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곤충 "같은 말 아니었어?"
벌레·곤충 "같은 말 아니었어?"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04.12 01:15
  • 조회수 26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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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늘 있는 너

 

산, 바다, 도시 어디를 가도 우리 근처에 있는 크고 작은 곤충. 이들의 역사는 얼마나 됐고 우리주변에 왜 그렇게 많은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해를 입히는 일부 곤충들로 인해 거부감이 생겨 무관심하거나 피하려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들을 알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곤충은 생각보다 인간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건축, 의료, 식품, 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 이미 많은 도움을 줍니다.

 

최근에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 미래 대체 식량으로 곤충을 지목했습니다. 미래에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는 것이죠. 2050년 식량난에서 우리를 구제해줄 곤충을 무관심 속에 묻어둘 것이 아니라 뿌리부터 파헤쳐 봐야하지 않을까요?

 

곤충? 벌레? 같은 뜻인가?

 

먼저 무엇을 곤충이라 하는지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곤충”과 “벌레”라는 용어를 같은 뜻으로 생각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엄밀하게 얘기해서 벌레라는 표현이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두 단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차이가 납니다.

 

“곤충”은 분류학적으로 곤충강(Insecta)에 속하는 동물을 얘기하지만 “벌레”는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의 동물(지네, 쥐며느리, 노래기, 거미 등도 포함)을 포함합니다. 즉, “곤충”은 “벌레”라는 개념 안에 속해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특징을 가진 동물을 곤충이라고 할까요? 가장 일반적인 특징으로 여러 마디를 가진 몸이 크게 머리, 가슴, 배로 구분되고 다리가 3쌍, 날개 2쌍, 1쌍의 복안과 더듬이를 가지고 있는 동물을 곤충이라고 합니다. 일부 그룹에서는 날개가 2쌍인 경우가 있는데 이는 뒷날개가 퇴화되어 1쌍의 날개로 보이는 것입니다.

 

경고 : 아래 사진 약간 혐오스러울수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Tes Teach
사진 출처 : Tes Teach

곤충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으로 추정했을 때 곤충은 지금으로부터 약 4억 년 전인 고생대에 출현했다고 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고생대는 다시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이첩기(페름기)로 나눕니다. 그 중에서도 실루리아기에서 데본기로 넘어가는 중간부터 모습을 드러냈으며 날개 없는 곤충(무시 곤충)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약 1억년 후인 석탄기 말엔 가장 중요한 사건인 날개가 생기면서 소위 말하는 진화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활동 반경이 넓어져 서로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다양한 종으로 분화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날개를 접을 수 있는 곤충이 나타나 좁은 틈에도 날개를 다치지 않고 숨는 것이 가능해져 생존능력이 강화됐습니다. 이첩기 초기에는 번데기과정을 거치는 완전변태군(애벌레-번데기-성충)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시기별 곤충 출현, 사진 출처 : Answers in Genesis
시기별 곤충 출현, 사진 출처 : Answers in Genesis

곤충 번성요인

 

현재까지 보고된 곤충은 약 백만 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직 보고가 안 된 종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3천만 종 이상이 존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곤충들이 번성하게 된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날개가 포인트입니다. 비행이 가능해 먹이 탐색 및 새로운 환경으로의 이동이 자유로워졌고 포식자로부터 쉽게 벗어나게 됐습니다. 자손 번식에 가장 중요한 짝 탐색도 쉬워 곤충 번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현재로썬 상상도 못했던 커다란 크기의 곤충들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형태적, 생리적인 이유로 그 크기를 유지할 수 없어 점차 작아지게 되었는데 이것은 오히려 적은 양의 먹이 섭취로도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 포식자로부터 회피가 용이, 바람에 의한 이동이 가능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 등과 같은 장점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피에 비해 체표 면적이 넓어 쉽게 수분을 잃을 수 있는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바로 외골격의 발달입니다. 곤충의 외골격을 이루는 표피의 주성분은 키틴(chitin)으로 수분의 손실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외부의 충격 및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 Terminix
사진출처 : Terminix

대부분의 곤충은 한 세대를 거치는데 1년 미만이며 산란수도 대체적으로 많아 번성에 매우 유리합니다. 또한 이런 능력이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세대 기간이 1달이면서 산란 수가 500개인 특정 곤충의 서식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와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원래 개체 수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살아남은 개체 수가 얼마 되지 않더라도 이 종이 변화된 환경에서의 적응은 물론이거니와 다시 번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곤충은 “변태(metamorphosis)”라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의 모습이 성충의 모습과 같지 않다. 즉, 애벌레가 성충이 되기까지 적어도 한번은 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특히 번데기 과정을 거치는 완전변태군은 지나치게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번데기가 됨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이러한 형태 변화는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식환경, 먹이가 달라짐으로써 종내 경쟁을 최소화시켜 많은 개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잠자리의 애벌레은 물속에서 올챙이나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살지만 성충이 되면 물 밖에서 멸구와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살기 때문에 경쟁 빈도가 감소하게 됩니다.

사진 출처 : Canadian Grain Commission
사진 출처 : Canadian Grain Commission

이렇듯 곤충은 오랜 시간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들을 변화시켜온 신비로운 생물입니다. 우리는 이미 “실내 온도 유지에 탁월한 흰개미의 건축술”, “충격에 안정적인 벌의 육각형 집 구조”와 같이 유용한 곤충의 특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편리한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었고 앞으로 곤충이 더 큰 부분으로 다가올 미래가 머지않았기에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생물이기도 합니다.

참고 - 삼고 해충학/김길하, 김동순, 박정규, 조수원, 윤영남, 이경열/향문사

 

시니어 필진 구준모 연구원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식물의학과 곤충계통생물정보학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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