치 하나의 뉴런을 가진 생물이 여럿 모여있는 것과 같죠. 단순한 생물의 신경을 연구해 인간의 뇌와 신경, 행동을 푸는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녀석들입니다.

군소는 겉모습이 달팽이와 닮아 바다달팽이라고도 불립니다. 출처 : 포토리아
군소는 겉모습이 달팽이와 닮아 바다달팽이라고도 불립니다. 출처 : 포토리아

먹지마세요, '기억'을 연구하세요

 

군소(Aplysia kurodai)는 얕은 바다에 사는 연체동물입니다. 위험을 느끼면 몸에서 군청색 색소를 뿜어냅니다. 군소라는 이름이 생소한 측면도 있는데요. 한국연구재단 장대수 박사는 한 기고문을 통해 군소의 이름이 이 군청색 색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합니다. tvN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해진과 차승원이 처음 획득한 먹거리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군소는 식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신경학계에서는 대단히 유용하게 쓰이는 실험체이기도 합니다.

군소를 속속 들여다봅시다. 출처 :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군소를 속속 들여다봅시다. 출처 :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언제부터?

 

에릭 캔델은 군소를 이용해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그의 저서 <기억을 찾아서>에서 군소를 실험체로 선택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소 신경계는 매우 단순합니다. 포유류의 약 500만 분의 1입니다. 거대한 뉴런이 있어 관찰도 쉽습니다. 캔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학습 연구의 대상으로 삼기에 딱 좋다!" 였죠.

 

이 군소의 신경계는 주로 학습과 기억을 연구하는데 쓰입니다. 에릭 캔델은 군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을 세포 단위로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로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죠.

 

그의 제자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분자신경생물학 연구실 강봉균 교수는 캔델 연구팀의 중요 업적으로 군소의 기억이 신경회로망 시냅스에 있음을 밝혀낸 성과를  꼽았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연구하는 건 어쩌면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물음일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학습과 기억에 관련해 군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군소의 단순한 신경계가 그 해답에 가까워지는 징검다리가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형광물질로 반짝거리는 예쁜꼬마선충 출처 : 포토리아
형광물질로 반짝거리는 예쁜꼬마선충 출처 : 포토리아

그냥 선충 아닌 '예쁜꼬마선충'

 

'선충'은 한자로 線蟲을 씁니다. 실 선에 벌레 충, 즉 실처럼 생긴 벌레를 말합니다. 그 중에서 예쁜꼬마선충(C.elegans)은 1965년 시드니 브레너가 실험 동물 모델로 처음 소개했습니다.

 

투명하고 조그만 이 벌레는 이후 신경학, 유전학, 발생학 등에서 우수한 실험 모델로 자리잡았습니다. 2002년,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과 2008년 노벨 화학상을 받게 한 고마운 피실험 벌레입니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예쁜꼬마선충분과 홈페이지를 보면 예쁜꼬마선충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세포수가 959개, 그 중 1/3이 신경세포입니다. 게다가 알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사흘밖에 걸리지 않아 자손을 바로 얻을 수 있습니다. 한 마리가 300마리를 낳으니 연구할 수 있는 개체도 많습니다. 몸이 투명해 관찰이 쉬운 것도 장점입니다.

 

한양대 생명과학과 안주홍 교수가 참여한 책 <생물학 명강>에 따르면 예쁜꼬마선충은 모든 DNA염기서열이 다 해독된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라고 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존 설스턴은 예쁜꼬마선충이 발생하는 과정을 모두 기록했고, 호로비츠는 세포가 왜 자살하는지 밝혀냈습니다.

 

기능을 다한 세포가 사라지는 건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과도하면 질환이 됩니다. 퇴행성뇌질환, 뇌졸중, 루게릭병 등이 그런 질병 중 하나입니다. 학자들의 연구 실적이 쌓여가며 실험체로서 꼬마선충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는 듯 합니다.

예쁜꼬마선충의 신경 시스템 출처 : The OpenWorm Project
예쁜꼬마선충의 신경 시스템 출처 : The OpenWorm Project

인간의 삶, 그리고 죽음

 

세포가 죽는 이유를 알면 살리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안 교수는 예쁜꼬마선충이 수명 관련 연구와 신경생물학 분야에 성과를 가져다 주리라 예상했습니다. 돌연변이에 따라 수명이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점에 주목한 겁니다. 

 

더 나아가 '지능'과 관련한 비밀까지 이 작은 예쁜꼬마선충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회충처럼 생긴 이 생물이 새삼 위대해보입니다.

여러분의 눈 보호를 위해 사진 대신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출처 : 워싱턴포스트
여러분의 눈 보호를 위해 사진 대신 그림을 준비했습니다 출처 : 워싱턴포스트

클래식은 영원하다, 초파리

 

초파리(Drosophilia melanogaster)는 여름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과일 껍질을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상당량을 발견합니다. 100여년이 넘도록 연구자들과 함께했습니다.

 

초파리는 1910년 모건이란 연구자 덕분에 처음 실험실에 데뷔했습니다. 현재 유전학, 신경행동학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초파리는 특히 뇌질환 연구에 필수적인 모델 동물입니다. 세대가 짧고, 크기가 작아 한 실험실에서 수천 마리의 초파리를 키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침샘 염색체가 매우 커서 관찰이 쉬웠던 점도 한 몫합니다. 오랜 시간 연구됐기에 여러 가지 특성의 실험용 모델이 있습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눈, 다리, 날개가 다르기도 하고 때론 짝짓기에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초파리 뇌가 작아도 있을건 다 있어요 출처 : droso4schools, Andreas Prokop
초파리 뇌가 작아도 있을건 다 있어요 출처 : droso4schools, Andreas Prokop

초파리도 ‘뇌 있다’

 

이 작은 초파리에도 '뇌'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여러 퇴행성 뇌질환 연구를 하려면 결국 뇌가 필요합니다. 덕분에 초파리는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많은 진전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김창수 교수에 따르면 특정 뇌질환을 가지고 있는 초파리 모델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보이는 징후가 인간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이런 모델을 이용해 파킨슨의 발병 원인과 발병 기작을 찾는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된 바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끝 없는 질문과 답, 그에 이어지는 질문과 답이 반복되는 게 학계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자들은 사람의 '뇌'를 파헤칩니다. 이 작은 동물들은 그 복잡한 질문에 단비 같은 답을 주고 있습니다.  

 

정기흥 기자(jeonggh13@scientist.town)

 

이승아 수습 에디터(singavhihi@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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