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머니에 뭐가 들어있나요? 전 어렸을 때 가위를 넣고 다녔습니다. 필요할 때 없는게 답답해서 그랬는데 돌이켜보니 살벌하네요. 이렇게 주머니엔 꼭 필요한 게 들어있죠. 산타 할아버지는 선물 주머니, 캥거루는 새끼 주머니.
그렇다면 주머니날개박쥐는 뭘 가지고 다닐까요? 새끼를 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주머니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듭니다.
음경 분비물, 오줌 넣고 다녀
주머니날개박쥐 수컷의 주머니에는 오줌과 음경 분비물이 있습니다. 댄 리스킨의 책 <자연의 배신: 인간보다 비열하고 유전자보다 이기적인 생태계에 관한 보고서>에 주머니에 이 냄새나는 것들이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설명이 나와있는데요.
우선 수컷은 고개를 숙여 오줌을 입에 머금어 날개주머니에 뱉습니다. 그 다음에 몸을 흔들어 음경에서 나온 흰색 액체 방울이 얼굴에 들러붙게 합니다. 이걸 오줌이 들어있는 주머니에 옮겨 담습니다. 이제 박쥐의 날개 주머니는 오줌과 분비물로 가득 찼습니다.
이 주머니에서 나는 냄새는 일종의 향수입니다. 수컷이 암컷 앞을 날아가며 주머니에 담긴 자신의 관능적인 냄새를 암컷에게 뿌려 유혹합니다.
엑? 하고 놀라신 분도 있을 텐데요. 암컷은 이 냄새로 수컷의 건강을 판단한다고 합니다.
수컷의 주머니에는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이 세균이 주머니에 담긴 수컷의 냄새 분자를 분해해 암컷이 호감이 덜 느끼는 다른 냄새로 바꿉니다.
그래서 세균이 많은 수컷에서는 비호감 냄새가 많이 나게 되고 암컷은 이 수컷이 건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거죠.
썩 유쾌한 물질은 아니지만, 짝짓기 상대를 고르는 중요한 비밀이 이 주머니 안에 들어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