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못핀다고 혼났어요.. 엥?!
17세기 영국 이튼의 한 공립학교에서 체벌이 발생했습니다. 학생이 파이프 담배를 '못' 피운다는 이유였죠.
당시 영국에선 페스트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학교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담배를 피우게 했습니다. 담배가 건강에 좋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담배가 건강에 좋다는 소문은 누가 퍼뜨린걸까요? 아마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그 때부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홍윤철 교수는 책 <질병의 탄생>에서 담배가 약으로 쓰였고, 그랬기에 널리 퍼졌다고 말합니다.
기원전 1천년 경에 마야 사람들은 담배를 소독약, 진통제로 사용했습니다. 이후 담배는 병을 치료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힘 입어 전세계로 퍼졌습니다.
그 용도는 마야 사람들의 소독약보다 더했습니다. 스페인 내과의사 니콜라스 모나르데스는 담배로 치통, 기생충, 입 냄새부터 암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법 오랜 기간 유럽에서 설득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끊기 어려우니 신령하긴 한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의 책 <담바고 문화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담배는 남령초(南靈草), 남쪽에서 온 신령한 풀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일본이 서양에서 들어온 담배를 '덩어리진 가래'를 없애 준다며 팔기 시작했습니다. 곧 3,4년 사이에 조선의 '알 만한 사람들'은 이 담배를 구하려 노력했습니다.
17세기 초 순천부사였던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1614)을 살펴보죠.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에는 건강에 안 좋은 이 담배가 무려 약초 섹션에 적혀있습니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조상 흡연자의 소회
아마도 제일 처음 담배를 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합천 사람 허돈은 담배를 피운지 10년 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약효를 믿고 담배를 오래 복용했으나 효험은 조금도 없고, 단지 심기가 번란하고 정신이 어지러울뿐" 이라며 후회했다는군요.
약인 줄 알고 담배를 피우던 조상님도 이렇게 후회하셨습니다. 시작은 '약' 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점. 알고 계시죠?
이승아 수습 에디터(singavhihi@scientist.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