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서 채취한 DNA로 '버린 사람 얼굴' 복원?!
쓰레기서 채취한 DNA로 '버린 사람 얼굴' 복원?!
  • 이승아
  • 승인 2017.07.11 15:14
  • 조회수 6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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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런 현실이 펼쳐질지도

 

소개팅을 앞둔 두 사람. 얼굴이 궁금합니다.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엿볼 수 있지만 워낙 후천적·기술적 요소가 가미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진짜 외모를 살펴보기엔 아쉬울 수 있죠.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두 사람은 사진 교환 대신 서로 DNA 샘플을 교환할지 모릅니다. 얼굴을 특정하는 유전자가 있는 부분으로 말이죠. 이 DNA 칩을 기계에 넣으면 대략적인 얼굴이 기계 화면에 등장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가능'은 하겠지만 아직 현실에서 이뤄지기엔 먼 얘기 아닌가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DNA로부터 사람 얼굴을 재현하는 새로운 유전자 감식법 기술, '법의학 DNA 표현형(forensic DNA phenotyping)'은 이미 현실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쓰레기서 DNA 채취, 버린 사람 얼굴을..!

 

2015년에 홍콩에 사람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여기저기 등장했습니다. 사람 얼굴 밑에는 담배꽁초나 버린 껌이 있었는데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이 쓰레기를 버린 '용의자(?)'라는 겁니다. 길거리에 버리고 간 껌, 담배 꽁초에서 DNA를 추출해 얼굴을 재현한 거죠. 비영리 회사 '홍콩 클린업(Hong Kong Cleanup)'과 광고 회사 '오길비앤매더(Ogilvy&Mather)'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홍콩에서 진행된 공익캠페인. 제가 이 쓰레기 버린 사람입니다. 출처: Ogilvy Asia YouTube

사진 중앙에 있는 사람이, 바로 그 밑에 보이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입니다. 단, 저 얼굴이 구체적인 누군가를 특정한 모습은 아니라는 점! 염두에 두고 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꽁초에 묻은 침 같은 것으로 얼굴을 이 '정도'까지 예측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김명호 작가는 책 <김명호의 과학뉴스>에서 현재 감식법의 한계를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현재의 DNA 감식법은 범죄 현장에서 머리카락, 침, 정액 등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기존 범죄자의 샘플과 대조하는 방식입니다. 초범이라면 누군지 아예 알 수 없죠. 

 

Ⓒ 김명호, 2017, (주)사이언스북스 제공

미국에선 수사를 목적으로 특정 지역의 모든 DNA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용과 인력, 시간 모두 만만치 않게 소모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DNA 감식법이 있다면 어떨까요?

 

유전자의 미세한 차이가 바꾼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유전 역학 교수 팀 스펙터(Tim Spector) Ⓒ 김명호, 2017, (주)사이언스북스 제공

인간의 '얼굴'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전체 중 고작 0.1~0.3 %라고 합니다. 아주 작은 차이가 인간의 겉모습을 결정하는 거죠. DNA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4가지 염기로 만들어졌는데요. 말하자면 한 가지 염기가 달라서 생긴 게 달라진다는 겁니다. 생김새를 결정하는 이 아주 작은 부분을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IP이라고 합니다.  

 

DNA는 정말 알 수가 없어. 출처: Pixbay

<김명호의 과학뉴스> 책을 살펴보니 이런 부분(SNIP)이 약 천만 개 이상 존재할 거라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300만 개 이상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단순히 생김새만이 아니라 대머리, 특정 질환 같은 개인의 특이성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될 거라고 하네요.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해

 

그럼 정말 DNA만 있으면 얼굴의 '정확한' 생김새를 알게 되는 날이 올까요? 많은 연구자들은 외양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명호, 2017, (주)사이언스북스 제공

코를 결정하는데 코 유전자라고 불리는 DNA 부분이 있어서 그 하나가 코 전체를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에 삽입된 위 그림을 보시면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특성을 결정하고, 하나의 특성을 만드는 데도 여러 유전자가 함께 상호작용하며 결정합니다.

 

Ⓒ 김명호, 2017, (주)사이언스북스 제공

이 복잡한 과정에 외부 환경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키나 체중처럼 외부 환경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유전자만으로 예측하기 더 어렵고,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베네딕트 할그림손(Benedict Hallgrimsson)에 따르면 "만약 입 크기, 코 길이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수천 개라면 하나의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이것 모두를 골라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네요.

 

인물 후보 목록에서 '배제용' 카드

 

미국 버지니아 주에 있는 파라본 나노랩스(Parabon NanoLabs)는 유전자를 기반으로 외형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파라본은 현재 경찰이나 법 집행기관이 보낸 범인 DNA에서 얼굴을 형상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데요. 이 서비스는 스냅샷(Snapshot)이라 불립니다.

 

실제 용의자의 스냅샷입니다. 출처: 파라본(Parabon)

위 사진은 파라본에서 재현한 실제 용의자의 스냅샷입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컬럼비아 경찰이 2011년 미해결 사건을 다시 조사하면 용의자의 DNA를 의뢰했죠. 이 회사는 약 만 오천 명의 성별, 조상, 얼굴 특징에 관련된 유전자 정보를 토대로 생김새를 예측합니다.

 

재현된 얼굴이 명확하게 한 개인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배제'하는 기준이 되는데요. 스냅샷의 결과에 따라 특정한 색의 머리카락, 눈동자의 색깔을 가진 사람을 용의자에서 '제외'하는 방식입니다.

 

DNA로 그려내는 미래, 가급적 공익적이면서 사람과 자연에 꼭 필요한 정도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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