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당선!' 과학계 "만세!"
우리나라 대선 하루 전인 지난 8일,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마크롱 당선으로 프랑스 과학계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마크롱의 경쟁 상대였던 마린 르펜이 과학 분야에 대해 퇴보적인 정책을 펼칠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 프랑스 과학협회장이었던 이론 물리학자 Edouard Brezin 박사는 과학계에 닥칠 위기를 역병에 비유하며 “우리는 역병으로부터 탈출했다. 닥쳐올 수 있는 위기가 공포스러웠기 때문에 지금 더욱 평온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마크롱을 지지하는 이유를 “르펜을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마크롱은 르펜을 큰 표차로 따돌리며 승리했습니다. 마크롱의 득표율은 66%, 르펜은 34%에 그쳤습니다.
사실 마크롱과 르 펜 둘 다 과학에 대한 자세한 공약을 공개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르펜은 해외 이주를 억제하고 EU연합에서 탈퇴하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르펜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마크롱 정책은 '6월 이후'에
마크롱은 39세의 나이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역대 최연소 대통령입니다. 전직 투자은행 직원으로 그가 1년 전 창당한 앙 마르슈는 국회에 의석 하나 없는 당이죠. 마크롱은 국내 총생산의 3% 정도를 차지하는 연구 비용을 지지하고 환영했습니다. 이 부분이 과학자들에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롱 정책 프로그램은 6월 국회의원 선거 이후 명확하게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자들의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마크롱의 자유로운 견해와 전임자의 개혁 정책을 지속하려는 태도에 대해 경계하기도 합니다. 4월 말에 발행된 온라인 탄원서를 보면 1,500명 넘는 연구자들이 마크롱의 계획이 과학에 해가 된다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기후 학자들이 트럼프 정부 때문에 연구를 진행할 수 없다면 프랑스에 오라고 초대하기도 했는데요. 프랑스 과학자들은 프랑스 과학 업계와 대학 기관의 재정 지원을 감안하면 여의치 않다며 이를 비판했습니다.
과학자들이 맞서 싸운다는 말은 실질적인 '행동'도 의미합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프랑스 정부가 연구 예산을 동결하자 이에 반대하는 프랑스 연구원들이 길거리에 결집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3년 뒤인 2006년, 연구 관련 법안 심의를 앞두고 연구원과 정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또 다시 길거리로 나갔다고 합니다. 재정 지원과 기관 개설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크롱이 당선되며 연구원들은 일단 한숨을 돌린듯합니다. 하지만 전례를 살펴볼 때 정책이 '아니다' 싶으면 또 다시 실험실이 아니라 길거리로 출근할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의 국립 과학 연구 노동조합 SNCS-FSU의 Patrick Monfort 노동조합장은 “연구와 교육을 위한 독립된 부처를 만드는 것은 마크롱의 정부가 과학을 높은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신호”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마크롱이 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 과학 노동 조합으로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며 “나는 진정한 사회적 대화를 원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승아 수습 에디터(singavhihi@scientist.tow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