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된 TV 프로그램 <아빠어디가>에서 김성주 아저씨가 끓고 있는 면에 후레이크 스프를 넣자 갑자기 김밥 냄새가 난다던 윤후 어린이를 기억하시나요? 이렇게 냄새는 매우 주관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도, 반면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지난 달 <Heritage Science> 지에는 고서(古書) 냄새에 관한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이 연구는 예부터 보존되어 온 문화유산은 많지만, 정작 보존되어 온 과거의 ‘냄새’는 없다는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설문조사와 화학분석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한 후 두 결과를 합쳐 헌책에서 나는 냄새들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Historic Book Odor Wheel’을 제작했습니다.
1. 연구진은 오래된 책을 메탄올로 추출하여 그 액을 거즈에 묻히고, 사람들에게 어떤 향이 나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초콜릿 냄새가 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커피 향, 오래된 냄새(old), 나무 냄새(wood), 탄 내(burnt)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2. 연구진은 도서관 냄새에 대해서도 객관식 설문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1위는 나무 냄새(woody, 100%)가 차지하였고, 그 뒤를 훈제 향(smoky, 86%), 흙 냄새(earthy, 71%), 바닐라 향(vanilla, 41%)이 이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오래된 책 및 도서관 공기에 포함되어있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을 분석하여 이른바 ‘냄새 레시피’를 얻었습니다. 그 결과 책에서 초콜릿과 커피향이 난다던 설문조사 결과도 잘 설명할 수 있었는데요. 종이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물질은 리그닌과 셀룰로오스인데, 이들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benzaldehyde, vanillin, furfural 같은 화합물이 초콜릿과 커피에도 포함되어있는 물질이기 때문이었죠.
위 실험 결과들을 모두 합쳐 연구진은 'Historic Book Odor Wheel'을 개발했습니다. 이 분석도구는 일반적으로 커피나 와인의 맛과 향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이제는 헌책의 냄새도 잘 설명할 수 있게 되습니다. 덧붙여 연구진은 이 도구를 책의 보존 상태를 파악하는데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는 헌책 냄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헌책향 디퓨저가 나오거나, ‘엄마가 해준 빨래 냄새’ 등 개인이 추억하는 냄새의 레시피를 분석해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SCI-사이 주송원 /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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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2017/…/170407113046.htm
Bembibre, C., & Strlič, M. (2017). Smell of heritage: a framework for the identification, analysis and archival of historic odours. Heritage Science, 5(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