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수정란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수정란을 우주선에 싣고 가는 모습이 나오죠. 이는 플랜B였습니다. 그들의 플랜A는 “우주 속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내고 그동안 지구에서는 지구의 인류를 이동시킬 방법을 찾아낸다”였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플랜B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에서 우주선에 싣고 간 수정란들로 새로운 문명을 세운다”는 거죠.
우주에선 방사능 걱정된다능!?
그런데.. 이 수정란이 우주의 방사능을 견딜 수 있을까요?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는데요. 최근 새로운 연구가 나왔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지구보다 방사능 수치가 100배 가량 높은 우주 환경에서 9개월 이상 보관된 쥐의 정자를 이용해 건강한 새끼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현지 시간으로 5월 22일 국립 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됐습니다.
쥐 정자를 비교했다
2013년 야마나시 대학의 생태학자 테루히코 와카야마(Wakayama)박사는 12마리의 쥐에게 추출한 정자를 냉동·건조시켜 ISS로 보냈습니다. 정자 샘플을 받은 ISS는 영하 95도의 냉동고에 이 정자를 288일 동안 보관했죠. 비교를 위해 지구에서도 같은 쥐에게 얻은 정자를 동일 온도, 똑같은 기간 보관했습니다.
288일이 지난 후 ISS에서 보관하던 정자를 다시 지구로 돌려보냈습니다. 와카야마 박사는 그 정자를 받아 방사능으로 손상된 DNA를 조사하기 위해 분석을 실시했죠. 예상대로 ISS에서 온 정자는 지구에서 보관한 정자에 비해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검출됐습니다.
우주 정자 쥐, '건강했다'
연구진이 우주에서 온 정자를 난자에 주입시켰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입시킨지 3주 정도 흐르자 암컷 쥐들이 새끼를 73마리나 낳은거죠. 자연 임신으로 낳은 새끼의 수와 비슷한 양이었습니다.
‘우주 정자’로 태어난 쥐들은 아주 건강하고 체내 영양분도 풍부했습니다. 지구 정자로 태어난 쥐들과 두드러진 유전적 차이도 없었습니다. 와카야마 박사의 연구진은 “DNA 손상이 수정 과정에서 자동으로 치유된 것 같다”며 “새끼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죠.
이제는 사람을 위해
이 실험을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돌아와 아빠가 되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실험은 궁극적으로 우주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게 목표입니다. 아직 더 실험해야할 것이 많이 남았습니다. 난자의 경우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쥐 이외의 다른 포유류를 대상으로 더 오랜 기간 정자를 보관하는 실험을 실시할 필요가 있죠. ISS보다 더 멀리 있는 우주 환경에서도 실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탐험하려는 우주는 ISS보다 더 먼 곳에 있고 더 오랜 기간이 걸리니까요.
네바다 대학의 생물물리학자 Francis Cucinotta 박사는 “ISS 너머에 있는 지구를 지켜주는 자기장 외곽 부분에 더 위험한 방사능이 있고, 깊은 우주에는 더 많은 위험이 있다”며 다른 환경에서의 실험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