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생태계 바꾸는 들개 '딩고'
호주 생태계 바꾸는 들개 '딩고'
  • 박연수
  • 승인 2017.05.16 23:12
  • 조회수 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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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초원의 포식자 딩고

빙고아님, 딩고임. 딩고는 내이름. 출처: 호주정부관광청
빙고아님, 딩고임. 딩고는 내이름. 출처: 호주정부관광청

딩고를 아시나요? 딩고는 토종은 아니지만 호주에 터전을 잡은 들개입니다. 딩고는 두상이 넓고 주둥이가 뾰족합니다. 귀가 쫑긋 서 있죠. 꼬리털은 복실복실합니다. 털빛은 적황색입니다. 몸집은 중형견과 비슷합니다. 같은 몸집의 개보다 주둥이와 이빨이 길게 발달되어 있고 두개골은 더 납작합니다.

 

귀여운 생김새와 이름과 달리 캥거루, 왈라비, 가축 등을 잡아먹는 육식 동물인데요. 호주에서 많이 기르는 양을 위협한다고 합니다. 호주는 국가적 차원에서 넓은 범위에 울타리를 쳐 딩고의 활동 범위를 제한한다고 하네요.

 

한 연구에 따르면 딩고의 활동 범위를 제한할 경우 딩고의 주 먹이인 캥거루의 개체 수가 급증하고 그로 인해 자연 식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토양의 화학 성분도 바뀔 수 있다고 하는데요. 딩고가 호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학계의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 논쟁은 ‘영양 종속’ 논쟁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양 종속이란 최상위 포식자가 먹이사슬 아래에 있는 동물들의 행동과 개체 수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개념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과 토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될까요?

 

딩고 방지 울타리 덕분에

 

뉴사우스 웨일즈 대학교의 생태학 렛닉(Michel Letnic) 교수와 티모시 모리스(Timothy Morris) 교수는 울타리 양 쪽의 캥거루와 딩고 수를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은 핀 조명을 사용해 야간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딩고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기 위해서였죠. 그 결과를 5월 10일 왕립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연구는 5,400km 길이의 ‘딩고 방지 울타리’ 덕분에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약 10년 전 가축들이 포식자들에 희생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만든 울타리였죠. 렛닉 교수는 “두 개의 상반되는 환경이 필요했다”고 말했는데, 울타리가 우연히 연구에도 유용하게 사용됐네요.

귀엽게 생겼지만 엄연한 포식자. 출처 : Simon King/Nature Picture Library
귀엽게 생겼지만 엄연한 포식자. 출처 : Simon King/Nature Picture Library

 

연구에 따르면 딩고의 접근을 제한하면 캥거루의 개체 수가 급증했습니다. 캥거루 수에 따라 식물 종의 다양성과 개체 수도 확연하게 차이 났습니다. 

 

딩고가 살고 있는 쪽에는 풀이 많았습니다. 딩고가 풀을 뜯진 않으니까요. 캥거루가 많이 살고있는 쪽에는 나무가 더 무성했다고 합니다. 딩고가 캥거루를 통해 '연쇄적으로' 환경에 끼친 영향이 드러난 셈입니다.

 

딩고가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를 수치화하기 위해 렛닉 교수는 각 울타리 안의 딩고와 캥거루의 수를 세어봤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울타리 내에 16개의 구역을 설정했죠. 딩고 울타리 쪽 8개 캥거루 쪽 8개. 그 양쪽 각 8개 중 4개씩은 다시 캥거루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초식동물들이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실험 결과

딩고 쪽 울타리를 바라보는 캥거루. 출처 : Mitsuaki Iwago/Minden Pictures
딩고 쪽 울타리를 바라보는 캥거루. 출처 : Mitsuaki Iwago/Minden Pictures

딩고 쪽 울타리에서는 딩고 85마리, 캥거루 8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캥거루 쪽 울타리에서는 딩고 1마리와 캥거루 3,200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딩고 구역에서는 접근을 금지한곳과 자유로운 곳의 초목은 별 차이점이 없었습니다.

 

반면 캥거루 구역에서 캥거루의 접근을 금지한 구역과 자유로운 곳을 비교한 결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접근이 금지된 구역의 초목들이 12% 더 많았죠. 초식동물의 개체 수가 많으면 자연 경관을 덮고있는 식물들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였습니다.

 

또 있습니다. ‘캥거루 접근 금지구역’의 토양은 탄소, 인, 질소가 더 많이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비교적 비옥한 땅이라는 분석입니다. 렛닉 박사는 "캥거루가 초원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나무 밑 등에서 대변을 볼 때 영양분을 옮기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캥거루는 낮에 나무 밑에서 쉬는데요. 쉬면서 대변을 볼 때 초원에서 섭취한 영양분이 나무가 있는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죠. 그래서 이 지역은 나무가 풍성했던 겁니다.

 

와이오밍 대학의 생태학자 메트 카프만(Matt Kauffman) 박사와 예일 대학의 오스왈드 슈미츠(Oswald Schmitz)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를 지지했습니다. 슈미츠 박사는 “오랫 동안 사람들은 포식자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이제 비로소 사람들도 포식자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논쟁은 계속된다

 

하지만 남부퀸즈랜드 대학의 자연생태학자 벤자민 앨런(Benjamin Allen)는 “이 연구에서 동물의 개체 수를 셀 때 밤에 스포트라이트를 켜서 세었다고 했는데, 정확한 개체 수를 측정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비판을 남겼습니다.

 

앨런 박사는 계속해서 “초목 양의 차이가 12%라는 점은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엔 너무 작은 수치”라며 “딩고가 캥거루의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다른 생태계 요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했습니다.

 

doi:10.1038/nature.2017.2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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