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형성, 가장 유력한 가설은?
태양계 형성, 가장 유력한 가설은?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10.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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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46억 년 전으로의 여행(2)

 

이전 글 보기 : 46억 년 전으로의 여행(1)

 

우리 태양계의 기원

 

예로부터 태양계의 형성에 대해서는 수 많은 가설들이 존재했습니다. 성운설부터 와동설, 조석설, 미행성 응집설(현대 성운설) 등이 있습니다. 성운설은 칸트와 라플라스가 정립한 이론으로 가스 물질로 이루어진 성운이 수축되면서 중심에 태양이 형성된다는 이론입니다. 이후에 주변에 남아 있던 물질들이 뭉쳐져 행성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와동설은 우주를 채우고 있던 가상의 물질인 에테르 사이를 태양이 지나가고 이 과정에서 생긴 와류에 의해 태양의 물질 일부가 떨어져 나와 행성이 형성됐다고 믿는 이론입니다. 조석설은 태양 근처로 다른 별이 지나가면서 서로 인력이 작용하고 이 과정에서 태양의 물질 일부가 떨어져 나와 뭉쳐져 행성이 형성됐다고 생각하는 이론입니다. 마지막으로 미행성 응집설은 수정된 성운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성운이 회전하면서 수축하여 태양과 원반을 형성하며 이후 원반을 이루는 물질이 뭉쳐져 행성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성운설을 살펴보겠습니다. 성운설로 다른 대부분의 가설과 예측을 설명할 수 있지만 태양의 다소 느린 자전은 설명하기 힘듭니다. 와동설과 조석설은 모두 태양에서 떨어져나온 물질이 태양계를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하므로, 두 가설 모두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은 행성으로 되기 전에 증발하거나 분해되므로 행성의 형성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현재까지 소개된 여러 이론 중 우리 태양계의 여러 특징과 비교해봤을 때 대체로 가장 논리적인 가설은 '성운설' + '미행성 응집설'입니다. '미행성 응집설'과 '성운설'의 차이점은 성운을 이루는 물질 전체의 회전 여부입니다. 

 

성운설은 성운 전체가 회전하지 않고 각각의 중심을 향해 모여들어 태양과 행성을 형성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미행성 응집설은 성운을 이루는 물질이 원반을 형성한 후 이 원반이 회전하고 뭉쳐지면서 태양과 행성을 형성한다고 설명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행성계 진화 초기 단계인 원시 행성계 원반을 오리온 성운 내부에서 발견했기에, 이 수정된 성운설, 즉 미행성 응집설은 정설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최첨단 관측들이 앞으로도 이 미행성 응집설을 뒷받침 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우리 태양계의 탄생 그리고 죽음

 

과정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성운설이 왜 논리적이었는지, 이 모든 이론들이 왜 미행성 응집설이라는 이론으로 귀결이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태양계의 형성과정은 크게 5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성운 형성후 회전수축

2. 원시태양과 원시행성계 원반 형성

3. 미행성체 형성

4. 원시행성 형성

5. 태양과 행성 형성(태양계) 

 

이렇게 5가지 정도의 단계를 거치게 되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태양계 모습과 상당히 흡사해집니다. 지구에서 더 오래된 암석이나 지질학적 증거가 발견되었다면 시간을 더 오래 전으로 돌려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증거 중 가장 오래된 증거가 45~46억 년 전을 가리키고 있기에, 우리는 우리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알기 위해서 46억 년 전으로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은하계 및 전 우주의 어느 태양계든 비슷한 과정을 거쳐 태양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46억 년 전으로

 

우리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타임머신을 타고 46억 년 전, 우주 어느 곳인가, 우리 은하의 중심(블랙홀)으로부터 3만 광년 정도 거리에 있는 나선팔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때마침 초신성이 폭발[8]하고 있습니다. 초신성 폭발로 인해 별은 자신의 모든 인생을 마치고, 다시 무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너무나도 밝습니다. 폭발적인 방사선을 내뿜기에, 어두워질 때까지 수개월 정도는 걸릴 것 같네요. 이 기간 동안 태양이 평생 발산할 그 이상의 에너지를 내뿜습니다. 폭발의 결과, 항성은 구성 물질의 대부분 혹은 전체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이때 속도는 광속의 10% 정도(30,000km/s)까지 가속되기에 주위 성간 매질에 충격파를 일으킵니다. 이 충격파는 새로운 별 탄생을 위한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 태양의 형성을 위한 방아쇠 말입니다.

 

그림 5. 태양계의 생성과정

초신성 폭발로 주위 성간 매질에 엄청난 속도의 충격파가 생겨났고 이 충격파가 휩쓸고 간 그 자리에 엄청난 먼지와 얼음, 가스의 잔해들이 남아 있습니다. 각각의 질량이 서로 간의 중력을 만들어 서로 뭉치기 시작합니다. 원반 형태로 납작해지면서 움직이던 그 흔적들은 곧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전하기 시작하네요. 가운데가 볼록 렌즈 모양의 형태로 변형되고 있습니다. 성운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드디어 태양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림 6. 태양계의 생성과정

대략 5만 년 정도가 흐른 후 이렇게 형성된 성운의 중심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돌면서 주변의 물질들을 흡수해 갑니다. 먼지나 금속성분의 물질들은 성운 전체 범위에 걸쳐 응축되기 시작합니다. 물, 메탄, 암모니아, 다른 얼음 물질들은 성운 바깥쪽에서만 응축이 되고, 성운 물질들의 대부분은 원반 중심 쪽으로 강착되어가 빨려들어 갑니다.

 

그림 7. 태양계의 생성과정

150만 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뭉쳐지면서 원반의 반지름이 작아지기에 회전 속도는 더욱 빨라집니다(각운동량 보존법칙). 뭉쳐진 물질들이 서로 달라 붙으려는 압력에 의해 이 원시 천체 중심 부분의 온도가 급속히 올라가게 되고 마침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핵융합을 시작하게 됩니다. 드디어 태양이 생겨난 것입니다. 성운의 중심에서 열심히 태양이 만들어지고 있는 사이, 성운의 주변부 역시 너무 바빠 보입니다.

 

<em>그림 7. 태양계의 생성과정</em><br>
그림 8. 태양계의 생성과정

대략 4백만 년 흐른 후의 상황입니다. 작은 고체 입자들은 서로 충돌하고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미행성(Planetesimal)을 만들어 냅니다. 이들이 자전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며 뭉쳐진 천체들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 암석 덩어리를 자기 쪽으로 끊임없이 끌어들이기 시작합니다. 고체 물질들의 상호작용 결과 현재 행성 크기의 수 많은 실제 행성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림 9. 태양계의 생성과정

처음 초신성이 폭발한 후 적어도 5백만 년 정도 지난 뒤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에너지 가득한 강한 태양풍이 막 행성을 만들려고 충돌 중이던 물질들을 덮칩니다. 원반 안에 남아있는 가스들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가벼운 수소와 헬륨을 거의 모두 잃고 철등의 금속이나,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행성이 되었습니다. 태양풍에 의해 멀리 날아간 수소와 헬륨 등의 가스들은 목성과 토성 등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태양계의 형성이 언제 시작되더라도 겨우 5백만 년 정도만 있으면 현재의 지구 등 여러 행성의 생성이 완성됩니다. 따라서 언제 태양이 형성되든 간에 행성들의 형성 시점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Wyatt(Wyatt et al 2008) 교수는 원시 태양계의 생성 끝무렵에 중심별은 최소 한 개 이상의 천체로 둘러싸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다양한 크기의 행성들 원시행성계 원반의 잔재들인 가스와 먼지들, 계속 자라고 있을 미행성띠, 그리고 충돌이 계속됨에 따라 계속 미행성으로부터 작은 먼지를 공급하는 미행성띠 등등이 그 천체들입니다. 

 

즉, 행성이나 먼지 원반 둘중 하나는 반드시 태양을 둘러싸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이 말은 비록 행성과 먼지 원반의 규모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지라도 둘은 같은 형성 과정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을 의미합니다. 물론 행성의 형성 과정이 온전히 끝난 후에도 먼지 원반은 계속해서 진화 중입니다. 행성이 되지 못한 미행성들은 끊임없이 충돌하며 먼지 사이즈의 천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주로 행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먼지원반은 태양이 내뿜는 전자기력과 작은 입자들의 힘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행성과 다르게 먼지 원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천체들이나 행성들, 심지어 별의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만약 먼지 원반 주위에(혹은 안에) 행성이 없었다면, 이 먼지 원반도 행성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림 10 . 태양계 형성에 관한 개념도 출처: NASA, 본인 번역

사람의 일생과 같이 태양계의 구성원들인 행성들, 위성들, 소행성들, 미행성들, 혜성들 등등의 모든 천체 물질 들도 결국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계산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60억 년이 지난 후에 태양의 표면 온도는 급격히 내려가며 부피는 크게 확장될 것입니다. 

 

약 78억 년 후 우리 태양은 자신의 껍데기를 '행성상 성운'의 형태로 날려 보내면서 백색왜성[9]으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이 백색왜성은 대부분 탄소나 산소로 이루어진 핵만이 남아 있는 형태로 핵융합이 더 일어나지 않는 형태입니다.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고 점차 식게 되며, 핵이 중력으로 인해 붕괴되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결국 이 백색왜성은 매우 밀도가 높은 상태가 되어 현재 지구 정도의 부피임에도 태양 절반 정도의 질량을 보유하게 됩니다. 더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는 백색왜성은 수백억 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식어가고, 결국은 관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행성 역시 태양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태양이 진화함에 따라서 태양의 중력 때문에 몇몇 행성의 궤도는 망가지게 되어 일부는 충돌하여 부서질 겁니다. 일부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궤도가 바뀐다는 것은 생명체에는 정말 치명적입니다. 일단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온도가 아닐 것이고 대기권이 망가지게 되면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선과 자기력선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머나먼 미래에 태양은 자신의 천체들을 모두 잃은 채 홀로 존재하다가 백색왜성으로의 진화 후 흑색왜성[10]으로 오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오래 전 목성과 금성은 이미 지구의 공전 궤도를 바꿔버린 적이 있다고 예측됩니다. 하지만 당장 몇 억 년 동안은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 기간에 어떤 행성도 태양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없고, 서로 충돌할 가능성도 없다고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는 50억 년 내로 화성의 이심률이 커져서 지구의 공전 궤도가 엇갈리게 되어 결국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태양의 진화 및 각종 행성의 공전 궤도 환경 뿐아니라 지구의 지각과 달의 위상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걸 생각해보면 인간은 대자연 우주 앞에서 한 없이 나약한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 참고

그림 5, 6, 7, 8, 9 출처 : Stephen Hawking - Formation of the Solar System http://ed.ted.com

 

- 각주

[8] 태양계의 형성은 주변의 여러 충격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초신성이 폭발 할 수도 있고, 태양계가 성간 구름을 통과함으로써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태양계가 초신성이 폭발한 잔해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먼저 우주의 시작과 함께 만들어진 원소들 즉 우주 대폭발 빅뱅과 함께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원소들은 수소와 헬륨, 리튬 등 입니다. 두 번째로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원소들로는 탄소, 산소, 질소 등이 있습니다. 별을 구성하는 원소는 99% 이상이 수소와 헬륨인데, 그 수소와 헬륨이 자체 중력으로 뭉치면서 그 압력과 열에 의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되며 이를 열에너지 형태로 (빛) 내뿜기에 별들은 스스로 빛을 내게 됩니다. 이 핵융합반응은 다양한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원자번호 56번 철까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반드시 초신성의 폭발과 함께 만들어집니다. 별들의 일생을 보면 처음에 수소를 원료로 핵융합을 하는데, 이 수소를 다 써버리면 헬륨이나 다른 원소를 이용해서 핵융합을 하며 스스로 만들어 낸 에너지의 압력에 의해서 폭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초신성 폭발이 별의 내부로도 향하게 되는데, 이 거대한 압력에 의해서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 즉 망간, 우라늄 등의 원소들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에 이런 원소들이 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 태양계가 초신성의 폭발의 잔해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9] 별은 태어났을 때의 초기질량이 앞으로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초기질량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별인 경우 초신성 폭발을 거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을 거쳐서 생을 마감하지만, 가벼운 별인 경우엔 백색왜성을 통해서 죽음을 맞이 합니다. 우리 태양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초기질량으로 태어났기에 초신성을 거치지도 않고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생을 마감할 수 없습니다. 주변 더 큰 천체의 방해가 없는 한 먼 훗날 태양의 미래모습은 백색왜성일 것입니다.

[10] 흑색왜성은 이론상의 천체로, 백색왜성이 더 이상 빛이나 열을 내보낼 수 없는 상태로 진화된 별을 의미합니다.

 

<외부 기고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재(mkim@astrophysik.uni-kiel.de)

Institute of Theoretical physics and Astrophysics,

Christian-Albrechts-Universität zu Kiel, Germany

- CARMENES scientific member

- FOR 2285 Research Unit “Debris Disks in Planetary Systems”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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