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지진, '심상치 않다'
뉴질랜드 지진, '심상치 않다'
  • 박연수
  • 승인 2017.05.01 17:03
  • 조회수 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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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당시 지진으로 인해 파괴된 뉴질랜드 도로. 출처 : Marty Melvile/AFP
2011년 당시 지진으로 인해 파괴된 뉴질랜드 도로. 출처 : Marty Melvile/AFP

'슬로우 슬립' 일으켰다

 

지난해 11월 14일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도시 카이코우라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은 뉴질랜드 남섬의 북쪽 연안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170km 범위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지진으로 2명이 사망했고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지진으로 인해 적어도 21개의 단층이 끊어졌고 산사태가 발생해 길을 막았으며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중심 상업단지까지 피해를 입었습니다.

당시 지진 시물레이션 영상입니다. 저 빌딩안에 있었던 사람들을 상상해보면 정말 끔찍한데요. 약 반 년이 흐른 지금도 뉴질랜드 전역에 지진으로 인한 여파가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단층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층이 움직이면 또 다른 거대 지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나옵니다.

 

작년 11월 카이코우라에서 발생한 지진처럼 단층을 움직이게 하는 지진은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슬로우 슬립'이 일본이나 미 서부 등 다른 지역에 지진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슬로우 슬립(Slow slip)?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 국제공동연구진(HOBTISS)는 '슬로우 슬립(Slow slip)'을 판의 경계면이 천천히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슬로우 슬립은 거대 지진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상인데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죠.

 

카이코우라 지진 발생과 동시에 슬로우 슬립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뉴질랜드 GNS Science 연구소에 따르면 한 순간에 적어도 세 구역이 ‘분리’됐다고 합니다. 지진은 남섬 북쪽 해안부터 북섬 동쪽 해안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오스트레일리아 판과 태평양 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건데요. 이 지역은 해양판이 지각 아래로 가라앉아 지진 활동이 활발한 있는 지역이여서 특히 위험합니다.

지진 발생한 지역과 단층이 움직인 거리. 출처 : Laura Wallace/GNS Science
지진 발생한 지역과 단층이 움직인 거리. 출처 : Laura Wallace/GNS Science

일반적으로 슬로우 슬립은 몇 주 내로 중단됩니다. 이 때 판의 움직임은 ‘누적’ 7.3 규모 지진 수준의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GNS Science의 지진학자 안나 카이저(Anna Kaiser) 박사는 “지각판은 천천히 미끄러지며 움직일 뿐 한 번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지역은 또 다른 강력한 지진을 발생시킬 에너지를 모아놓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9.0 강도의 동일본 대지진 때도 슬로우 슬립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슬로우 슬립과 대지진이 서로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명백하진 않지만 GNS Science의 지구물리학자 루아라 웰라스(Laura Wallace) 박사는 “이런 현상을 발견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상관 관계를 밝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 지진에 대비하자

 

뉴질랜드 지진에서 관측한 내용은 지진 위험 지역들의 지진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나간 지진을 조사해서 얼마 만큼의 기간 동안 어떤 강도의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지 계산해 ‘지진 예보’를 하는 거죠.

 

앞서 말했듯 지진은 일반적으로 슬로우 슬립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이코우라 지진 이후 GNS Science의 과학자들은 자신들만의 계산법을 적용해 1년 안에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5%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확률일지 모르지만 이전에 내렸던 발생 가능성에 비하면 여섯 배 높아진 수치입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파괴된 도로와 건물을 복구하며 다음 지진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몰랐던 내용을 추가해 지진에 대해 더 자세히 분석 중이죠. 카이코우라 지진 이전엔 한 지진에 하나의 단층이 부서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카이코우라 지진 후 여러 단층이 동시에 부서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게 됐죠.

 

과학자들은 연구가 1~2년 내로 마무리 돼 슬로우 슬립에 대한 견문을 넓힐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 연구 중 하나로 올해 11월 심해 굴착선인 ‘조이데스 레졸루션(JOIDES Resolution) 호’가 슬로우 슬립 발생 지역을 조사할 계획입니다. 또 다른 연구 계획은 조사를 통해 슬로우 슬립 발생 지역의 3D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2018년 초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내가 조이데스 레졸루션 호. 나만 믿어. 출처: http://joidesresolution.org
내가 조이데스 레졸루션 호. 나만 믿어. 출처: http://joidesresolution.org

doi:10.1038/nature.2017.21876

 

박연수 수습 에디터(flowers1774@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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