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감자, 아가베 "으어~ 취한다! 고맙다 얘들아"
보리, 감자, 아가베 "으어~ 취한다! 고맙다 얘들아"
  • 이승아
  • 승인 2017.08.16 20:44
  • 조회수 3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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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인간에게 참 중요한 존재입니다.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고, 탄수화물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에디터가 유독 고마워하는 식물이 몇가지 있습니다. 보리나 감자, 옥수수 이런 친구들인데요. 바로 '술'의 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보리는 밥으로도 먹고 맥주로도 먹고 출처: pixabay

보리는 추위나 가뭄, 토양의 비옥도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튼튼한 작물입니다. 덕분에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으며 재배됐습니다. 정말 맛있는 곡물이죠. 

 

보리.. 그리고 맥주!

 

본 에디터도 보리밥은 먹지 않지만 보리 음료는 스무 살 이후 꾸준히 섭취해왔는데요. 에이미 스튜어트의 책 <술 취한 식물학자:위대한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를 보면 보리의 원산지는 중동이라고 해요. 기원전 5천 년 스페인에, 3천년에 중국으로 전파됐다고 합니다.

 

여름이니까~아이스커피말고 시원한 생맥 한 잔. 출처: pixabay

이 맥주를 언제부터 마셨을까요? 미국 펜실베이나 대학 박물관의 고고학자 패트린 맥거번은 이란 서부의 유적지 고딘 테페에서 발견된 도자기 조각을 분석했습니다. 그 그릇에서 '보리 맥주'의 흔적이 검출됐죠! 시기는 대략 기원전 3천 년쯤으로 추산됩니다.  

 

도자기가 발견된 지역의 동굴 벽화와 도자기 무늬에 사람들이 커다란 맥주통 주위에 둘러앉아 긴 빨대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묘사되어있다고 하네요. 역시 다들 맥주 맛은 알아가지고.

 

감자로 만든 술?

 

감자가 죽어서 보드카로 탄생했어요! 즐거운 일... 출처: pexel

보드카(Vodka)의 어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바텐더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로 '물'이라는 뜻의 Voda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물처럼 마신다는 걸까요? 생명의 물을 뜻한다고 하네요. 

 

감자나 옥수수, 호밀 등 곡류를 발효하고 증류해 여과시켜 만든 맑은 술입니다. 일반적으론 숙성을 하지 않지만 북유럽에서는 숙성하는 종류도 있다고 하네요.

 

보드카가 어떻게 시작됐을까? 라고 물어보면 흔히 감자로 만들었다거나 러시아에서 온 술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에이미 스튜어트는 두 가지 다 100% 사실은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보드카는 감자가 유럽에 전파되기 이전부터 다른 곡물을 증류해 만들고 있었다고 하네요. 보드카의 탄생지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폴란드가 자기네 나라가 먼저라며 주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감자로만 만든 칼손스 골드 보드카! 출처: 칼손스골드 홈페이지

보드카 앱솔루트(Absolute)를 탄생시킨 블렌딩 전문가 뵈리에 칼손은 일곱 품종의 감자를 섞어 칼손스 골드(Karlsson's Gold)라는 보드카를 만듭니다. 감자의 풍미가 사라지지 않도록 딱 한 번 증류하고 최소로 여과해 병에 넣는데요. 책에 실린 인터뷰를 보면 보드카를 "있는 그대로" 마시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무것도 섞지말고 단독으로 즐기라는 말이죠.

 

데킬라~! '아가베'로 만들어요

 

테킬라 샷! 크흐. 출처: flickr

테킬라의 원산지는 멕시코입니다. 이 나라 특산주죠. 테킬라는 멕시코 할리스코 주의 테킬라 지방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서 만듭니다. 

 

선인장과 비슷하게 생긴 아가베가 쓰이는데요. 특히 '베버 블루'라 불리는 아가베 테킬라나 종을 사용합니다. 현재 테킬라의 정의는 이 아가베'만' 사용한 게 아니라 아가베와 다른 혼합물을 섞어 증류해서 만든 믹스토까지 확대됐다고 하네요. 100% 아가베로만 만든 테킬라는 먹으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그 가치가 있다고 하니 궁금해집니다. 

 

저자에 따르면 테킬라는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합니다. 어떤 테킬라는 달콤하고, 꽃내음을 풍기기도 하며 나무향을 내는 것도 있다고 하네요. 흔히 테킬라를 마실 때 레몬이나 라임, 소금을 함께 먹는데요. 저자는 질 좋은 테킬라의 맛을 굳이 라임즙과 소금으로 망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테킬라를 만드는 아가베 테킬라나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식물이 살아야 이 술도 다 산다

 

이 맛있는 테킬라를 즐기기 위해선 식물 보호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테킬라는 만들고 그 역사 보존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주장하는 데이비드 수로-피녜라의 이야기가 책에 실려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테킬라에 사용되는 작물인 아가베 테킬라나를 야생으로 번식할 수 없게 막고, 재배하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살충제, 제초제 등을 사용하면서 질병에도 취약해진 상태라고 하네요. 술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호에도 힘써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술 잔을 부딪칠 땐, 이 술을 마실 수 있게 해준 식물에게 감사하는 건배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오반가....)? 무튼,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거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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