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가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젊은 피'가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 박연수
  • 승인 2017.04.26 09:27
  • 조회수 6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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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증상 완화에도 효과!

젊은 사람의 피가 나이든 쥐에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출처: Simon Schulter/ Fairfax Media
젊은 사람의 피가 나이든 쥐에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출처: Simon Schulter/ Fairfax Media

기존 구성원보다 어린 사람들이 들어오면 “젊은 피가 들어오니 활기가 생겼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하는데요.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젊은 ‘진짜 피’가 몸에 들어오면 활기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지난 19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네이처>에 젊은 사람의 혈액이 늙은 쥐의 뇌기능을 향상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피 속의 단백질 성분 덕분이라는데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젊은 피’를 투입하는 것이 기억 손실, 근육 기능 저하, 신진대사 기능 저하, 뼈 조직 손실 같은 노화로 인한 증상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다른 생물에 피를 투여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두 개의 혈액을 결합하는 기술을 ‘개체 연결법(parabiosis)’라고 하는데요.  지금까지의 개체 연결법 실험은 같은 쥐끼리 실험 한 경우에만 효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개체 연결법(parabiosis)

 

참고로 개체 연결법이 뭘까요? <생명과학대사전>을 보면 동물 2개체 이상을 체액적으로 결합시키는 실험이라고 나옵니다. 성 결정기구를 조사할 목적으로 양서류 세포 발생 초기 단계를 결합시키거나 호르몬의 작용을 조사하기 위해 포유류의 혈관을 연결시키는 실험을 해왔다고 하네요.

생체연결법, 우리는 연결되어있어. 출처: A.Eggel&T.Wass-Coray 스위스 메드. Wkly144,W13914(2014)
생체연결법, 우리는 연결되어있어. 출처: A.Eggel&T.Wass-Coray 스위스 메드. Wkly144,W13914(2014)

이번에는 '젊은 사람 피'

 

이번에 진행된 개체 연결법 실험에서는 나이든 쥐에 젊은 사람의 피를 투여해 혈액순환 체계를 공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늙은 사람에게 젊은 사람의 피를 넣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함입니다.

 

이 실험은 기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과학과 토니 위스 코레이(Tony Wyss-Coray) 교수와 동료 교수인 조셉 카스텔레노(Joseph Castellano)가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에서 혈장을 채취해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실험 목표는 젊은 사람의 피가 노화로 인한 증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미스터리한 연구 결과

 

채취한 혈장을 늙은 쥐의 정맥에 투입하고 몇 개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쥐가 미로를 헤쳐나가는 능력과 위험한 지역을 피해가는 능력이 향상됐습니다. 테스트 이후 연구진은 쥐의 뇌를 해부했는데요. 뉴런이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유전자를 찾아냈습니다. 이 유전자는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인 해마 내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나이 든 사람의 피를 주입한 쥐에서는 이 유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실마리, 단백질

 

연구진은 탯줄의 혈장과 나이든 사람의 혈장, 개체 연결 실험을 실시한 쥐의 혈장에 있는 총 66개의 단백질 성분들을 비교했습니다. 비교 결과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는 ‘단백질 후보’를 걸러냈습니다. 그 다음 모든 후보를 나이든 쥐 한 마리에 하나씩 주입했고 또 다시 몇 개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열쇠는 TIMP2

 

후보 목록에 올라간 단백질 중 ‘TIMP2’라는 단백질만이 쥐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TIMP2가 노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뇌세포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TIMP2는 세포와 조직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단백질이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역할을 한다는 결과도 발견된 적이 없었죠. 연구진은 어떻게 TIMP2가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흥미롭지만···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마이클 슈왈츠(Michal Schwartz) 교수는 “굉장한 연구”라며 이번 연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쥐의 뇌에 직접투여하지 않고 혈관에 피를 투여한 것만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줄기세포 연구자 리 루빈(Lee Rubin) 박사도 Schwartz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루빈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TIMP2가 몸 전체에서 활동하며 간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켄터키 대학의 신경학 교수 필립 랜필드(Philip Landfield)는 “블랙박스 같은 실험이다”라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내지 못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이 연구의 가장 희망적인 측면은 ‘치료’에 사용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랜필드 교수의 말대로 젊은 피를 투입하는 방법은 알츠하이머 같이 나이와 관련된 질병의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잠재성이 있습니다. 비타민이나 오메가3처럼 TIMP2를 영양제로 복용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박연수 수습 에디터 (flowers1774@scientist.town)

 

doi:10.1038/nature.2017.2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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