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구멍 뚫고 눈에 송곳 넣고... '금지된 수술'
머리 구멍 뚫고 눈에 송곳 넣고... '금지된 수술'
  • 이승아
  • 승인 2017.05.23 11:50
  • 조회수 2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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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모니즈입니다. 출처 : 노벨상 공식홈페이지
노벨상 수상자, 모니즈입니다. 출처 : 노벨상 공식홈페이지

머리에 구멍 뚫어 정신 질환 치료해

 

사람 머리에 구멍을 뚫어서 정신 질환을 치료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뇌의 전두엽에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는 일명 '뇌엽 절제술'로 194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탄 학자가 있습니다. 앙토니우 에가스 모니즈(Antonio Egas Moniz), 포르투갈의 신경학자이자 의사, 정치가입니다. 

 

어쨌든 이 무시무시한 수술. 과학저술가 조나 레러의 저서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에 수술의 배경이 그려져있습니다. 당시에도 전두엽이 지적 활동과 감정에 중요하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습니다. 모니즈는 이런 정신질환이 전두엽을 파괴하거나 다른 부분과의 연결을 끊어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릴은 단단한 것을 뚫는데 사용되는 도구 입니다. 출처 : 포토리아
드릴은 단단한 것을 뚫는데 사용되는 도구 입니다. 출처 : 포토리아

'하얀 물질' 자르는 백질절제술

 

1935년 11월, 리스본에 있는 산타마리나 병원에서 최초의 뇌엽절제술이 이뤄집니다. 모니즈는 조현증(정신분열증) 등으로 정신병원에 갇힐 수 밖에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미국의 생리학자 플턴 박사 연구진이 침팬지의 전두엽을 제거하자 실험적으로 신경증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에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처음에는 환자의 머리에 드릴로 구멍을 뚫습니다. 국부 마취제를 주사한 후 알코올을 넣어 전두엽과 뇌의 나머지 부분을 연결하는 섬유소를 파괴했습니다. 이후 주사 대신 칼을 이용했습니다. ‘하얀 물질’을 자르기 때문에 백질절제술(leucotomy)라 이름 붙었습니다.

 

실제로 이 수술을 받은 환자들 중 많은 이들의 증상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나옵니다. 앙토니우 에가스 모니즈는 몇 해가 지난 1949년 “정신병 치료에 있어 백질절제술의 가치에 관한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됩니다.

얼음 송곳을 눈 안으로 집어 넣는 ... 출처 :   HowStuffWorks
얼음 송곳을 눈 안으로 집어 넣는 ... 출처 : HowStuffWorks

'뇌를 칼로 휘젓는 수술'로 파생돼

 

모니즈의 절제술은 다른 나라로 퍼져나갔습니다. 미국의 월터 프리먼 박사와 제임스 와츠 박사는 일명 전전두엽 절제술(prefrontal leukotomy)로 알려진 수술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얼음 깨는 송곳을 눈꺼풀 사이에 넣고 망치를 두드리는 식입니다. 조나 레러가 저서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이 방법은 모니즈의 방법보다 훨씬 거칠다고 합니다. '뇌를 칼로 휘젓는 것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1939년부터 1951년까지 12년 동안 미국의 정신병원, 감옥에 있던 환자 만 팔천명이 이 수술을 받았습니다. 프리먼이 일생 동안 '얼음 송곳'을 눈 안으로 집어넣은 환자가 무려 3439명이라고 합니다.

 

이 수술을 받던 환자 중 2~6%가 수술대 위에서 사망했습니다. 살아남은 환자들도 언어 능력을 잃거나, 단기적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등 여러 부작용을 경험했습니다.

*잔인한 장면이 포함돼 있습니다. 19세 이하나 노약자, 임신부는 클릭하지 마세요*

 

마냥 칭송할 수 없는 노벨상

 

이 수술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전 세계적으로 금지됩니다. 독일 카이저스라우테른대학교의 인간유전학과 교수였던 하인리히 찬클의 책 <노벨상 스캔들>에서 이 수술의 어두운 뒷면을 말하고 있습니다. 수술을 받은 정신질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조용하고 온순해졌지만 지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졌습니다. 당연히 에가스 모니즈의 노벨상 수상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노벨 재단은 1998년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당시까지는 정신질환자를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정신질환자는 수십 년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40년대 미국의 공공의료기관의 입원실 절반이 정신질환자로 채워졌다. 그런데 모니즈의 수술을 받은 환자는 퇴원해도 가족들이 충분히 돌볼 수 있게 됐다. 또 모니즈가 개발한 뇌동맥 검진법은 정신질환의 외과 치료의 중요한 바탕이 되고 있다.”

 

현재 임상정신의학의 패러다임은 외과 차원의 시술에서 약물치료로 넘어왔습니다. 여러 비판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뇌엽절제술을 개발한 모니즈는 노벨상 수상자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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