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날지 않고 점프하니
새가 나뭇가지 사이로 뛰어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신적 있나요? 음식을 찾기 위해 직접 다리로 움직이는 건데요. 이 모습을 본 적 없으신 분들은 길가에 비둘기가 날아갈듯말듯 살짝 점프하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잠깐 날갯짓을 하지만 점프에 더 가깝습니다. 날아다닐 수 있는 새들이 날지 않고 점프를 하다니..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저만?)
최근 발표된 한 연구 <How birds direct impulse to minimize the energetic cost of foraging flight>에 따르면 나름대로 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날갯짓이 너무 귀찮거나 나는 법을 잃어 버린 건 아니라고 하는군요.
스탠포드대학의 디아나(Diana D. Chin) 교수와 데이비드(David Lentink) 교수는 ‘유리앵무(Pacific parrotlets, 학명 : Forpus coelestis)’라 불리는 앵무새 네 마리로 실험했습니다.
약 13cm 길이의 귀여운 이 앵무새들이 먹이를 매개로 두 개의 나뭇가지 사이를 왔다갔다 하도록 훈련시켰습니다. 나뭇가지들은 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앵무새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때 새가 다리에 힘을 얼마나 주는지 측정하고, 앵무새의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해 날개의 움직임도 조사했습니다.
가까우면 다리 중심으로 뛴다
나뭇가지 사이의 거리를 짧게 설정한 경우 유리앵무는 먼저 다리를 이용해 추진력을 만들어 뛰었습니다. 날개를 잠깐 펄럭이긴 하는데요. 이 날갯짓은 다리가 가지에 닿을 때 충격을 완화하는 용도로'만' 사용됐습니다. 반면, 거리가 멀 때는 주로 날갯짓에서 만들어지는 힘을 이용해 점프했습니다.
미묘한 차이가 있죠? 뛰어야하는 거리 등에 따라 날개와 다리의 비율을 조절한 겁니다. 움직임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했습니다.
나무 위 공룡도 점프! 점프!
새들의 점프 모습을 보면서 '아주 먼 과거에도 그랬을까?' '새처럼 생긴 공룡들은 나무 위에서 어떻게 오고 갔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연구진도 그랬나 봅니다. 연구진은 앵무새 연구 결과로 얻은 운동 모델을 공룡에 적용해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시조새(Archaeopteryx)나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처럼 깃털 달린 공룡이 날개처럼 생긴 팔을 이용해 최대 20%까지 점프 거리를 늘렸을 거라는 계산 결과를 얻었습니다.
새 날개와는 조금 다르지만, 일종의 원시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점프를 한 거죠. 날개가 도와준 덕에 먼 거리를 뛰는데 쓰이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덕분에 시조새가 나무 위에서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다른 동물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거라 추측했습니다.
로봇도 점프?!
연구진은 이렇게 다리와 날개를 함께 이용하는 조류의 운동 전략이 '로봇'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운동 모델을 이용하면 장애물이 있거나 뭔가 복잡한 환경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