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수컷, 일부러 '쭈그리 행세' 한다?
오랑우탄 수컷, 일부러 '쭈그리 행세' 한다?
  • 이승아
  • 승인 2017.06.19 19:01
  • 조회수 7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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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암컷은 일반적으로 힘이 센, 말하자면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대장 수컷을 선택합니다.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컷 오랑우탄 일부는 암컷과 교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몸 덩치를 작게 유지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플랜지(성인 수컷 오랑우탄의 양 볼에 발달하는 섬유질 패드)가 없는 비운의 어리보기  Credit: Suwi/BBC
플랜지(성인 수컷 오랑우탄의 양 볼에 발달하는 섬유질 패드)가 없는 비운의 어리보기 Credit: Suwi/BBC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동물원 안에서 오랑우탄을 키우며 실험을 해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대장 수컷이 있는 집단의 다른 수컷들이 하나 같이 대장 몸집의 반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런 수컷 오랑우탄을 영어로 '성장이 정지된(arrested development)'이라고 칭하는데요. 책 <권오길 교수가 들려주는 생물의 섹스이야기>에 따르면 한국어로는 '어리보기'라고 표현합니다. 

오, 이 수컷의 볼을 보세요.....출처 : 포토리아
오, 이 수컷의 볼을 보세요.....출처 : 포토리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리보기란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머저리와 비슷한 표현인데요. 권오길 교수의 책에 따르면 이렇게 몸집이 작게끔 유지하는 어리보기들은 진화 차원의 전략을 실행하는 거라고 분석합니다.

 

살기 위한 전략적 선택 '어리보기'

 

대장 수컷은 암컷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수컷들을 위협하고 공격합니다. 어리보기의 몸집이 작아진 건 그 밑에서 살아남고, 번식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결과입니다. 

 

얼간이 행세를 하니 대장 수컷이 견제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몸집이 작아 먹이를 적게 먹어도 견딜 수 있어 생존에도 유리합니다.

새끼는 암컷이 기릅니다. 출처 : 포토리아
새끼는 암컷이 기릅니다. 출처 : 포토리아

암컷과 몰래 교미 성공

 

이렇게 대장 수컷이 만만하게 보니, 대장 모르게 암컷과 교미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별별 작전이 다 있죠? 

 

권오길 교수는 그의 책에서 "이런 사실은 '동물의 행동은 종이나 제가 속하는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닌, 오직 제 정자를 더 많이 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현대 진화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신기한 것은 이 동물원 우리에서 대장 오랑우탄이 죽거나 사라지면, '어리보기'들 덩치가 대장 크기 만하게 자랐다는 사실입니다. 새로 대장이 된 과거의 어리보기 오랑우탄은 이차성징이 뚜렷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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