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인공물 '쓰레기 섬'
우주에서 만리장성이 보인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크다는 건데요. 만리장성보다 더 큰 인공물이 있다고 합니다. 보기에 썩 좋지는 않습니다. 주인공은 태평양의 ‘쓰레기 섬’입니다.
'쓰레기 섬'은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순환 해류를 타고 모여든 곳입니다. 크기는 한반도의 약 6배 정도라고 하는데요. 미국 해양대기관리처에 다르면 이곳 쓰레기 중 90% 이상이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썩어 없어지려면 100년 정도라고 하는데 이거 여간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이 문제를 미세하게나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한 걸까요? 한 과학자가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존재'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 존재는 사람은 아닙니다.
플라스틱 먹보, 왁스웜(Waxworm)
'왁스웜' 이라는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왁스웜’은 벌집 나방의 유충입니다. 왁스웜(Waxworm)은 벌집의 밀랍(Wax)를 뜯어먹고 다닌다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 애벌레가 비닐봉지를 먹는다는 사실은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아마추어 양봉가이자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연구원인 페드리카 베르토치니(Federica Bertocchini)박사는 별 다른 생각 없이 비닐봉지에 왁스웜을 넣어 놓았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비닐봉지 일부를 먹어치운 뒤 구멍 뚫어 탈출한 왁스웜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왁스웜의 과학적 가치를 알아보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베르토치니 박사는 밀랍이 고분자 사슬구조인 일종의 '천연 플라스틱' 이며 폴리에틸렌 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밀랍과 비슷한 성분이기 때문에 먹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얼마나 먹나?
베르토치니 박사가 속한 연구진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함께 관련 내용을 지난 4월 국제할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왁스웜이 폴리에틸렌을 얼마나 분해할 수 있는지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애벌레 100마리가 12시간 동안 폴리에틸렌 92㎎을 분해했다고 합니다.
폴리에틸렌은 플라스틱, 비닐봉지 등에 많이 사용되며 일년에 약 8천만 톤 가량 생산됩니다. 하지만 제거가 어려워 환경에 유해한 소재입니다. 이런 폴리에틸렌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애벌레가 등장하면서 학계와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됐습니다. 기특한 '왁스웜' 감상해보시죠.
연구진은 이 분해 능력이 애벌레의 침샘이나 장 속에 살고있는 세균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연구과제는 분해 과정을 명확히 하고 관련 효소를 분리해내는 작업이라고 하는데요. 다음 연구가 성공한다면 플라스틱 폐기물을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연수 수습 에디터(flowers1774@scientist.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