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질환' 해결에 나선 국제 사회
'방치된 질환' 해결에 나선 국제 사회
  • 이승아
  • 승인 2017.04.26 09:27
  • 조회수 4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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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피병은 열대지방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도외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상피병은 열대지방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도외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질병 억제ㆍ근절을 위한 세계적인 노력

 

탄자니아 보건부 ‘방치된 열대질환부서’의 Upendo Mwingira 박사는 상피병 환자들을 치료할 때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상피병은 열대지방에 주로 발생하며 밴크로프트 사상충이 혈액에 기생하며 생기는 불치병입니다. Mwingira 박사는 “상피병 환자들의 부풀어오른 팔다리에서 진물이 흐르고 냄새가 난다”며 “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환자의 상황을 납득시키는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피병 환자들은 점차 줄고 있습니다. 상피병을 유발하는 ‘림프사상충’을 억제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 덕분인데요. 탄자니아를 포함한 19개국에서 발생한 새로운 상피병 환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중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7개국은 지난해 새롭게 발생한 상피병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열대질환 발병률이 낮아진 건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의학 관계자들은 질병과 싸워 얻은 승리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병 억제에 더 노력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새로운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아직도 치료가 필요하고 공공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행됐습니다. 몇몇 단체들은 방치된 질환과 싸우기 위해 추가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대표적인데요. 3억 3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435억 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국제개발부는 4억 500만 달러, 한화 약 4,582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미국 질병 통제ㆍ예방센터에 따르면 방치된 열대질환은 전 세계에서 10억 명 가량에게 영향을 미치며 매 년 534,000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게이츠 재단은 1999년부터 질병과 싸우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빌 게이츠는 “작은 투자만으로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질병을 치료ㆍ예방하기 위한 비용은 한 사람당 0.5 달러밖에 되지 않습니다.

 

함께 있을 때 더 좋다

 

빌 게이츠는 “최근의 성공은 정부, 기업, 비영리 조직이 맺은 전 세계적 연합과 그 노력 덕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2012년 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미국 국제개발부, 영국 국제개발부 등 다양한 단체들이 방치된 열대질병 근절을 위한 ‘런던 선언’ 협정을 맺었습니다.

 

협정에서 목표 삼은 질병은 총 10개 입니다. 그 중 모래파리로 인해 감염되는 흑혈병, 강가의 흑파리가 전염시키는 회선사상충증 등의 다섯 가지 질병은 치료가 필요합니다. 반면 림프사상충, 한센병 등은 약으로도 예방이 가능합니다.

일부 질병은 약만 먹어도 예방 가능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약이 없어 병에 걸린다. 출처 : 포토리아
일부 질병은 약만 먹어도 예방 가능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약이 없어 병에 걸린다. 출처 : 포토리아

제약 회사들은 이런 질병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십년 간 약을 기부해왔습니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이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처방 받지는 못했습니다.

 

2006년 이후로 미국 국제개발부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했습니다. 그 방법은 비정부 조직에 투자해 개발도상국의 작은 도시에서도 처방할 수 있는 약을 상비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 결과 16억 건의 처방약이 31개국에게 전달되었고 전달된 처방약의 금액은 12조에 달했습니다.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방치된 질병을 예방하는 약이 필요한 사람들은 3억 명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인 예방약 지원 덕분에 이제는 더 이상 예방약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약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의 수도 줄어들었습니다. 2005년 이후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의 흑혈병은 82%가 줄어들었고, 아프리카의 수면병은 2000년 이후 89%가 줄었습니다.

결국 언제나 돈이 문제. 출처 : 포토리아
결국 언제나 돈이 문제. 출처 : 포토리아

 

힘든 길이 남았다

 

병으로 고통받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을 치료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치료가 필요합니다. 리버풀 열대의학대학 기생충학자 David Molyneux 박사는“과학자들이 방치된 질병이 발생하는 현장에 직접가서 노력한다면 치료 과정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감염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보건 요원들을 훈련시키고 배치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전 센터장 Tom Frieden 박사는 “방치된 질병에 대한 실험도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모두의 말이 옳다고 느껴지지만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기 마련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부의 예산을 37%까지 삭감하겠다고 결정한 시점에서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빌 게이츠는 “이런 영역에서 투자량을 삭감하는 것은 더 많은 죽음과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제약산업계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질병에 관심 없는 것도 결국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워싱턴대 미켈 보쉬 야솝콘 교수는 저서 <의약에서 독약으로 : 건강한 사람도 중독자로 만드는 약의 엄청난 부작용>에서 이런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수면병 치료제를 만들던 제약회사 훼스트 마리온 러셀이 이윤을 얻지 못하자 생산을 중단했던 일도 결국 돈의 논리인 셈입니다. 이후 이 치료제에 들어가는 물질이 여성 제모크림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폭로됐습니다. 이후 국제 사회의 비난을 막기 위해 세계보건기구와 함께 치료제를 생산·연구하기로 조약을 체결하긴 했습니다.

 

UN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첫 번째 목표로 ‘가난을 줄이는 것’을 선택하기도 했는데요. Molyneux 박사는 “우리가 질병과 싸워 이기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에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더라도 가난으로부터 자유해지기에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doi:10.1038/544281a

이승아 수습 에디터 (singavhihi@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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