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로 회춘하는 사업이 생겼다고요?!
젊은 피로 회춘하는 사업이 생겼다고요?!
  • 강지희
  • 승인 2017.07.10 20:06
  • 조회수 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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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포스터

에르체베트 바토리(Bathory Erzsebet). 그녀는 중세 시대 헝가리의 백작부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블라드 체페쉬, 질 드레와 함께 ‘뱀파이어의 원조’ 중 하나로 알려졌으며, ‘피의 백작부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뒤틀린 행적 때문이었습니다.

 

에르체베트 바토리 출처: History Today

그 당시의 바토리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신의 외모가 추해지는 바람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토리는 하녀가 실수를 저지르자 홧김에 뺨을 때리고 말았죠. 그런데 뺨을 맞으면서 나온 하녀의 피가 바토리의 피부에 닿았습니다. 그러자 바토리의 눈에는 피가 닿은 피부 부위가 다른 피부에 비해 하얗고 탱탱해 보였다고 합니다.

 

바토리는 어린 처녀의 피를 얻으면 젊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여학교를 세워 처녀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처녀들을 죽인 후 피를 얻어서 마시거나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토리의 살인 행각은 결국 들통 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하인과 하녀들은 모두 사형을 당했습니다. 바토리는 신분이 높아 사형을 면한 대신 창과 문이 폐쇄된 방에 갇혔고, 3년 후에 최후를 맞이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행적은 실로 엽기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나이든 생물의 몸에 젊은 생물의 피를 넣으면 피부와 근육 세포, 심지어 뇌세포마저 회춘할 수 있다는 소식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사업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실험

 

쥐 병체결합 실험 출처: Nature

영국 일간 <가디언>의 2015년 보도를 참조하면 2008년에도 이와 비슷한 실험이 진행됐다고 합니다. 2008년 당시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학 교수 Tony Wyss-Coray의 산하에서 박사 과정을 거치던 제자 Saul Villeda는 나이든 사람의 몸에 젊은 사람들의 피를 주입하여 젊어질 수 있는 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Villeda는 몇 주 동안 나이든 쥐와 어린 쥐들을 서로 병체결합했습니다. 그들의 뇌, 그 중에서도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고 가장 빨리 퇴화하는 부위인 해마(Hippocampus)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병체결합으로 젊은 쥐의 피를 받은 나이든 쥐들은 평소의 나이든 쥐들보다 3~4배나 많은 신생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반대로, 나이든 쥐들의 피를 받은 어린 쥐들은 다른 어린 쥐들보다 신생 신경세포의 수가 훨씬 적었다고 합니다.

 

특정 단백질 때문이다?

 

나이든 쥐의 두뇌와 젊은 쥐의 혈액을 받은 나이든 쥐의 두뇌의 차이 출처:  Science

Science의 2014년 기사 <Young Blood Renews Old Mice>에서는 2014년에도 이와 같은 실험이 회자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줄기세포 연구자 Amy Wagers는 혈액에 있는 특정 단백질이 노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Wagers는 보스턴의 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심장학자 Richard Lee와 함께 쥐의 혈액에서 나오는 특정 단백질 GDF11이 효과를 설명할 수 있을 거라 여겼습니다. GDF11은 줄기 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Wagers와 Lee는 쥐에게 GDF11을 주사하면 쥐의 노화 증상 중 하나인 심장이 두꺼워지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Wagers는 그녀의 논문에서 GDF11이 노화된 쥐의 근육을 회복시키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신경과학자 Lee Rubin도 Wagers와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Rubin은 자신의 실험에서 GDF11이 쥐의 뇌에서 혈관을 비롯한 후각 신경 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연구 중

 

Tony Wyss-Coray 박사 출처: KQED Science

<Science>의 기사 <Young blood antiaging trial raises questions>에 따르면, 현재에도 과학자들은 혈액이 정말로 회춘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차이점이라면, 이번에는 쥐의 혈액이 아닌 인간의 혈액을 바탕으로 연구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학 교수 Tony Wyss-Coray는 앞에서 나온 증명들을 발판으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18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젊은 사람들의 혈장을 연구하고 시작했는데요. Wyss-Coray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혈장의 안전성과 혈장을 바탕으로 한 치료가 기능 장애 또는 기타 증상을 완화하는 지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ClinicalTrails.gov>에 따르면, 한국의 분당 차 병원에서도 제대혈(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이나 혈장이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젊은 피로 회춘하는 '사업'까지 생겼다?

 

혈장 연구 출처: PlasmaImage

더 나아가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나이든 사람들에게 젊은 사람들의 피를 수혈 받는 계획을 세워주는 사업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바로 암브로시아(Ambrosia)입니다. 

 

암브로시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이 나이를 먹지 않기 위해 먹는 음식에서 유래했는데요. Science의 2016년 기사 <Young blood anti-aging trial raises questions>에 따르면, 2014년에 Villeda의 실험을 바탕으로 설립한 신생 기업이 생겼다고 합니다. 바로 의사 출신 연구원 Jesse Karmazin이 캘리포니아의 Monterey에 이 회사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홈페이지 <ClinicalTrials.gov>에서 나온 Karmazin의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35세 이상 나이의 600명의 사람들에게 16세 이상 25세 미만의 기증자로부터 받은 혈장을 주입받을 것입니다. 그는 한 명마다 이틀 동안 1.5L의 혈액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실험에 참가할 35세 이상의 사람들은 특별히 노년층이거나 병에 걸린 사람일 필요는 없으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다고 합니다.

 

이 계획에서 600명의 사람들은 혈액 주입 전과 주입 1개월 후를 기준으로 100개 이상의 바이오 마커(단백질, DNA, RNA,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지표)로 검사를 받을 것입니다.

 

Karmazin은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8000 달러의 가격으로 1회의 혈장 기부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는 이 비용을 혈액은행에서 모을 혈장, 실험 테스트, 윤리 검토, 보험 및 관리비 등에 충당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업의 논란

 

하지만 Karmazin의 계획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학 교수 Wyss-Coray 박사는 “임상적인 증거가 없이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신뢰와 대중적인 흥분을 남용하고 있다.”며 Karmazin의 사업을 비판했습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생화학자 Leigh Turner도 Karmazin의 계획이 과학적으로는 너무 모호하다며 “합법적이지 않은 합법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 대학의 노화 생물학자인 Matt Kaeberlein도 “나는 이 계획이 어떤 식으로든 유익하거나 설득할 만한 방법을 찾지 못하리라 본다.”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를 비롯한 윤리학자들이나 연구자들도 윤리적인 이유 등을 내세우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글은 이웃집과학자의 의견·입장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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