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콸리우스 알버노이드
이 물고기를 아시나요? 스콸리우스 알버노이드라는 민물고기 입니다. 포루투갈과 스페인에 서식하죠. 이 친구들은 일반적으로 몸 길이 15cm를 넘지 않는대요.
스스로를 복제한다
리스본 대학의 연구진이 포르투갈 중부 오크레사 강에서 임의로 261마리의 스콸리우스 알버노이드 표본을 추출했대요. 개중에 스스로 복제한 물고기를 발견했고 이 연구 결과를 영국왕립오픈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했다고 합니다.
스콸리우스 알버노이드 수컷 물고기가 '동정생식'이라는 아주 미스터리한 과정으로 스스로 복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표본 261마리 중 한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와 유전적으로 일치했습니다. 그들은 수컷 부모의 염색체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암컷 부모로부터만 물려받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동정생식을 하는 척추동물에 대한 최초의 증거라고도 합니다.
동정생식이 뭐냐구요?
동정생식이란 표현이 참 생소하죠? 논문 <유전체 시대에 반수체 육종의 재발견>을 참고하면 동정생식은 난자 속에 정자가 들어가서 난자의 '핵 없이' 정자 핵과 난세포의 영양만으로 새로운 개체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정이 이뤄졌을 경우 난자의 핵과 정자의 핵이 만나 새끼가 암컷과 수컷 부모의 유전자를 모두 갖게 되는데 이 물고기의 경우는 수컷 유전자만 갖고 있었던 거죠.
암컷 알은 훔쳤다?
그런데 이 물고기 수컷은 암컷 난세포를 어떻게 얻었을까요? 연구진은 암컷의 알을 '훔쳤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물고기는 수정할 때 체내 수정이 아니라 '체외 수정'합니다. 암컷이 알을 산란하면 수컷이 그 알에 정액을 살포하죠.
연구진은 이 물고기 수컷이 우연히 유전적 형질이 없는 암컷 알을 훔치지 않았을까 추정했습니다. 수컷이 암컷의 알을 훔쳐서 염색체를 파괴했을 가능성도 있고요. 아직 확실친 않다고 합니다.
어쨌든 수컷 A가 알을 훔쳐서 동정생식했고 알에서 태어난 B가 A의 유전적 형질만 타고난 거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최초의 척추동물 동정생식이라는 데에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동정생식이 나타난 동물은 절지동물과 연체동물에서만 나타났기 때문이죠!
돌연변이 일지도!?
연구진은 스콸리우스 알버노이드에게 이런 현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일부 물고기만 돌연변이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또 하나, 이 종은 두 종이 합쳐진 종입니다. 둘 중 한 종은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죠. 이런 과거가 동정생식 물고기라는 독특한 이 녀석을 이해하는 단초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